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4개 연출한 로르바케르 어떻게 ‘젊은 거장’이 됐나

김은형 기자 2024. 7. 3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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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영화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는 불과 4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한 젊은 감독임에도 칸 황금종려상 수상이 예약된 거장으로 꼽힌다.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로르바케르는 동시대 감독 중에서도 눈에 띄게 창의적이고 자기만의 영화문법을 가진 감독"이라며 "그의 작품들은 이탈리아의 이야기를 하면서 보편적인 세계를 다루고, 현실을 다루면서도 과거와 미래, 현실과 환상을 오가면서 다른 매체로는 대체할 수 없는 영화적인 경험을 제공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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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원더스’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이탈리아 영화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는 불과 4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한 젊은 감독임에도 칸 황금종려상 수상이 예약된 거장으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장편 데뷔작 ‘천상의 몸’(2011)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대받은 뒤 두 번째 연출작인 ‘더 원더스’(2014)로 칸영화제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세 번째 작품 ‘행복한 라짜로’(2018)는 각본상을 탔고 지난해 내놓은 신작 ‘키메라’도 경쟁부문에 올랐다.

상업성 없는 작은 규모의 예술영화임에도 모니카 벨루치(‘더 원더스’), 조시 오코너(‘키메라’) 같은 인기 배우들이 손들고 출연하며 마틴 스코시즈가 ‘행복한 라짜로’ 제작자로 나섰다. ‘행복한 라짜로’를 2010년대 최고영화 목록에도 꼽은 봉준호 감독은 로르바케르를 ‘향후 20년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질 감독 20인’에 꼽았다.

더 바랄 것없는 주목을 받는 로르바케르의 작품에는 늘 이탈리아의 현실이 담겨있다. 이탈리아 배경이라면 고대와 중세의 유적이 가득한 아름다운 관광도시를 떠올리지만 로르바케르의 앵글에는 가난과 무지, 삶과 역사의 중심부에서 밀려난 황량한 풍광이 등장한다.

유물 도굴꾼들을 소재로 한 ‘키메라’에서조차 수천년간 경외심을 자아내던 유물이 돈 앞에서 얼마나 보잘것없는 돌덩어리로 변질하는지 보여준다. 줄거리만 보면 리얼리즘 드라마 같지만 그의 작품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되는 표현은 ‘마술적 리얼리즘’이다. 차가운 현실을 다루면서도 감독이 고집하는 필름에 아날로그적 질감으로 담긴 풍광과 인물들 사이에 흐르는 공기는 따뜻하고 신비로우며 때로 감정의 격랑을 일으킨다.

영화 ‘키메라’.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2018년부터 젊고 뛰어난 현역 감독들을 ‘동시대 시네아스트’를 선정해온 무주산골영화제는 2024년의 인물로 로르바케르의 선정해 그의 전작을 소개하기도 했다.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로르바케르는 동시대 감독 중에서도 눈에 띄게 창의적이고 자기만의 영화문법을 가진 감독”이라며 “그의 작품들은 이탈리아의 이야기를 하면서 보편적인 세계를 다루고, 현실을 다루면서도 과거와 미래, 현실과 환상을 오가면서 다른 매체로는 대체할 수 없는 영화적인 경험을 제공한다”고 평했다.

‘행복한 라짜로’와 ‘키메라’에 이어 31일 국내 개봉한 ‘더 원더스’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 두 작품보다 영화로 들어가는 문턱이 낮아 로르바케르 입문 작으로 추천할만한 영화다. 토스카나 시골에서 마을과 외떨어져 엄마, 아빠, 동생 셋과 양봉 일을 하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소녀 젤소미나의 이야기로 실제 이 지역에서 양봉업을 하는 가족에서 자랐던 감독의 출신 배경이 담겼다.

케이(K) 장녀가 아닐까 싶게 아빠와 고되게 일하고 동생들을 돌보는 젤소미나는 또래 아이들처럼 답답한 집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도 외면하지 못한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빠는 꼬마 때 젤소미나가 낙타를 갖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걸 기억하며 선물이랍시고 고생해서 번 돈으로 실제 낙타를 사와 사춘기 딸을 망연자실하게 만든다. 어느 날 보호관찰 중인 독일 소년이 집에 일꾼으로 들어오면서 바뀌는 집안의 공기를 영화는 젤소미나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로르바케르 감독은 무주산골영화제에 보낸 메시지에서 “영화는 우리가 이방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하고 우리 자신을 낯선 시선으로 보게 한다. 이런 시선 덕에 우리는 이방인을 환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원더스’ 개봉을 기념해 씨지브이(CGV)는 다음달 6일까지 ‘로르바케르 감독전’을 열고 국내 개봉작 3편과 미개봉작인 ‘천상의 몸’을 상영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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