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KIA 폭격 선봉장' LG에서 안 데려왔으면 어쩔 뻔했나…"의지 선배님 오실 때까지"

김민경 기자 2024. 7. 3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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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김기연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포수 김기연이 생애 첫 4타점 경기를 했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양)의지 선배님 빠지셨을 때 팀 순위가 떨어져 있으면 선배님 돌아오셨을 때 안 좋을 수 있으니까. 선배님 오실 때까지 잘 이겨서 좋은 성적 거둬서 위로 올라갔으면 좋겠다."

포수 김기연(27)은 올 시즌 두산 베어스가 영입한 최고 복덩이다. 두산은 지난 시즌 뒤 부활한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LG 트윈스 포수 유망주였던 김기연을 지명했다. 김기연을 향한 기대감이 크기도 했지만, LG 선수들을 뽑으려는 다른 구단의 수요를 살펴봤을 때 김기연을 1라운드 안에 뽑아야 4명 안에 들 수 있었다. 한 팀에서 너무 많은 선수가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팀당 4명까지만 지명할 수 있기 때문. 두산은 그래서 과감히 김기연을 1라운드에 뽑으면서 LG에 양도금 4억원을 지급했다.

두산이 김기연을 뽑은 이유는 명확했다. 안방마님 양의지(37)의 수비 부담을 덜면서 공격력도 갖춘 백업 포수가 필요했는데, 나이와 기량으로 봤을 때 김기연이 적임자라 판단했다. 기존 백업 포수인 장승현과 안승한은 수비는 꽤 안정적이었으나 타격에서 양의지와 차이가 컸다. 김기연은 진흥고를 졸업하고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4순위로 LG에 입단했을 때부터 장타력을 갖춘 포수로 눈길을 끈 만큼 타격도 기대할 만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올 시즌 두산 안방은 팀 사정상 양의지와 김기연 단둘이서 지키고 있다. 양의지는 포수로 57경기에서 468⅓이닝을 뛰었고, 김기연은 55경기(선발 39경기)에서 380⅔이닝을 책임졌다. 김기연을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하지 않았더라면 두산은 거의 양의지 홀로 포수 마스크를 쓰는 끔찍한 상황에 놓일 뻔했다. 포수는 모든 구단이 귀한 포지션이라 트레이드 등으로 수급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올해 김기연의 활약이 더더욱 귀하고 값지다.

김기연은 3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양의지의 빈자리를 완벽히 채웠다. 양의지는 이날 왼쪽 발등이 불편해 걸을 때도 지장이 있어 출전이 어려웠다. 두산은 급히 포수 장규빈을 2군에서 불러올렸는데, 김기연이 9이닝을 다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기연은 선발투수 곽빈의 6이닝 2실점 호투를 리드하며 올해 국내투수 최초로 10승 고지를 밟는 데 힘을 보탰다. 8번타자로 나선 타석에서는 5타수 3안타 1삼진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면서 선두 KIA를 12-7로 격파하는 데 앞장섰다. 4타점은 개인 한 경기 최다 기록이었고, 안타 3개는 모두 2루타였다. 공수에서 김기연이 경기를 지배한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기연은 생애 첫 4타점과 관련해 "다행이 점수를 꼭 내야 하는 타이밍에 내서 그래도 경기를 조금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우리가 연패(4연패) 중이었는데, 다행히 오늘(30일) 연패를 끊을 수 있었고 또 좋은 경기로 반등의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근에 방망이가 잘 맞지 않고 있어서 뭔가 자신감도 줄어든 것 같고, 보는 공도 많아지고 어이없는 공에 헛스윙도 많았다. 최대한 생각을 털어버리고 쉽게 쉽게 접근하자고 생각하고 들어왔던 게 잘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의지가 부상으로 빠진 경기라 더 책임감을 갖고 포수 마스크를 썼다. 김기연은 "선배님이 아프셔서 내가 경기를 더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또 선배님이 빠지셨을 때 팀 순위가 떨어져 있으면 선배님이 돌아오셨을 때 안 좋을 수 있으니까. 선배님 오실 때까지 잘 이겨서 좋은 성적을 거둬 위로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광주 출신인 김기연은 30일 경기에 앞서 본가에 들려 어머니가 손수 준비한 집밥을 오랜만에 먹었다. 덕분에 힘이 더 난 것 같다고. 김기연은 "광주에 오랜만에 와서 어제(29일) 집밥을 먹었는데, 어머니 덕분인 것 같다. 어머니가 여러 가지를 많이 해 주셨는데, 어머니 음식은 다 맛있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 두산 베어스 김기연 ⓒ 연합뉴스
▲ 두산 베어스 김택연(왼쪽)과 김기연 ⓒ 두산 베어스

김기연은 두산에 처음 왔을 때부터 광주고 선배이자 리그 최고 포수인 양의지를 롤모델이라 언급해왔다. 롤모델을 대신한 경기에서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쳤으니 더 뿌듯할 만했다.

김기연은 "(양의지에게) 배울 점도 정말 많고, 의지 선배님이 타석에서 하는 것을 보면 그냥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정말 잘 치시니가. 나도 최대한 선배님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이어 "내가 안 좋을 때 선배님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고, 어떻게 보면 나 때문에 힘든 경기들도 많았는데 '그런 것에 너무 스트레스를 크게 받으면 전체적으로 네 기량이 떨어진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던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도움이 됐다. 그래서 편하게 오늘도 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11-2로 크게 앞서나 KIA에 4점을 내준 7회는 김기연이 복기해야 할 장면으로 남았다. 박치국(0이닝 3실점)과 최승용(0이닝 1실점 비자책점)이 등판해 각각 3타자씩 상대하면서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는 바람에 위기에 몰렸다. 무사 1, 2루에 7회 3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강률이 최형우를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하고, 이창진을 3루수 땅볼로 잡은 덕분에 고비를 넘겼다.

김기연은 "일단 점수차가 많이 있어서 쉽게 쉽게 아웃카운트를 잡고 싶었다. 조금 빗맞은 안타나 운이 좋은 안타들이 나오면서 조금 어려웠다. (김)강률이 형이 병살로 잘 끊어준 것 같아서 그래도 7회를 잘 넘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어렵게 가는 것보다 강률이 형이 하이 패스트볼이 좋기 때문에 그렇게 잘 쓰면 충분히 쉽게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률이 형이 너무 스트레스 안 받은 상태에서 던지게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김기연은 남은 시즌도 지금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게 목표다. 지금처럼 투수들을 리드하면서 타율 0.266, OPS 0.720만 기록해 줘도 두산에는 큰 힘이 된다.

김기연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말씀해 주셨던 게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 너는 잘했고, 또 잘하고 있으니까 더 잘하려 하지 말아라'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조금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며 과한 욕심을 조심하면서 팀의 5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두산 베어스 김기연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김기연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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