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지는 지구…인간은 우주 식민지를 개척할 수 있을까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태어난 것은 모두 죽는다. 길어야 100년 남짓한 짧은 생을 살아가는 인간은 물론이고, 수십억 년을 지탱해온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의 수명은 최대 75억년이다. 에너지의 주 연료인 수소를 탕진한 태양이 지구를 삼킬 정도로 팽창하는 적색 거성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지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전에 인류는 끝장날 것이다. 10억년이 지나면 지구가 받는 태양에너지는 10% 정도 증가해 지구 표면온도가 섭씨 50도에 이르고 이에 따라 몇백만년 뒤에는 바다는 물론, 지구상의 모든 물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버텨내도 대단한 성과다. 소행성과의 충돌, 화산 대폭발 등 수많은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서다. 지난 5억년 동안에만 5차례에 걸쳐 대멸종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지구상에 나타난 종(種)중 99%는 멸종했다.
게다가 이런 자연재해뿐 아니라 인류가 자초한 기후 변화가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인간은 탄소를 소비하면서 지구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구 온도가 자칫 아무리 노력해도 이전으로 돌릴 수 없는 임계점(티핑포인트)을 넘길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지구 대체제, 즉 '우주 식민지'를 개척해보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구형 행성인 수성, 금성, 화성은 물론이고, 지구 위성인 달에서조차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이탈리아 천체물리학자 아메데오 발비는 말한다. 신간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를 통해서다.
일단 수성은 대기가 거의 없으며 밤에는 섭씨 -170도까지 떨어지고, 낮에는 420도까지 오른다. 방사선, 태양풍도 많다. 공전 속도가 매우 빨라 로봇 탐사선이 착지하기도 어렵다. 실제 탐사선이 가본 적조차 없다고 한다.
금성(金星)은 이름과 달리 "지옥 같은" 곳이다. 섭씨 500도에 이르고, 지표면의 표면 압력은 지구의 90배에 달한다. 이는 지구 바닷속 1㎞ 지점에서 받는 압력과 비슷한 규모다. 대기에는 강한 독성과 부식성 물질로 가득하다. 온실가스가 두터워 수성보다 태양과의 거리는 더 멀지만, 더 덥다.
달은 대기가 거의 없어 온도 변화가 심하다. 낮에는 130도까지 상승하고, 밤에는 -170도까지 떨어진다. 자전주기가 29일이나 되니 긴 밤을 견뎌야 한다. 중력도 지구의 6분의 1 수준이다. 장기 체류한다면 근육 위축은 물론, 뼈 질량 감소, 혈액순환, 혈압, 심장 기능 등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화성도 혹독하긴 마찬가지다. 평균기온은 -60도, 밤에는 -150도 이하로 떨어진다. 적도 주변 지역에서 표면온도가 20도까지 오를 수 있지만 대기 밀도가 낮아 고도가 높아지면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예컨대 화성 표면에 서 있으면 발밑은 쾌적하지만, 머리 보호구는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다. 방사선도 강하다. 5일 치 노출량이 지구에서 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방사선량과 맞먹는다. 얼음이 극지방에 있지만, 이를 부분적으로라도 녹이려면 고출력 핵탄두 수천발이 필요하다. 이에 따른 방사능 오염과 핵겨울 현상은 차치하고라도 그만큼의 고출력 핵탄두 자체가 인류에겐 없다.
저자는 지구 이외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일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우주 식민지를 추진 중인 머스크,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등이 사람들의 꿈을 이용해 경제적 이윤 추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런 일보다는 탄소 사용량을 줄이는 등 기후 온난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다급하면서도 합리적인 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나는 지구의 운명과 인류의 운명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걸 확신하며, 개인적으로 종의 불멸을 추구하는 것은 합리적인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지구는 우리의 진짜 우주선이다. 우리가 능력을 발휘하고, 의문을 품으며 해결책을 창조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지구는 여전히 많은 세대에게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북인어박스. 장윤주 옮김. 26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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