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의 다큐멘터리를 완성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7. 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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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하이브 레이블즈 유튜브

그룹 르세라핌이 컴백을 앞두고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다만, 이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반응이 다양한 이유는 지금 르세라핌이 마주한 어려움과 다큐멘터리 속 르세라핌이 마주한 어려움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르세라핌이 마주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성장한 모습이 필요하다. 

르세라핌은 지난 29일 하이브 레이블즈 유튜브 채널을 통해 두 번째 다큐멘터리 'LE SSERAFIM - Make It Look Easy'를 공개했다. 'Make It Look Easy'라는 타이틀은 지난 2월 발매된 르세라핌의 미니 3집 타이틀곡 'EASY'의 가사이기도 하다.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2022년 연말 무대 연습부터 'EASY' 준비 기간까지 1년여간 치열한 시간을 보낸 르세라핌 멤버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정규 1집 'UNFORGIVEN' 발매를 앞둔 미디어 쇼케이스 리허설 중 과호흡이 온 홍은채나 보컬 연습을 하던 중 눈물을 터뜨린 사쿠라처럼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한계에 마주친 멤버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렇게까지 힘들고 울면서 하고 있는 게 대체 무엇 때문인지"라는 사쿠라의 고민은 화려한 모습 뒤에 감춰져 있던 고민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또한 "저희 좀 좋아해 달라"고 말하는 김채원이나 "대중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털어놓는 허윤진의 모습은 그토록 강해 보였던 르세라핌도 흔들릴 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줬다. 

/사진=하이브 레이블즈 유튜브

물론, 르세라핌은 눈앞에 맞닥뜨린 거대한 벽에 걸음을 멈추는 대신 벽을 부수고 앞으로 전진해나갔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는 허윤진의 고민에 "회사 눈치 보지 말고, 대중 눈치 보지 말라"고 조언하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모습은 르세라핌을 전진할 수 있게 만드는 큰 동력이 됐다. 

이는 르세라핌이 지금까지 보여준 음악과도 연결된다. '독기'라는 콘셉트로 대표되는 르세라핌의 음악은 주변의 시선과 의심에도 당당히 나아가겠다는 것. 'FEARLESS', 'ANTIFRAGILE', 'UNFORGIVEN'으로 이어지는 부정형 3부작에 더해 가장 최근 발매작인 'EASY' 역시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르세라핌이라는 그룹을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이번 다큐멘터리는 이들의 서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사진=하이브 레이블즈 유튜브

다만, 이러한 서사 구조와 별개로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이 대중들을 납득시켰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아직 완전히 떼어내지 못한 가창력 논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르세라핌는 실력, 그중에서도 가창력 논란이 지적됐다. 사쿠라는 첫 공연 직후 "적어도 우리에겐 최고의 무대였고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라는 소감을 전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바로 다음 주 이어진 공연에서는 첫 공연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지만, 논란이 완전히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일관된 서사로 자신들의 캐릭터를 구축한 르세라핌의 모습이 대중을 설득하려면 자화자찬보다는 스스로 이겨냈음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 르세라핌의 서사에서 자신들의 발목을 붙잡은 건 사람들의 시선, 자신에 대한 불안감 등 내적인 부분이었다. 자신들이 이겨냈다고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지금 르세라핌을 가로막은 건 가창력, 다시 말해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이다. 르세라핌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형태의 벽이자 외부에서 그 변화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요소다. 

코첼라 무대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르세라핌에게는 가창력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EASY' 준비 기간까지의 과정이 담긴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코첼라와 관련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그전까지 여러 의심과 비판으로 힘들어하던 멤버들의 모습에서 코첼라 논란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겼을 것이라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꼬리표가 붙는 건 쉽지만 이를 떼어내는 건 어렵다. 한두 번의 무대가 아닌 꾸준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야 점차 이같은 모습이 지워질 수 있다. 그리고 무대를 가장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컴백이다.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르세라핌은 오는 8월 말 컴백이 유력하다. 코첼라 이후 앨범 준비에만 집중했던 르세라핌은 지난 6월 29·30일 일본에서 팬미팅을 개최하고 SBS 2024 가요대전 서머에 출연하는 등 조금씩 활동 재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시련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하나의 서사라면 르세라핌의 가창력 논란은 아직 완성되지 못한 불안정한 서사다. 이번 컴백은 이 서사의 절정 단계이자 해피 엔딩과 배드 엔딩을 결정지을 중요할 분수령이다. 르세라핌은 이번 서사를 매듭짓고 새로운 서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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