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올림픽 중계방송 말발 전쟁의 승자는?

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2024. 7. 3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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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MBC 양궁 캐스터로 나선 김성주(왼쪽). 사진=방송 영상 캡처

KBS, MBC, SBS 등 전통의 지상파 3사는 올림픽 때마다 중계방송 경쟁으로 혈전을 치른다. 2024 파리올림픽 중계방송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27일 새벽 개막식 이후 태극전사들이 출전하는 주요 경기마다 간판 캐스터와 유명 해설자들이 등장해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벌써 5개의 금메달(은 3, 동3)이 나온 31일 오전 현재, 일단 치열한 중계방송 경쟁의 승자는 MBC가 유력해 보인다. 지난 30일 시청률 전문 조사기관인 닐슨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MBC는 29일 진행된 모든 경기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남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전국 시청률 10.5%로 1위, 한국의 100번째 금메달 주인공 반효진의 여자 10m 공기소총 결승에서 수도권 2.7%로 1위, 허미미의 유도 여자 57㎏ 결승에서도 전국 6.9%까지 치솟으며 최고에 올랐다.

28일 열린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전국 시청률 10.0%)이나 27일의 서승재-채유정의 배드민턴 혼합 복식(2.0%), 김가은의 배드민턴 여자 단식(3.5%) 중계도 모두 경쟁사를 제쳤다.

KBS 역도 캐스터로 나설 전현무. 사진=예고 영상 캡처

MBC가 앞서가는 데에는 아무래도 아나운서 김성주의 힘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양한 예능에서 활약해온 김성주는 사실 전문 스포츠 캐스터 출신이다. MBC에 입사하기 전에는 스포츠 케이블 채널에서 수많은 종목의 중계방송을 하며 기본기를 갈고닦았고, MBC 재직 시절에는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2006 독일월드컵을 중계하며 스포츠 중계 실력을 국민적으로 인정받았다. 차범근 전 감독이 해설자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2002 한일월드컵의 주인공 안정환과 콤비를 이뤄 2014 브라질월드컵과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맹활약했다. 

김성주는 스포츠 캐스터로서의 전문성도 뛰어나지만, 중계방송에 최적화된 보이스를 가지고 있다. 남들보다 한 톤 높은 성량과 애드리브를 섞은 극적인 화술로 시청자를 집중시키고, 공감을 자아낸다. 중계를 거듭할수록 점차 쉬어가는 듯한 목소리도 땀이 배어 있는 것 같아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이번엔 축구 대신 양궁에서 장혜진 해설위원과 또다른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여자 양궁 결승을 긴박감 있게 전하고,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된 남자 양궁 결승은 여유와 열기를 함께 버무리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여자 양궁 대표팀이 슛오프 접전 끝에 5-4로 신승하며 올림픽 10연패의 대업을 이뤄내자, 장혜진 해설위원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김성주는 "역사의 현장에 있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다"라며 벅차오르는 감동을 시청자들과 함께 나눴다.

김대호 MBC 아나운서(왼쪽). 사진=방송 영상 캡처

요즘 MBC 예능의 대세로 떠오른 김대호 아나운서 카드도 먹혔다.

김대호는 스포츠 중계가 처음. 그러나 한국 배드민턴계의 '레전드' 방수현 해설위원과 함께 경기 중계를 맡아 경쟁사를 압도하면서 합격점을 받았다. 방 해설위원과의 호흡이 좋았고, 셔틀콕의 빠른 움직임만큼이나 박진감 넘치는 해설을 보여줬다. 

MBC는 김성주-김대호 두 아나운서를 앞세워 이번 올림픽 중계방송 경쟁에서 다른 경쟁사를 크게 앞설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개막식 시청률에선 KBS가 겨우 자존심을 지켰다. 28일 시청률 전문 조사기관인 닐슨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3사가 중계한 파리올림픽 개막식 시청률이 종합 3.0%를 기록한 가운데 채널별로는 KBS가 1.4%, MBC 1.0%, SBS 0.6% 순으로 나타났다.

KBS가 방송사 중 유일하게 현장 생중계를 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노련한 이재후 아나운서와 송승환 해설위원의 해설이 한몫했다. 특히 송승환 위원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총감독답게 풍부한 사전지식과 더불어 공연 이벤트에 관한 전문성을 보여줘 호평받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역부족이다. KBS는 MBC의 김성주-김대호에 맞설 무기로 전현무 카드를 준비했다. 자타공인 최고의 예능 MC인 전현무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스포츠 중계에 도전한다. 종목은 역도다. 전현무가 진행하는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역도 국가대표인 박혜정이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박혜정이 "비인기 종목인 역도는 중계를 잘 안 해준다"고 하소연한 이후 역도가 관심 종목으로 급부상했다.

SBS 캐스터로 나선 배성재(왼쪽). 사진=방송 영상 캡처

 SBS도 역도 중계에 큰 비중을 뒀다. 축구 간판 캐스터인 배성재를 역도 종목에 배치했다. 다양한 스포츠 중계를 해왔으나 배성재도 역도 중계는 처음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파리올림픽 역도 경기는 대회 후반부에 열린다. 7일 남자 역도 61㎏ 경기를 시작으로 대회 마지막인 11일까지 이어진다. 전현무와 배성재의 시청률 맞대결은 다음주 중반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의외의 진행자도 눈에 띈다. 개그우먼 김민경은 KBS 사격 특별 해설위원 자격으로 중계방송에 나섰다. 28일 열린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 결승전에서 이대명 전 사격 국가대표 해설위원, 이광용 캐스터와 함께 찰떡같은 하모니를 보여줬다. 결국 오예진과 김예지가 결승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흐뭇한 상황이 되자 김민경은 "이렇게 사고 칠 줄 알았다"며 환호했다. 시청률은 6.4%로 치솟았다. 

캐스터와 해설자들의 활약에 지상파 3사 경쟁의 성패가 걸려 있다. 이번엔 또 어떤 해설과 촌평이 국민적으로 회자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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