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뛰고 있어요”···숨진 쿠팡 로켓배송 기사 산재신청
“개처럼 뛰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등 과로에 시달리다 숨진 쿠팡 로켓배송 기사 정슬기씨(41)의 유족이 산재를 신청했다.
택배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와 정씨 유족 등은 31일 오전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씨의 산재 인정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남양주2캠프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던 정씨는 5월28일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쓰러져 숨졌다. 대책위는 정씨가 사고 4주 전 주 78시간26분(야간 할증 적용) 일하는 등 과로에 시달려 왔다고 밝혔다.
정씨는 쿠팡 캠프에서 배송을 담당하는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했지만 원청인 쿠팡CLS 직원으로부터 지속적인 업무 지시를 받아 왔다. 정씨는 배송을 독촉하는 쿠팡CLS 직원의 연락에 “개처럼 뛰고 있긴 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정씨는 새벽시간 하루 100㎞가 넘는 거리를 오가며 하루 3회전 배송을 하셨고, 오전 7시까지 배송하지 못하면 이곳에서 일하지 못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일하다 결국 과로사했다”며 “정부와 국회는 쿠팡 로켓배송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에 내몰리지 않도록 지금 즉시 쿠팡CLS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에 동참시키는 절차에 착수해 달라”고 했다.
정씨의 아버지 정금석씨는 “남편과 아버지가 갑자기 없어진 가정은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속에 빠졌다. 네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쿠팡은 이제라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했다.
쿠팡CLS는 “택배기사의 업무가 과도하지 않도록 국토부 표준계약서에 명시된 작업 일수·시간에 따라 관리해 줄 것을 배송업체에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최근까지 쿠팡 로켓배송 노동자들의 산재가 잇따랐다. 지난해 10월13일 새벽 4시40분쯤 경기 군포에서는 쿠팡 로켓배송 기사가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최근에는 제주에서 심야 로켓배송이 시작된 지 1주일 만에 1명이 숨지고 1명이 쓰러졌다.
쿠팡CLS-위탁업체-일용직·특수고용직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일도 반복된다. 근로복지공단은 쿠팡 캠프 위탁업체를 전수조사해 2만여명의 산재·고용보험 미신고를 적발했다. 캠프 택배기사들이 정씨처럼 원청인 쿠팡CLS로부터 업무지시를 지속적으로 받아 온 정황도 드러났다. 노동계와 야당은 쿠팡CLS의 불법파견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와 노동존중실천국회의원단은 지난 30일 오전 3시쯤 정씨가 일하던 남양주2캠프에 ‘새벽배송 현장점검’을 나섰지만 쿠팡CLS측이 가로막아 불발됐다. 의원들은 “문제의 핵심을 은폐하려는 수작”이라고 했고, 쿠팡CLS는 “작업자들의 안전과 배송 업무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불가피했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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