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서 흑산도 바다생물 탐구 체험…실학박물관, ‘~자산어보’ 특별전
어린이·가족 단위 큰 호응…“관람객 5만명 돌파”
형제인 정약전과 정약용은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들이다. 공교롭게도 정약전(1760~1816)·정약용(1762~1836) 형제는 1801년 천주교 박해사건(신유박해)으로 모두 유배를 떠나야 했다. 정약전은 완도 인근 신지도와 신안 우이도를 거쳐 흑산도로, 정약용은 포항 장기에 이어 전남 강진이다.
이들 형제는 힘든 유배생활 중에도 여러 책을 집필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 정약용의 ‘목민심서’ 등이 대표적이다. 직접 확인·실험·연구한 객관적 사실로 진실을 탐구하고 실용적인 학문을 강조한 실사구시의 실학 정신, 또 그런 학문 태도를 지닌 실학자들 다운 성과다.
특히 영화나 소설로도 잘 알려진 ‘자산어보’는 우리나라 첫 해양생물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정약전은 유배지인 흑산도(정약전은 흑산도를 ‘자산’으로 부름) 앞바다에 살고 있는 바다 동식물의 생김새, 특성, 잡는 법, 실생활에서의 활용법 등을 ‘자산어보’로 정리했다. 모두 155종 220여 가지에 이른다. ‘자산어보’는 정약전의 책에 정약용의 제자인 이청의 추가 설명이 덧붙여져 1814년 완성됐다. ‘자산어보’는 기록유산의 가치와 더불어 섬사람들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실학 정신의 대표적 사례다.
‘자산어보’를 흥미롭게 전시로 풀어낸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 특별전이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경기 남양주시)에서 열리고 있다.
실학박물관 개관 15주년 기념 특별기획전인 전시는 관람객 중심의 체험형 전시로의 기획과 구성, 퀴즈·색칠하기·퍼즐 맞추기 등 다양한 체험, 멀티미디어와 인공지능(AI) 활용, 예술가들의 협업을 통해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채로운 전시 체험,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각종 전시기법으로 가족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는 것이다.
실학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은 입소문을 타면서 인근 지역은 물론 서울 지역 가족단위 관람객들까지 많이 찾아 관람객 5만 4000명을 돌파했다(7월말 기준)”고 31일 밝혔다. 박물관 측은 “‘자산어보’의 집필 과정과 내용을 통해 바다생물에 대한 체험과 이해, 호기심 충족, 나아가 실사구시 정신의 실학을 이해하는 특별한 경험이 호응을 얻는 것같다”며 “방학동안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 증가가 더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시는 ‘자산어보’의 내용을 기반으로 ‘자산어보’의 소개(1부)부터 바다생물들의 분류, 특성 알아보기, 이름 짓기, 쓰임 찾아보기, 그리고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바다생물 그림 등 모두 6부로 구성됐다.
전시장에서 관람객은 ‘자산어보’의 물고기 분류법에 따른 바다생물들을 살펴본 후 정약전이 생물의 특성을 알아낸 관찰·탐구의 과정과 내용을 멀티미디어, 체험 등으로 이해하게 된다. 낙지·해파리·바다거북·가마우지·고등어·문어·날치·꽃게·전복 등의 특성을 쉽고 재미나게 확인하는 것이다.
또 정약전이 131가지 바다생물의 생김새·습성에 따라 이름을 지어준 방식을 알아보고, 상상력을 발휘해 직접 이름을 지어볼 수도 있다. ‘자산어보’에 실린 상처 치료나 조리법 등 삶에 도움이 되는 바다생물의 활용방법도 체험 전시물로 살펴본다. 이어 ‘자산어보’에 있는 생물들의 그림을 직접 그려보거나, 발달장애 예술가 30여명이 상상력·예술성으로 표현한 작품들, 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까지 살펴본다. 실학박물관은 “‘자산어보’에는 생물의 그림이 없다”며 “이번 전시는 관람객, 예술가들의 참여로 이 시대의 자산어보를 완성하는 셈이어서 전시명도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라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전은 기존의 유물 중심이 아니라 관람객 중심, 수동적 전시공간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이 가능한 능동적 문화공간으로써의 박물관 변신이 두드러진다. 관람객의 참여와 소통, 적극적 경험으로 전시 주제를 보다 흥미롭게 이해하는 것이다. 어린이 눈높이를 맞춘 전시물, 멀티미디어의 적극적 활용도 돋보인다.
전시와 연계한 초등생 대상의 교육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과 협력으로 ‘자산어보’의 바다생물을 주제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려보는 것인데 생성형 AI 도 활용한다. 참여 방법 등은 실학박물관 누리집(www.silhak.ggcf.kr)을 참조할 수있다. 이번 전시는 전남 강진군 다산박물관에서 순회 전시도 예정되어 있다. 실학박물관 김필국 관장은 “이번 특별전이 흥미로운 전시 체험을 통해 ‘자산어보’와 정약전, 실학자, 실학 정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학박물관은 다산 정약용의 생가와 묘·문화관 등이 있는 ‘정약용 유적지’(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 팔당호를 끼고 있는 수변 공원 다산생태공원과 붙어 있어 역사문화 체험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시는 10월 27일까지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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