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홍보하려 사망 자작극? 법조계 “공무집행방해 성립 가능”

지인 동원해 빌딩 옥상에서 추락한 것처럼 꾸며내

래퍼 치트키. /인스타그램

신곡 홍보를 목적으로 지인들과 모의해 본인의 사망 자작극을 벌인 래퍼 치트키(21·본명 정준혁)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정씨의 행위에 고의성이 있었다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씨는 지난 30일 지인의 소셜미디어 계정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자신이 전날 서울 중랑구 상봉동의 한 빌딩 옥상에서 영상을 촬영하던 중 떨어져 사망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자신을 정씨 지인으로 소개한 한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치트키가 팔로어 1400명 달성 공약으로 옥상에서 떨어지는 흉내를 내려고 하던 중 아래로 추락했다”며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본인을 정씨 여자친구라고 알린 한 사용자는 정씨의 어머니와 나눈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오빠 어머니와 1시간 반 통화했다. 너무 울어서 눈이 떠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오빠가 꿈꾸던 세상에서 자유롭게 잘 살 거라 믿는다. 평생 추모하면서 살게”라고 했다. 정씨 인스타그램에는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날 오후 4시 20분쯤 정씨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반갑노”라는 게시글을 올리면서 이러한 행위가 자작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함께 올린 영상에는 정씨가 한 빌딩 옥상 난간에 서서 춤을 추는 모습과 화장실에서 전기톱을 들고 몸을 흔드는 모습 등이 담겼다. 해당 게시글에는 “이게 재밌나. 장난이라지만 선을 넘었다” “살아있어서 다행이지만 배신감이 든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그의 사망 소식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자 이날 오후 경찰과 소방당국은 본지 통화에서 “확인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29일 밤 해당 빌딩 인근에서 추락사 등 변사 사건이 접수되거나 출동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랑구 관계자는 “별도로 신고된 건은 없다.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씨가 고의적으로 이런 행위를 했다면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변호사는 “소셜미디어에 자작극을 꾸미면서 경찰, 소방 등이 실제로 출동하는 경우까지 상정하고 이런 일을 벌였다면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오늘 오전 정씨의 자작극 여부를 파악했다”며 “다만 현재로선 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 등 혐의로 정씨에 대한 입건 전 조사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