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능욕 할 것” 딥페이크 제작 유포… 10대, 게임하듯 ‘디지털 성폭력’

조재연 기자 2024. 7. 3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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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생 ○○이 능욕할 사람."

이른바 '능욕 범죄'로, 이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유명인 또는 지인의 얼굴과 성 영상물을 합성해 온라인에 공유하고 성희롱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뜻한다.

취재진이 잠입한 한 텔레그램 대화방은 아예 '미자(미성년자)방'이란 이름을 내걸고 "지인 능욕하면서 놀 사람" 등 성 착취물 제작·유포를 모의하는 대화가 오갔다.

지인을 '능욕'하겠다며 딥페이크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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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하는 청소년 온라인 성범죄
초교생까지 성착취물 제작 공유
텔레그램 통해 버젓이 ‘성희롱’
학교서 도촬한 사진 주고받기도
10대 디지털성범죄 목격률 10%
“내 사진도 올렸을까봐 겁난다”
그래픽 = 송재우 기자

“09년생 ○○이 능욕할 사람.”

“요즘 12년생(초6) 거의 중딩처럼 보이더라.”

수천 명이 드나드는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최근 오간 대화의 일부다. 이 방의 규칙은 오직 하나. 2009∼2010년생(만 14∼15세) 여성의 사진을 올리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몰래 찍은 사진이나 SNS에서 수집한 사진을 이름·나이 등 신상 정보와 함께 올리며 성희롱성 발언을 주고받았다. 특정 청소년 사진으로 성 착취물을 만들어 ‘능욕’을 하자며 개인 메시지를 유도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이른바 ‘능욕 범죄’로, 이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유명인 또는 지인의 얼굴과 성 영상물을 합성해 온라인에 공유하고 성희롱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뜻한다.

31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N번방’ 사건이 공론화돼 수사와 처벌로 이어진 지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온라인상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공유는 오히려 한층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성 착취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도 상당수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텔레그램 대화 내용과 관련 활동가 전언을 종합하면, 같은 반 친구 등 또래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미성년 가해자가 점점 느는 추세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방을 따로 만들어 비공개 초대 링크를 공유하거나, 자체적으로 규칙을 만들어 방을 운영하는 등 성범죄 양태 역시 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진이 잠입한 한 텔레그램 대화방은 아예 ‘미자(미성년자)방’이란 이름을 내걸고 “지인 능욕하면서 놀 사람” 등 성 착취물 제작·유포를 모의하는 대화가 오갔다. 또 다른 방에선 “고딩 기숙사 도촬(도둑촬영) 받아갈 분” “학교 도촬 교환할 분” 등 학교에서 몰래 찍은 사진을 주고받거나 성희롱을 함께하자는 대화가 관찰됐다. 피해자 일상 사진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딥페이크 합성을 요청하거나, 피해자의 일상 사진과 딥페이크 사진을 함께 올리며 ‘품평’을 하는 등의 대화도 이어졌다. 지인을 ‘능욕’하겠다며 딥페이크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도 올라왔다. 이렇다 보니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한 청소년들은 딥페이크 대상이 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고교생 A(18) 양은 같은 학교 학생 20여 명이 여학생들의 특정 부위나 일상생활 모습을 사진·영상으로 찍고 카카오톡 채팅방과 비공개 SNS에 올렸다는 사실을 최근 인지했다. A 양은 “텔레그램에서 사진을 합성하는 지인 능욕을 저질렀을까 봐 겁난다”고 토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4∼고3 학생 9000명을 설문한 결과 디지털 성범죄 목격률은 10.0%나 됐다. 불법 영상물 유포 목격률이 6.7%로 지난해보다 0.9%포인트 늘었고, 지인 능욕(5.2%)도 증가세였다. 서울경찰청이 올 상반기 학교폭력 및 청소년 범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성폭력·성희롱 신고 건수가 66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3건) 대비 161.7% 증가했다. 이 중 딥페이크 신고는 20건이었다.

하동진 서울청 청소년보호계장은 “그간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별도로 분류하지 않고 있었는데 첫 조사에서 20건이나 나타나, 경각심을 갖고 세분화해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학기가 시작되면 성범죄에 특화해 강력한 예방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재연·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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