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계, 유럽 잘 몰라…"韓-유럽 간 '걸출한 성과' 없는 이유"

코벤트리(영국)=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2024. 7. 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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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유럽의 과학계는 아직 서로를 잘 모른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영국 워릭대 더 오큘러스관에서 개막한 '2024년 한국-유럽 과학기술인대회(EKC 2024)'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한국 과학계가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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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영국 워릭대 더 오큘러스관에서 열린 ‘한국·유럽 과학기술인대회(EKC 2024) 한국-유럽 간 교류를 통한 기초과학에서의 국제 협력 촉진 방안' 세션에 김성근 포스텍 총장, 현윤경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직무대행, 김명식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 이연주 기초과학연구원(IBS) 행성대기그룹장(왼쪽부터)이 참석했다.

"한국과 유럽의 과학계는 아직 서로를 잘 모른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영국 워릭대 더 오큘러스관에서 개막한 '2024년 한국-유럽 과학기술인대회(EKC 2024)'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한국 과학계가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오전 열린 EKC 2024 기초과학 분야 첫 세션 '한국-유럽 간 교류를 통한 기초과학에서의 국제 협력 촉진 방안'에는 김성근 포스텍 총장, 김명식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물리학과 교수, 이연주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 행성대기그룹장(CI), 현윤경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 소장 직무대행이 패널로 참석했다.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오랜 기간 교류 경험을 쌓은 연구자들이다. 

이들은 "한국과 유럽의 공동연구에서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김 총장은 "한국과 유럽의 과학기술 R&D(연구·개발) 관심 분야는 점점 비슷해지는 데 반해 개별 연구자 단위를 뛰어넘은 대규모 공동연구를 통해 걸출한 성과를 낸 사례는 찾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 소장 직무대행 역시 "유럽 내 연구소와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지속성이 문제였다"며 "연구 성과는 주로 연구자 개개인 사이의 교류를 통해 나왔고 기관 차원에서 성과를 낸 사례는 거의 없는데다 시도도 쉽지 않다"고 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태양계 연구소(MPS)와 독일항공우주센터(DLR)에서 연구한 이 CI는 "(IBS CI가 된 뒤) 기존에 맡고 있던 유럽우주국(E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합동 금성 탐사 연구팀의 방문연구원 신분을 연장하기로 했는데 한국과 ESA 간에 맺은 공동연구 협약이 없어 연장이 무산될 뻔한 적이 있다"며 "기관 대 기관 차원의 소통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직무대행은 한-유럽 교류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미국 등에 비해 유럽 과학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을 꼽았다. 그는 "한국의 젊은 연구자와 학생에게 유럽 연구 시스템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다"며 "한국과 유럽 과학계가 쌍방 수요에 비해 서로의 능력을 잘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 총장은 "1950년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대부분 미국을 모방했고 수많은 한국 학자가 미국으로의 유학을 택했다"며 "미국이 유럽보다 학술적으로 훨씬 뛰어나서라기 보단 유럽이라는 선택지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국중심적 사고가 강한 미국에 비해 태생적으로 국가 간 교류가 잦은 유럽은 외국 연구자에 훨씬 열려있다"며 "제대로 알려진다면 한-유럽 간 교류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유럽국가 출신임에도 유럽 국가로 구성된 세계 3대 물리화학 학술지 'PCCP'의 편집장을 맡은 바 있다. 

김 교수는 "이제 한국의 과학기술은 배우던 입장에서 가르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기초과학 전반에서 다양한 교류를 이어간다면 한국의 연구 성과가 '국제 스탠다드(표준)'가 되는 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벤트리(영국)=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n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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