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 “한국과 많은 부분 공유…협력할 국가”

박민희 기자 2024. 7. 3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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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이 30일 오후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한국 여성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호주대사관 제공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교류와 협력이 부쩍 긴밀해지고 있다. 양국 외교·국방(2+2) 장관회의가 지난 5월 열렸고 7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기간에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인도태평양 파트너국’(IP4)이란 이름으로 따로 만났다. 호주는 차세대 보병 전투차량으로 지난해 12월 한국 레드백 장갑차를 선정하는 등 군사 협력도 활발하다.

29~31일 한국을 방문한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을 30일 오후 서울의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만났다. 특별히 여성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요청한 웡 장관은 “한국과 호주는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비슷한 입장의 국가이고 도전 과제에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국가”라고 거듭 강조했다. 외교장관 취임 뒤 첫 한국 방문에 나선 웡 장관은 30일 오전에는 판문점에 가서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된 현장을 직접 보았고,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한-호주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해 에너지·핵심광물 공급망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한국과 호주 사이 주요한 현안은 오커스(AUKUS) 필러2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이다. 호주는 미국·영국과 3국 군사협력체인 오커스를 결성해 핵추진 잠수함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와 별로도 추진되는 오커스 필러2는 양자컴퓨터·인공지능·극초음속미사일 등 8개 분야 첨단 군사기술을 공동개발하는 계획인데, 한국도 참가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질문에 웡 장관은 “한국뿐 아니라 관심을 보이는 국가들이 여럿 있다”면서 “하지만 기존 오커스 회원국 사이에 필러2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협의와 고려가 선결돼야 한다”면서 한국의 참여가 구체화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호주 입장에서는 오커스 필러1이 너무나 중요한 프로젝트여서 현재는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한-호주 양국 간에는 국방·경제·기후·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진행되고 있고, 단순히 오커스 필러 2로 국한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호주 등 IP4 정상이 따로 만났고 이를 제도화하는 논의가 진행되는 데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큰 변화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권을 존중하고 규범에 기반하며 어떤 단일 국가가 이 지역을 지배해서는 안된다는 사고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웡 장관은 “IP4를 비롯해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그밖에 3자협력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그룹을 만들어 역내가 재편되는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에 IP4가 공동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낸 것은 안정을 저해하는 두 국가에 대해 중견국(middle power)들이 공동의 목소리를 낸 매우 중요한 사례였다”고 말했다.

호주는 지난 몇년 동안 중국과 큰 갈등을 겪다가 노동당 정부가 들어선 뒤 관계를 개선했는데 웡 장관은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호주는 중국과 외교에서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는가’ 질문하자, 웡 장관은 “중국과 관계에서 협력이 가능한 분야는 협력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은 반드시 이견을 표출하고, 국익에 기초해 대중국 관여를 해야 한다는 것을 호주 국민에게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국제법과 규칙 기반 질서에 대해 지지를 표해야 할 때는 반드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남중국해 분쟁이 유엔 해양법 협약에 근거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은 호주와 한국이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호주가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유사 입장국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면서 “양국 모두 강대국은 아니지만 중견국으로서 규칙 기반 질서와 예측가능한 통상 방식을 중시하고, 영토 협정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과 한반도 긴장에 관한 질문에 대해 웡 장관은 “호주는 주요 7개국(G7) 국가들과 함께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거래를 제재하기 위해 함께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향을 감시하던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때문에 활동이 중단되어 북한의 활동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어려워졌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오늘 판문점에 가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이 지역 전체에 얼마나 직결되는 문제인지를 다시 한번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면서 “한국인들이 매일 마주하고 있는 위협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체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 결과가 호주를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질문에는 외교관답게 “가정에 입각해 예단하는 발언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 먼저 양해를 구한다”면서도 “호주와 미국의 동맹은 굉장히 오랜 세월 동안 풍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관계 없이 계속 성장해 왔다. 미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으로 계속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웡 장관은 호주의 성평등 상황에 대해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모든 인력을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을 때 더 잘 발전할 수 있고, 포용적이고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구축할 수록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주의 성평등 상황도 완벽하지 않고, 나아갈 길이 멀다”면서도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줄여왔고, 더 많은 여성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고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어 8살 때 호주로 이주해 기후변화 장관과 재무장관 등을 역임하며 호주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해온 그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덧붙였다. “내 아버지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고 굉장히 보수적인 분이었지만, 딸인 제가 여성으로서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여성으로서 여러분들이 하고 계시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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