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다 졌다"…로봇 대결한 한국 양궁, 독특한 훈련법 또 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 남녀 대표팀 모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가운데 독특한 양궁 훈련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오진혁 전 국가대표 양궁선수(43·현대제철)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양궁 단체전에서 한국 남녀 대표팀 모두 정상에 오른 것을 두고 "주변에서 우려하는 말이 좀 들렸는데, 저는 선수들의 훈련 과정을 다 지켜봤기 때문에 잘할 거라 믿고 있었다"며 "동생들이 잘해줘서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나라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었는데, 한국 지도자들이 훈련을 맡으면서 더 극대화됐다"며 "워낙 잘 쏘는 선수들이었는데 한국의 기술력까지 더해지니 기록이 안정적으로 올라왔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자의 경우 중국 선수들이 많이 따라온 상황"이라며 "남자는 어느 나라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오진혁은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의 실력이 좋은 이유에 대해 "학연과 지연을 다 뺀 투명한 선발 과정이 중요하다"며 "선발된 선수들도 의지가 강하고 목표 의식이 뚜렷해서 꾸준히 잘한다. 국민들의 기대도 있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훈련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친한 선수랑 선발전을 치른다고 '느슨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아무리 친하고 예뻐하는 동생이라고 해도 경기할 때는 진심을 다했다. (투명한 선발 과정을) 자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혹독하고 체계적인 훈련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새벽녘에 한강을 따라 혼자 걷는다. 200m 간격을 두고 선수들이 한 명씩 출발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혼자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혹한기에 걷다 보면 추운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 그런 훈련이 저한테는 도움이 많이 됐다"며 "신체를 약간 혹사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훈련"이라고 덧붙였다.
오진혁은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의 소음 훈련도 했다. 올림픽 무대에서는 경기장에 관중이 많이 있지 않냐"며 "현장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야구장, 축구장에서 중압감을 느껴보는 거다. 야구의 경우 구단에 양해를 구하고 15~20분 정도 여자, 남자 선수들이 단체전 경기를 진행한다"고 했다.
이어 "바람 적응 훈련도 한다. 바람이 9시 방향에서 3시 방향으로 부는 장소에 찾아가는 것"이라며 "올림픽이 열리는 현지 환경이랑 최대한 흡사한 부분을 찾아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현지 경기장과 똑같은 특별 세트장을 만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오진혁은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을 최대한 비슷한 실력의 다른 선수들과 매일 경기하게 한다"며 "올림픽 나가는 선수들이 터무니없이 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면 선수들이 자신의 수준을 각성하고 경기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슈팅 로봇도 개발해 훈련에 도입했다. 원래 불량 화살을 골라내는 용도였는데, 진화시켜서 70m 거리에서 발사하게 했다"며 "현재까지 로봇과의 대결에서는 사람이 다 졌다. 감정이 없고, 바람 방향도 스스로 판단해서 잘 맞힌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돈이 많이 드는 훈련 아니냐'는 질문에는 "맞다. 금전적으로 부담이 있는 훈련들"이라며 "양궁협회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시지 않냐. 어려움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연습할 수 있게 무한 지원을 해주신다.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감사해했다.
오진혁은 첫 번째 올림픽 출전이었던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양궁 남자 개인전 금메달이었다.
2021년에는 도쿄 올림픽에 만 40세에 출전, 단체전에서 김우진(32·청주시청), 김제덕(20·예천군청)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오진혁은 결승전에서 맨 마지막 주자로 나와 활시위를 놓자마자 "끝"이라며 우승을 확신했고, 실제 화살이 10점에 꽂히면서 금메달을 획득해 화제가 됐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파리 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과 혼성전의 금메달 3개 획득에 나선다. 오는 8월 3~4일 각각 결승전이 열린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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