위축되는 출판···해외 전문가들의 진단은?

정원식 기자 2024. 7. 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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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6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4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출판문화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출판사 71개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는 1136억원으로 전년보다 42.4% 감소했다. 중소 규모 293개 출판사들의 영업이익 합계는 246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하락했다. 출판산업의 위축이 지속 중인 가운데 출판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책이 나왔다.

최근 출간된 <옥스퍼드 출판의 미래>(교유서가)는 미국·영국·유럽의 연구자, 학자, 사서, 편집자 등 출판 전문가 24명이 출판의 현황을 요약하고 미래를 전망한 책이다. 영문판 원서는 2019년에 출간됐지만 출판의 역사, 산업적 특수성, 기술 혁신, 경영 전략, 마케팅과 판매 등 넓은 분야를 망라하는 데다 필자들은 각 분야 최상급 전문가로 평가받는 이들이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이 책은 디지털혁명 이후 출판을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출판산업의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뛰어난 길잡이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게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마트폰에 독서 인구를 빼앗기는 건 선진국에서도 피할 수 없는 추세다. 2015년 미국인이 주말과 연휴에 취미로 즐기는 독서 시간은 평균 21분으로, 10년 전에 비해 22% 줄었다. 독일에서는 일주일에 책을 한 권씩 꾸준히 읽는 사람이 2002년 49%에서 2017년 42%로 줄었다. 네덜란드에서는 1994년 1억8000만건이던 도서관 대출 건수가 2015년 8000만권 미만으로 급감했다. 2018년 네덜란드에서는 13~19세의 약 절반, 20~34세의 4분의 3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비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자가 계속 출판산업의 믿을 만한 소비자로서 존재하느냐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해졌다.” 출판산업의 외주화로 작가가 책을 직접 출판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등 출판 환경의 변화도 출판산업의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디지털 문화의 격랑이 책과 독서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지만 희망적인 조짐도 있다. 아드리안 판데르베일 라이덴대 교수는 디지털 문화에 중독된 젊은 독자들이 온라인과 거리를 두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사용은 단기적인 쾌락이라는 덧없는 보상만 주고 그 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피로와 공허감만 남을 뿐이므로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스크린과 온라인이 주는 값싸고 해로운 쾌락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오프라인 독서를 해독제로 홍보할 수 있다.”

만지고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은 종이책만의 강점이다. 디지털 텍스트는 편리하지만 상징 자본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 판데르베일 교수는 “읽기의 디지털화를 그냥 방치하는 것은 사회를 위한 최선이 아니며 장기적으로 책 산업에도 이로운 정책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앵거스 필립스 옥스퍼드 국제출판센터 소장은 책과 독서의 죽음에 대한 예언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책의 종말에 대한 걱정은 이미 183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는 신문이 책을 죽이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후로도 많은 작가들과 미래학자들이 책의 종말을 예견했다. “하지만 책과 출판은 종말의 예측을 뛰어넘어 여전히 건재하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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