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씻고 만난 尹-韓…손 잡고 당정 난제들 풀어나갈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비공개로 만났다. 한 대표 약점으로 꼽혔던 당정 소통에 대한 우려가 일부 씻겨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가 향후 대통령실과의 원만한 소통을 통해 복잡한 당내 현안들을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1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전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1시간30분쯤 대화를 나눴다. 정진석 비서실장만 배석했다. 각자 점심 약속을 미룰 정도로 화기애애한 대화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애정 어린 조언을 하고 한 대표는 잘 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검사 시절부터 가까운 사이였지만 한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끌면서 불협화음을 냈다.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을 두고 자주 부딪혔고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다. '약속대련'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가 알려진 바보다 더 좋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 중론이었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뒤에야 두 사람 사이가 회복될 기미가 보였다. 윤 대통령은 전당대회 다음날인 지난 24일 국민의힘 새 지도부 등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함께 식사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우리가 앞으로 하나가 돼 우리 한동훈 대표를 잘 도와줘야 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식사 이후 엿새 만에 다시 만났다. 갈등이 상당 부분 봉합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만남이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국정의 동력을 얻기 위해 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 대표는 현 정부를 성공시키는 여당 대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향후 정치적 행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당 안팎에서는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각종 현안들을 원활하게 해결해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날 만남에서는 당 지도부 인선 외의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현안에 대한 소통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수차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장 큰 숙제다. 한 대표는 그간 제3자가 추천하는 방식의 특검 도입을 주장해 왔다. 특검 도입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계속해서 특검법을 추진할 태세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를 지어야 할 문제다.
이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대표가 당선된 뒤에는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지켜보고 다시 논의하자는 식의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다만 두 사람 모두 뱉은 말을 지키려 하는 성격이라는 점에서 또 다시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 인선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당 대표가 알아서 하시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정점식 정책위의장 유임 여부를 두고 발생한 논란을 불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대통령실에 다녀온 것이 정 정책위의장 교체를 위한 포석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명분을 쌓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만남에 대한 당내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고, 앞으로도 소통에 소홀할 것이라는 공격을 받아온 만큼 우려를 씻어내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최근 자신의 측근들에게 "언제든 대통령과 연락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당정간 소통하는 모습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예전부터 윤 대통령과 묘한 긴장감 유지를 해 나가는 불안한 모습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 걱정을 일정 부분 없앨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 대표의 리더십, 당내 입지에 마냥 긍정적인 영향이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엄경영 소장은 "한 대표는 대통령과의 차별화, 수평적 당정관계 등에 대한 기대로 60%가 넘는 높은 지지를 얻었는데 당장 굽히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적으로는 내밀하게 소통하면서도 공적으로는 각을 세우는 투트랙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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