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말대로라면 고용률 최고인데, 왜 '일자리' 없을까
고용 훈풍이라는 고용부 장관
고용률 높고 실업률 낮기 때문
반면 국민은 훈풍 공감 못 해
상반기 ‘대졸 백수’ 역대 최고
고령층 고용 증가에 따른 착시
현실 반영한 고용정책 필요
"올해 상반기 고용률ㆍ실업률을 보면 역대 2~3위 수준으로 양호하다." 최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 일간지 기고를 통해 밝힌 의견이다. 고용시장이 괜찮다고 평가한 거다. 이 장관의 말대로 지표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분기별 고용률을 보면 올해 2분기 고용률은 63.3%로 역대 최고치다. 5월과 6월 고용률이 63.5%로 올라선 덕분이다. 2분기 실업률은 2.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포인트 올랐지만,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2021년 이전까지 3% 후반에서 4%를 넘나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 양호하다.
하지만 상당수의 국민은 고용시장이 양호하다는 정부의 분석에 공감하지 못한다. 고용률과 실업률만으로는 현실을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다른 통계들을 보면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먼저 통계청의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보자. 이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우리나라 청년(15~29세)들이 졸업 후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11.5개월이다. 지난해(10.4개월)보다 1.1개월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연령 기준을 20~34세로 옮기면 2~3개월이 더 늘어난다. 이를 감안하면 첫 취업까지 1년 이상 걸린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대졸 백수'도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월평균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 비경제활동인구는 405만80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2000명 증가했다. 1999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후 상반기 기준으로는 가장 많다.
상당히 많은 대졸 이상의 고급인력들이 다양한 이유로 아르바이트조차 하지 않다는 거다.[※참고: 비경제활동인구는 조사기간에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있는 자'를 의미한다. 일할 능력이 있어도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이나 전혀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이런 상황들이 고용률에 반영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를 의미한다. 취업엔 1시간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도 포함된다. 흔히 생각하는 취업과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고령층의 취업 증가도 간극을 키우는 요인이다. 올해 상반기 70대 이상 취업자 수는 192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5만명 증가했다. 2018년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60대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28만2000명이 늘어나 전 연령대에서 증가폭이 가장 컸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정부가 노인일자리 사업을 지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업률도 마찬가지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수'의 비율이다. 앞서 설명한 비경제활동인구는 실업률에 반영하지 않는다. 이미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한 이들은 실업자 통계에서 제외하니 실업률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률이 높고, 실업률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고용시장이 양호하다"고 주장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 그런 분석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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