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망주 1이닝 5실점했는데, 왜 자꾸 미련이 남을까… 평균 150㎞ 선발, 쉽게 포기 못한다

김태우 기자 2024. 7. 3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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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빈은 5년 만의 선발 복귀전에서 1이닝 동안 35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나 아프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고 좋은 구속을 선보이며 미련을 남길 만한 투구를 했다. ⓒ롯데자이언츠
▲ 윤성빈의 1군 마지막 등판은 2021년 5월 21일 잠실 두산전이었고, 마지막 선발 등판은 2019년 3월 28일 사직 삼성전이었다.  30일 인천 SSG전에 선발 등판해 1이닝 5실점을 기록했지만 구속과 구위에서는 분명 기대를 걸어볼 만한 인상을 남겼다. ⓒ롯데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고교 시절에는 말 그대로 ‘초고교급 투수’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다. 부산고 시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당한 체격에 힘 있는 공을 던졌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가장 좋아하는 조건을 가진 선수였다. 롯데도 예외는 아니었다. 계약금만 4억5000만 원을 주고 유니폼을 입혔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울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재능을 몸이 버텨주지 못했다. 입단하자마자 어깨가 아팠고, 통증 부위는 허리로 옮겨갔다. 정상적인 투구를 하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다. 항상 스프링캠프 때마다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그 기대치대로 가는 경우는 없었다.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대하고 훈련소까지 갔지만 중도에 퇴소했다. 몸이 망가져 있었다.

2018년 18경기를 뛴 게 1군 경력의 사실상 전부였다. 2019년 1경기, 2021년 1경기만 뛰었다. 지난 2년은 아예 1군 경력이 없었다. 처음에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팬들이 기대를 걸다가, 어느새 관심이 식었고, 어느새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 선수가 됐다. 잊힌 유망주였고, 상상 속의 선수였다. 그 선수가 30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선발 등판하며 다시 팬들 앞에 섰다.

경기 내용은 사실 그렇게 좋지 않았다. 1회 출발은 좋았다. 두 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했다. 그러나 최정의 타구를 롯데의 세 야수가 아무도 잡아내지 못했다. 세 명 사이에 떨어졌다. 불운했다. 그 이후 흔들렸다. 공이 자꾸 몰렸다. 구종이 다양하지 않은 선수라 SSG 타자들은 노림수를 가지고 들어갔다. 에레디아가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쳤고, 박성한이 우전 적시타를 쳤다. 윤성빈은 그렇게 1회 두 점의 득점 지원을 잃었다.

2회 롯데가 2점을 더 뽑아냈지만 2회 들어 윤성빈의 제구는 급격하게 흔들렸다. 1회와 달랐다. 우려했던 장면이었다. 좀처럼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한유섬에게 볼넷을 내줬고, 이지영을 상대로도 스트라이크를 못 던졌다. 코칭스태프는 주자를 신경 쓰지 말고 자신 있게 던지라는 제스처를 줬지만, 결국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간 공이 좌월 동점 투런포로 이어지며 4실점했다.

오태곤에게도 볼넷을 내준 윤성빈은 더 이상 마운드에 서 있기 어려웠다. 2회 들어 스트라이크를 못 넣고 볼이 많아지는 뚜렷한 위험 요소가 드러나고 있었다. 결국 최이준으로 교체됐다. 오태곤이 이후 상황에서 홈을 밟아 자책점은 5점이 됐다. 1이닝 5실점을 한 채 올해 첫 1군 등판을 마쳤다. 앞으로 기회를 장담하기 쉽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미련이 남는다. 2회 ‘볼넷’은 부정적인 요소였지만, 1회 투구 내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구속에 눈길이 갔다. 그리고 그 구속이 나온다는 건 아프지 않다는 뜻이었다. 여기에 고속 스플리터는 눈을 번쩍이게 했다. 매력이 있었다. 잘 다듬으면 분명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기 충분했다.

▲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윤성빈의 이날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2.5㎞, 평균 150.1㎞였다. 35구 투구 표본이라 샘플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던져도 이 정도 구속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윤성빈의 이날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2.5㎞, 평균 150.1㎞였다. 35구 투구 표본이라 샘플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던져도 이 정도 구속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평균 150㎞의 선발감을 찾기는 굉장히 어렵다.

분당 회전수(RPM)이 높은 선수는 아니다. 원래 그랬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평균은 약 2028회 수준이었다. 그러나 RPM이 낮다고 해서 꼭 못하는 건 아니다. 피치 디자인에 따라 얼마든지 장점을 살릴 수 있다. 수직무브먼트도 리그 상위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형편없는 것도 아니었다. 워낙 타점이 높은 선수라 낮은 쪽을 공략할 수 있는 제구가 동반된다면 RPM과 관계없이 위력적인 패스트볼이 될 수 있다. 이날 맹활약한 박성한(SSG)조차 “구위가 괜찮아서 타이밍을 앞에다 뒀는데 타이밍이 늦는 것 같아 더 앞에다 뒀다”고 할 정도였다.

세월은 윤성빈의 많은 것을 변하게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투구 폼이다. KBO 데뷔 시즌이었던 2018년 당시 트랙맨 레이더에 잡힌 윤성빈의 릴리스포인트는 패스트볼 기준 183㎝였다. 익스텐션은 2m가 넘었다. 거대한 신체 조건을 이용해 위압감을 줬다. 그러나 아프지 않은 폼으로 이것저것 바꾸다보니 지금은 팔이 내려가고 익스텐션도 줄어들었다. 30일 경기에서의 릴리스포인트는 평균 170㎝ 남짓, 익스텐션은 최고 190㎝를 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지 않다면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한 재능이라는 게 여러 구석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높낮이를 활용한 패스트볼 커맨드가 발전한다면 이와 짝을 이루는 고속 스플리터는 분명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2018년 당시 윤성빈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5.2㎞였는데 이보다는 확실히 상승했다.

RPM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피치 디자인으로 약점을 상쇄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들도 평균보다 떨어지는 RPM을 가진 경우가 많지만 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통해 상쇄하며 퍼포먼스를 낸다. RPM이 성적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다. 2018년 당시 포심의 평균 RPM이 평균 2340회에 이르렀던 선수인 만큼 더 발전할 여지를 가지고 있다. 롯데가 윤성빈의 이날 투구 내용을 어떻게 봤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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