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소 막을게 아니라 불법점거부터 막아라" 재계의 호소

이태성 기자 2024. 7. 3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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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 재논의 시발점이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현재 불법쟁의행위를 둘러싼 손해배상문제의 절대다수가 폭력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장 점거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추진하는 노조법 개정안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개정 내용을 전혀 담지 않고 오히려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봉쇄해 극단적인 불법쟁의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발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사업장점거 금지 등 합리적인 노사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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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불법점거가 이뤄지고 있는 1도크 선박 /사진=김도현 기자

#2022년 6월 대우조선해양의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지회 노조는 원청업체인 대우조선해양에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지급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작업장 입구를 점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51일간 지속된 하청지회 파업으로 신규 선박 진수가 5주 미뤄졌고, 이로 인해 약 8000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대우조선해양은 노조원 5명을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 재논의 시발점이다. 노조원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렸다며 더불어민주당은 노조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강행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노조의 작업장 점거가 없었다면 회사에 8000억원에 이르는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31일 국내 불법파업의 대부분이 사업장 점거에서 비롯되는 만큼 노란봉투법 도입에 앞서 이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해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생산 기타 주요업무시설 등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는 불법이다. 그런데 이 법이 금지하고 있는 장소 이외에 대해서는 부분적·병존적 점거가 허용된다고 해석되면서 여전히 사업장 점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이 행위가 불법인지에 대한 판단도 관할 법원마다 판단이 엇갈리기도 해 산업현장에 혼란이 큰 상황이다.

2022년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파업 손해배상청구 원인의 49.2%(63건 중 31건)가 사업장 점거에 의한 생산중단이다. 사업장 점거는 특성상 위력이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29건)이었고, 위력으로 점거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등에 대한 폭행·상해가 동반되는 경우도 71%(22건)에 달한다. 파업으로 인한 전체 손해배상인용액의 98.6%도 사업장 점거에 따른 것이었다.

경총은 이를 근거로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 문제라면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그 주요 원인인 폭력적인 사업장 점거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장 점거 관행만 사라져도 노조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다.

경총은 또 "주요 선진국의 경우 원칙적으로 사업장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허용하지 않으며, 대부분 쟁의행위가 사업장 밖에서 이뤄지고 있어 우리나라와 같이 극단적인 갈등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판례법에 따라 사업장 점거는 불법이고, 영국은 사용자의 퇴거요구에도 직장점거 시 무단침입, 업무방해가 성립한다고 본다. 독일도 사업장 점거 형태의 쟁의행위를 위법으로 간주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현재 불법쟁의행위를 둘러싼 손해배상문제의 절대다수가 폭력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장 점거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추진하는 노조법 개정안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개정 내용을 전혀 담지 않고 오히려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봉쇄해 극단적인 불법쟁의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발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사업장점거 금지 등 합리적인 노사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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