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북한···고무보트 탄 김정은 ‘수심 가득’
도당위원회 책임비서 등 경질
중·일·러 ‘위로 전문’ 보낼지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압록강 인근에서 대규모 홍수 피해가 발생한 책임을 물어 도당위원회 책임비서와 사회안정상(경찰청장에 해당)을 경질했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이 북한에 홍수 피해를 위로하는 서한을 보낼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9~30일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폭우 피해에 따른 복구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이번 회의를 진행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0일 평안북도당 및 자강도당의 책임비서, 사회안전상을 각각 교체했다. 평안북도당 책임비서는 리히용 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임명됐다. 자강도당 책임비서는 박성철 평안북도당 책임비서가 맡게 됐다. 자강도는 평안북도에 비해 정치·경제적으로 비중이 낮아 사실상 좌천성 인사로 평가된다. 사회안전상은 리태섭에서 방두섭 당 군정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교체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9일 첫날 회의에서 “당과 국가가 부여한 책임적인 직무수행을 심히 태공(태업)함으로써 용납할 수 없는 인명피해까지 발생시킨 대상들에 대해서는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압록강 하류에 있는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는 4100여 세대에 살림집과 약 3000정보(약 2975만㎡·900만평)의 농경지 등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이 침수됐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구명보트를 타고 신의주 침수 피해 현장을 살펴보는 사진도 공개했다. 구체적인 인명 피해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앞서 통신은 의주군 주민 5000여명이 고립 위기에 처해 군이 구조작업을 펼쳤다고 보도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전략과 통신 복구, 의약품 마련 사업을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상당한 피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이 이번 북한의 홍수 피해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는 지난 6월 북한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면서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북한에 위로 서한과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물질적 지원을 하는 것을 넘어서 북·러가 밀착을 통해 협력 구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러시아가 지원 의사를 표명할 것이고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북한에 위로 전문을 전달할지가 주목된다. 중국이 북·러 밀착 강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북한과 관계에 이상 기류가 흐른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1월 중국에서 지진 및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위로의 뜻을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이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전략적으로 북한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위로 전문을 보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를 두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이례적으로 위로 전문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기시다 총리를 ‘각하’라고 칭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북한에 위로 전문을 보낸다면, 북·일 정상회담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라며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기시다 총리가 지지율 반등을 꾀하기 위해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3월 “일본 측과의 그 어떤 접촉도, 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밝힌 점에 비춰, 일본이 이번에 반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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