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임기 2달…재선 기로에서 망설이는 기시다의 '조용한 여름'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자민당 총재 겸 총리의 임기가 30일부로 단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포스트 기시다' 찾기가 한창인 가운데, 정작 본인은 입후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기는 떨어졌지만 꼿꼿한 기시다…재선에 의욕
기시다 총리의 출마 여부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선거의 가장 뜨거운 화두다.
당초 기시다 총리는 중의원 조기 해산에서 승리해, 여세를 몰아 재선하는 시나리오를 그렸다. 하지만 자민당 파벌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가 터지며 이후 선거에서 연패했고, 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당 총재로서 얼굴을 구겼다.
이후 정치자금 규정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정치쇄신 대화'를 여는 등 신뢰 회복에 나섰지만 지방조직에서는 퇴진론이 잇따랐다.
내각 지지율도 저공비행을 이어갔다. 마이니치신문이 발표한 7월 여론조사에서는 전달 대비 4%포인트(p) 오른 21%를 기록했지만 정권 운영이 위험한 수준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기시다 총리는 위축되지 않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내정 및 외교 활동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7월 방미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이어 8월에는 몽골·카자흐스탄 방문이 예정돼 있다. 가을 이후 적용될 경제 대책도 미리 내놨다.
그는 지난 19일, "최근 언론에 받는 질문이 올해 가을 정치 일정에 관한 것뿐이다. 하지만 총리로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평화와 번영, 미래를 위한 정책이다"며 "미룰 수 없는 과제에서 하나하나 성과를 내는 데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자신감은 '정책 실적'에서 나온다. 2021년 10월 발족한 기시다 내각은 아베·고이즈미 내각 다음으로 헤이세이 시대(1989~2019) 이후 장기 집권한 정권이다.
특히 방위 관련 분야는 당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임기 중 안보문서를 개정해 방위비 증액 및 반격능력을 강화했다.
마이니치는 "총리는 이런 실적에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정책에 전념하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정세를 파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내에 샤이 기시다 존재…확실한 라이벌도 없어
일련의 뒷돈 스캔들로 파벌이 대부분 사라진 자민당에서 기시다 총리의 지지 기반이 될 세력으로는 '아소파'의 수장 아소 다로 부총재가 주목된다.
아소파는 당에서 유일하게 유지되고 있는 파벌로 소속 의원 수는 약 50명이다. 만약 아소 부총재가 기시다 총리를 지지한다고 표명한다면 50여 명의 표를 확보하는 셈이다.
산케이신문은 아소 부총재가 지난 4월, 파벌 해산과 관련해 불만을 품기도 했지만 2021년 총재선에서 기시다 총리를 지지했던 인물이라고 짚었다. 당시 그는 "아베 내각으로는 안 되지만 기시다가 되면 1년 만에 (방위비 증액 및 반격능력 보유가) 가능하다"며 수완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도 이 같은 배경을 아는 만큼, 아소 부총재의 지원 없이 재선은 힘들다고 보고 지난 6월 18일과 25일, 이례적으로 2주 연속 회식 자리를 가졌다.
주변에서도 아소 부총재가 기시다 총리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결국 지지하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리야마 히로시 총무회장은 당 3대 주요 보직을 맡는 한 기시다 총리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차기 총재에게 요구되는 자질로 "국제 정세에 대한 이해"와 "디플레이션 탈출(을 실현할 수 있는 경제정책 제시)"을 들었다. 에둘러 기시다 총리를 지목한 것이다.
기시다 끌어내기가 한창이었던 지난 6월에도 그는 "국제 정세가 이렇게 힘들 때 기시다 총리 이상 세계 정상에 어필할 수 있는 일본 정치인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리야마 총무회장은 기시다 총리의 상담 상대로도 알려져 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확실한 '포스트 기시다'가 보이지 않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당내 새 얼굴을 모색하기 위해 중진들과 빈번히 만나며 '키맨'으로 부상했지만, 라이벌들의 결정타가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각료 경험자는 기시다 총리가 "재선해도 1년간은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써서 의원들의 표심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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