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野 강행 노란봉투법에 “헌법·민법과 충돌, 세계적 유례 없어”
“최저임금, 급격히 올려서도 안 되지만 너무 낮아도 안 돼”
“정년 연장 반대하는 사람 없지만 젊은 층 취업도 고려해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31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강행 처리를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현행 헌법과 충돌하는 점이 있고, 민법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면이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여러 계약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책임을 묻는 내용이 많아 이미 학계 등 전체적으로 상당한 문제 제기가 됐고, 세계적으로도 이런 입법 사례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난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언급하며 “국회에서 충분하게 논의하고 이해 당사자들이 충분한 논의·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쳐서 입법한다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야권은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반대 속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했다. 이 법안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해 국회로 돌아왔고, 재표결에서 최종 부결됐다. 그러자 22대 국회 출범 직후 내용을 더 강화시킨 노란봉투법을 발의했고,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데 이어 이날 법제사법위원도 통과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김 후보자는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는 하청업체 근로자 등 약자 보호라면서 “과도한 노동 투쟁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가 과도해 노조나 개인을 파산시키는 일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식 현 고용부 장관은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는 것으로 결정된 후 “국가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개별 기업 노사가 임금협상을 하듯 진행돼 소모적 갈등과 논쟁이 반복된다”며 결정 방식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려서도 안 되지만 너무 낮아서도 안 된다”며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일본에서 가장 높은 도쿄보다 높고 미국 뉴욕보다는 적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상위 10%와 격차를 줄이는 유용한 수단으로 작동하면 좋겠는데, 너무 올리면 식당이 무인(無人)으로 다 바뀐다”고 했다.
사업주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과 별도로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는 주휴수당을 줘야 한다. 이 때문에 일주일에 14시간만 일을 시키는 ‘쪼개기 근로’가 성행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초단시간으로 (근로 시간을) 자르면 이 사람은 투잡, 쓰리잡 뛰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층에 있는 분들이 몇 명인지, 올릴 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실태조사도 안 돼 있다”며 “서두르기보다 신중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현재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다. 경사노위에서 노사정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계속고용을 논의하고 있다.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 재고용 활성화 등이 논의 대상이다.
김 후보자는 계속고용에 대해 “우리나라는 호봉제로 그냥 정년연장을 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며 “법률로 정년을 연장해버리면 젊은 층이 갈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젊은 층 취업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라며 “급하게 일방적으로 ‘왜 정년 연장을 안 하느냐’는 식으로 하기보다는 충분히 논의하고 영세 노동자 등 다양한 목소리도 들으며 이해·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가장 어려운 것은 (노동조합이) 조직도 안 되어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식당·미용실 이런데 일하시는 분들”이라면서 “최저임금 이하로 돈을 받고 임금이 체불되어 일한 만큼 못 받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고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대해 “윤 대통령의 법치주의 노동 개혁은 지난 2년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며 “노동계, 사용자 단체, 국회, 학계, 언론계를 늘 경청하고 윤 대통령의 노동 개혁이 성공해 노사정이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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