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가는 기술주 회의론…"M7 밖에서 기회 찾아야"
"미국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금리인하 사이클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국채시장, 투자등급회사채시장, 하이일드채권 등 채권시장 전반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M7(매그니피센트7) 밖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때가 도래했다고 생각합니다"
AB(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은 3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2024년 하반기 글로벌 시장 전망 간담회'를 개최했다. AB자산운용은 지난달 기준 1062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2024년 하반기 글로벌 채권시장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유재흥 AB자산운용 선임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가 채권시장 전반에 긍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기준금리 인하시점이 계속해서 밀리며 올해 상반기 채권수익률은 주식수익률에 뒤처졌다. 글로벌하이일드 등 크레딧채권은 선방했으나 미국·일본·유로존 등 주요국 국채가 부진했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변화와 관계없이 시장의 자금은 7개월째 채권시장에 유입됐다. 유 매니저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시장의 심리변화는 크게 요동쳤지만 채권수요는 꾸준히 이어져왔다"고 말했다.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끈적이는 인플레이션 현상도 하반기로 갈수록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 에너지, 상품가격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내려왔다. 주택가격이 최근 하락조짐을 보이는 만큼 미국 물가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주거비용도 향후 둔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통상적으로 주거비용은 주택가격을 후행한다.
동시에 경제성장률은 견조한 모습을 보여 경착륙보다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 유 매니저는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9월과 12월 금리를 한 차례씩 인하하고 내년에는 분기마다 1회씩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과 영국 등 다른 국가들도 방향은 비슷할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도 과거와 비교하면 정책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Higer for Longer'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면 6조달러에 달하는 MMF(머니마켓펀드)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하 시점에서는 국채, 투자등급회사채, 하이일드채권 모두 수익률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유 매니저는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면 절대적 밸류에이션이 나쁘지 않은 기관MBS(주택저당증권), CLO(자산담보부증권) 등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이 매니저는 "올해 상반기부터 기술업종 내에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따라 다각화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상화가 이뤄지는 기간은 특정하지 않았으나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역사적으로 큰 쏠림이 있었던 이후에는 정상화 과정이 매번 있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현상황이 2000년대 초 닷컴버블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AI(인공지능)산업은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업들과 달리 수익 모델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기저가 낮으면서 AI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헬스케어 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AB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증시 전망 간담회에서도 헬스케어 업종을 주목할 산업으로 꼽은 바 있다.
그는 "헬스케어 업종의 수혜가 아직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밸류에이션이 저렴할 뿐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성장성도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이 과거 대비 높게 유지되더라도 투자자에게 불리하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이 매니저는 "역사를 돌이켜보면 제로금리는 보편적이지 않은 아웃라이어(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난 표본)에 가까웠고, 2%대 금리가 일반적이었다"며 "현재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주식시장에 불리하지 않다"고 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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