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사업 드디어 ‘감’ 잡았다…“하반기에 매출 3.5배↑”

황민규 기자 2024. 7. 3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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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6.4조원
HBM, DDR5 D램 등 고부가 제품서 선전
“차세대 HBM, 8~9월 품질인증 통과 전망”
KB증권 “하반기 역대 최대 실적 전망”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뉴스1

삼성전자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요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수익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DDR5 D램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되찾기 시작하며 메모리 영업이익률도 SK하이닉스와 대등한 수준(약 31%)으로 회복했다.

특히 이번 3분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 최대 격전지가 될 5세대 HBM(HBM3E)이 순조롭게 양산, 공급될 경우 하반기 실적은 더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 블룸버그, KB증권 등은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이 업계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을 조만간 통과하고 본격적인 납품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올해는 다르다”…HBM 사업 자신감 붙은 삼성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1462.29% 증가한 10조440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건 2022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매출은 74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3.44% 늘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매출은 28조5600억원, 영업이익은 6조4500억원이다. 비(非)메모리 부문에서 4000억~5000억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0%가량이 메모리사업부에서 나온 셈이다.

올 2분기 삼성전자의 호실적을 견인한 건 HBM과 서버용 DDR5 D램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진행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고객사와 협의된 HBM 계약 물량은 지난해의 4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HBM3E도 3분기 양산을 시작해 하반기 내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에 납품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픽=정서희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제품은 대량 양산 준비를 마쳤고 하반기에 본격적인 공급 확대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HBM3E 제품은 높은 수준의 패키징 수율을 구현해, 오는 4분기엔 전체 HBM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 수준까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존 제품보다 가격대가 높은 HBM3E 판매 비중이 커지면서 전체 HBM 매출도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는 3.5배 넘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도 삼성전자의 HBM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날 “올 8~9월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로부터 HBM3E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삼성전자는 HBM3E 본격 양산의 직전 단계인 PRA(양산준비승인) 내부 절차를 완료한 것으로 추정돼 4분기부터 HBM3E 8단 및 12단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도 전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2~4개월 이내에 삼성전자가 HBM3E 퀄 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HBM3 개발 과정에서 발열, 전력 문제를 보였으나 디자인을 변경해 이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최선단 D램, 낸드 공정전환도 가속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응해 D램 레거시 생산 라인을 선단 공정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동시에 HBM 투자는 첨단 패키징 중심 증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들이 내년 치 D램, 낸드 물량까지 계약 요청을 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메모리 시장 전반에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올해는 수요가 있는 제품 위주로 투자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D램의 경우 1b(10나노 5세대), 1c(10나노 6세대)로, 낸드는 236단~300단대 제품인 V8, V9으로 빠르게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 인프라 수요에 맞춰 HBM 생산능력도 계속 늘리는 중이다. 김 부사장은 “내년에도 HBM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해 올해의 2배가 넘는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HBM 역시 고객사에서 요청하는 내년 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에 따라 추가 증산 규모가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선제적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해 SK하이닉스를 역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재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쟁적으로 개발 중인 6세대 HBM(HBM4) 제품을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출하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김 부사장은 “고객 맞춤형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성능을 고객별로 최적화한 커스텀 HBM 제품도 함께 개발 중”이라며 “복수의 고객과 세부 스펙(사양)에 대해 협의를 이미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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