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전 여자친구에 사생활 폭로 협박…유명 BJ 집행유예 확정

피해자 결국 숨져…징역2년6개월·집행유예 4년

게티이미지뱅크

헤어지자는 연인을 붙잡으려고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넷방송에서 연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한 유명 비제이(BJ·인터넷방송 진행자)에 대한 집행유예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피해자는 여러번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 끝에 결국 숨졌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인터넷방송에서 전 여자친구의 사생활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고, 자신에 대한 고소 취하를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한 원심 판결을 31일 확정했다.

ㄱ씨는 지난 2020년 4월 여자친구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뒤 “계속 사귀어줘라. 그렇지 않으면 사생활에 대한 폭로방송을 하겠다”는 말 등으로 피해자를 협박했다. 실제로 ㄱ씨는 자신의 인터넷방송에서 피해자에 대한 폭로를 예고하는 발언을 했다. ㄱ씨는 또한 피해자가 자신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자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강요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강요미수)도 받았다. 피해자는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 우울증약 과다복용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해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결국 숨졌다.

1심 법원은 ㄱ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다만 2심에서는 피해자에게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유발하는 문자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 적용된 정보통신망법 혐의가 무죄로 나왔다. 원심 법원은 ㄱ씨가 여자친구에게 보낸 ‘미안하다’, ‘보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는 “사회통념상 일반인을 기준으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원심법원은 형량을 더 높여 ㄱ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도유망한 젊은이였던 피해자는 괴로워하다가 결국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버리기에 이르렀다. 연인 사이였다가 헤어진 뒤 상대방을 신체적·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스토킹 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큰 점 등을 참작해보면 원심의 형은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도 이런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이 없다고 보고 검찰과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