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K-신스틸러'를 만나다...길해연 "배신하지 않는 시간, 아름다운 연극"
[※ 편집자 주 = '신스틸러'(scene stealer)란 어떤 배우가 출연 분량과 관계없이 주연을 뛰어넘는 큰 개성과 매력을 선보여 작품에 집중하게 하는 인물 혹은 캐릭터를 이르는 말입니다. 단어 그대로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강탈한다는 뜻입니다. 이에 연합뉴스 K컬처팀은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배우 중 드라마, 영화 등의 매체로 영역을 확대해 '신스틸러'로 활약하는 배우의 릴레이 인터뷰 콘텐츠를 연재합니다. 콘텐츠는 격주로 올라가며 한국의 연극출신 'K-신스틸러' 배우 아카이브로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연극 '햄릿'에서 햄릿의 어머니이자 덴마크 왕비인 거트루드 역할을 맡고 있는 배우 길해연(60)은 연극이 아름다운 이유에 대해 "(준비하는 과정은 언제나 고되지만)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 시간이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38년 차인 그는 햄릿 공식 연습 때를 떠올리며, 거의 매일 자정까지 동료 배우들과 합을 맞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고 당시 소회를 밝혔다.
길해연은 1986년 극단 '작은 신화'의 창단 멤버로 연극계에 발을 들인 이후 영화와 드라마 분야에서도 꾸준히 활약 중이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을 드러내며 "여러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은 축복, (연기 생활을 통해) 인생은 소풍"이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했다. 또 늘 '좋은 소풍'만 있는 것은 아니고 비를 만나고 길을 잃기도 하지만, 인생에서 힘든 일을 겪을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마음을 다잡고 지금 무대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우이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그의 연기 인생을 연극 평론가 김수미, 연극 연출가 김시번이 함께 한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김수미 평론가(이하 수미) : 연기 활동 그리고 연극인복지재단 일로 길 배우님을 만난 적이 있다. 참 솔직하시고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으신 분이다. 연기뿐만 아니라 연극인들이 건강하게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재단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신다. 연극계에서 굉장히 귀한 보석 같은 분이다.
▲김시번 연출가(이하 시번) : 햄릿을 보면 무대에서 철철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지다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뵈면 또 다른 분이다. 역시 천생 배우이시다.
▲길해연 배우(이하 해연) : 연극은 1986년 극단 '작은신화'를 만들면서 시작했다. 무모했고 스물셋이던 당시 동료들과 해보겠다고 창단해 고생도 많이 했다.
▲시번 : 작은신화는 후배들 입장에서 하나의 롤모델이었다.
▲해연 : 시작했을 당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우리끼리 "사막에 한 초롱의 물을 뿌리는 심정으로 연극을 하자"고 말했다. 연극이라는 게 어떤 결과물이 한순간에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꿈을 되게 야무지게 오래 꿨던 것 같다.
▲수미 : 작은신화의 작품들을 보면, 선생님의 연기와 무대가 조화롭고 풍경화처럼 느껴진다.
▲해연 : 나는 늘 무대에서 퍼즐 조각의 하나인데 맡은 역할에 충실해 구멍을 잘 메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갈등 없이 40년 가까이 극단 생활을 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수미 : 햄릿에서는 보통 젊은 오필리아가 많이 주목받기 마련이지만, 선생님이 연기한 거트루드는 정말 새로웠다.
▲해연 : 1막에서는 대사가 열 마디도 안 된다. 그래서 '어떻게 (관객을) 설득하지' 고민했다. '이 안에서 이야기를 새로 만들어보자' 생각하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쳤다.
▲수미 : 많은 연극인이 배우님을 '숲을 보는 배우'라고 말한다. 본인의 역할만 보는 게 아니라 극 전체를 보는 시선을 갖기란 쉽지 않다.
▲시번 : 어린 시절 이야기도 궁금하다. 어떻게 배우가 되었나. 특별한 계기가 있나.
▲해연 : 배우로 활동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어려서 책을 좋아해 고등학교 때 문예반장을 했다. 그때 사르트르의 '무덤 없는 주검'을 봤다. 소설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희곡에 빠져들었다. 운명이 그냥 끌어당긴 것 같다. 대학에 가서 극단을 만들게 됐다. 영화, 드라마는 마흔이 되어 시작했다. 추창민 감독님을 만나서 영화를 시작하고 이후 안판석 감독님과도 작품을 했다. 안 감독님은 내게 엑스레이 같은 사람이다. 내가 세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보고 눈높이를 맞춰준다고 생각한다. (2편에서 계속)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정규득, 책임 프로듀서 : 이동칠, 구성 : 민지애, 프로듀서 : 이세영, 진행 : 유세진·김시번·김수미, 촬영 : 김혜리, 스튜디오 연출 : 김혜리, 촬영협조 : 저스트엔엔터테인먼트, 연출 : 김현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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