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스타워즈' 현실로…'레이저 빔'으로 드론 3초 만에 격추[르포]
연말 첫 실전배치, 北 무인기·풍선 대응…플랫폼 다양화·고출력 연구
(태안=뉴스1) 박응진 기자 = "아무리 빠르게 기동해도 보이기만 하면 쫓아가서 맞힐 수 있습니다."
서용석 국방과학연구소(ADD) 수석연구원은 지난 30일 오후 충남 태안에 위치한 ADD 안흥시험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레이저를 무기에 적용한 '한국형 스타워즈'의 첫 번째 사업인 레이저 대공무기(블록(유형)-Ⅰ)의 장점을 이처럼 설명했다.
레이저 대공무기는 광섬유에서 생성된 광원 레이저를 표적에 직접 조사해 무력화시키는 하드킬 방식의 무기체계로, ADD가 2019년 8월부터 871억 원을 투자해 지난해 4월 체계개발을 마쳤다. 출력 20㎾급으로 추정되는 이 무기는 지상 진지 고정형으로, 주로 멀티콥터 등 드론 또는 소형 무인기 요격을 목적으로 한다.
레이저 대공무기는 돋보기로 햇볕을 모아 종이를 태우는 원리와 똑같이 운용된다. 표적위치확인장치로 표적이 탐지되면 발생기에서 생성된 레이저가 발사돼 표적을 격추시키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컨테이너 크기인 이 무기는 사격지휘단장과 발사통제원 연동통제원 등 3명이 운용한다.
이 무기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소음이 없으며 △별도의 탄약이 필요하지 않고 수 초 안에 탐지부터 조준까지 가능해 즉각적으로 교전에 임할 수 있다. 실제로 30일 안흥시험장에서 이뤄진 첫 언론 시연회에선 1㎞ 거리, 20m 높이에 떠 있는 쿼드콥터를 교전에 임한 지 약 3초 만에 떨어뜨렸다. 이 무기는 체계개발 중 이뤄진 수십 차례의 시험평가에서 약 3㎞ 떨어져 있는 소형 무인기와 멀티콥터를 모두 맞혀 100%의 명중률을 기록했다.
레이저 대공무기는 전기만 공급되면 운용이 가능하며, 1회당 발사 비용이 약 2000원에 불과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출력을 조절해 쏠 수 있기 때문에 미 해군이 2019년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에 배치한 비살상 저강도 레이저 무기 '오딘'처럼 적의 카메라나 적외선 감지기 등 광학장치의 무력화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레이저 대공무기가 만능은 아니다. 우선 표적이 안 보이면 교전을 할 수가 없고, 산이나 건물 뒤의 표적을 향해 곡사(曲射)를 할 수 없다.
특히 비·눈이 오거나 안개·구름이 끼는 등 날씨가 나쁘면 제 기능을 못 한다. 이날도 표적의 뒤로 구름이 지나가면서 센서가 표적을 놓치는 일이 벌어졌다. 역광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햇볕이 어느 방향에서 비치느냐에 따라 표적 추적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한 번에 교전할 수 있는 표적이 1개뿐이며, 산란 물질이 발린 표적엔 레이저 빔이 소용없을 수 있다.
다만 '한국형 스타워즈' 사업이 지속되면서 레이저 대공무기 역시 단점을 개선하고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 개발 및 개량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블록-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해 양산에 착수했으며, 연말에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이로써 북한의 무인기 도발 등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능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군은 유사시 북한의 오물·쓰레기 풍선을 격추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방공부대에 레이저 대공무기를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DD는 동시에 연말까지 보다 높은 출력(30㎾급 추정)의 레이저 발진기를 개발해 이를 블록-Ⅰ 양산물량 일부와 2026년까지 개발 예정인 차량 탑재형 블록-Ⅱ에 적용할 계획이다. 블록-Ⅰ의 소형화·경량화도 추진된다. ADD는 블록-Ⅱ 개발을 마치고 나선 중고도 무인기 또는 전투기, 헬기 등 항공기를 비롯해 함정 등 다양한 플랫폼에 레이저 무기 탑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ADD는 로켓, 야포탄, 박격포탄 등 탄(彈)을 요격할 수 있는 100㎾급 레이저 발진기에 관한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다음으론 전술급유도탄에 대응할 수 있는 300㎾급 개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저 대공무기가 이보다 출력을 높이면 전투기, 인공위성도 요격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거듭날 수 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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