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텍사스주에 2조원 천문학적 합의금…대체 왜?

“얼굴인식기술로 생체정보 무단사용”
역대 최대규모 美단일주 소송 합의금
2020년 일리노이와도 7600억원 합의
국내서도 같은 이유로 64억원 과징금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플랫폼(메타)의 로고. [사진=로이터연합]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메타)이 미국 텍사스주가 제기한 개인정보보호 관련 소송에서 약 2조원의 합의금을 내기로 했다. 메타가 2010년대에 페이스북에서 이용자의 얼굴을 자동 인식하고 해당 데이터를 축적·사용했는데, 사전 동의조차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단일 주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합의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게다가 메타는 앞서 미국 다른 주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같은 이유로 벌금을 냈다. IT 등 첨단기술 기업들의 고객 생체 정보 등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한 논란이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하게 됐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메타와 텍사스주는 2022년 메타가 얼굴 인식 기술 등을 통해 주민 수백만명의 생체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사용했다면서 텍사스주 법무장관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14억달러(약 1조9300억원)에 합의했다.

텍사스주는 페이스북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이상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속 얼굴 등의 구조를 파악해 이를 무단 사용했다고 보고, ‘사생활 보호법’ 위반으로 소를 제기했다. 텍사스주는 지난 2009년 개인 생체 정보 수집 규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고객에 대한 기업 등의 동의 없는 생체 데이터 수집과 사용에 대해 건당 최소 1만달러, 최대 2만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이번 합의는 유사 소송 가운데 하나의 주에서 확보한 최대 규모 (합의금)”라고 밝혔다. 이어 “이 역사적 합의는 세계 최대 기술회사가 법을 어기고 텍사스 주민들의 개인정보보호 권리를 침해한 데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보여준다”고 했다.

메타는 성명을 내고 “문제가 해결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데이터 센터를 포함해 텍사스에 대한 비즈니스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미래 기회를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2010년 12월 도입한 얼굴 인식 기술은 이용자가 올린 사진이나 동영상 속 얼굴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해 이용자의 신원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페이스북에 사진 등을 게재하면 자동으로 인물의 얼굴에 이름이 표시되는 서비스로, 출시 이후 10년 동안 페이스북 전체 이용자의 3분의 1이 썼을 만큼 널리 사용됐다.,

얼굴 인식 기술은 그러나 개인정보보호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나 경찰, 기업이 사찰이나 수사, 개인신상 추적에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문제 제기였다. 페이스북은 얼굴 인식 기술을 페이스북 플랫폼 내에서만 활용했고, 데이터를 제3자에게 판매하는 등 유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에 페이스북은 지난 2021년 11월 얼굴 인식 서비스를 자진해서 폐지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당시 ‘법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용자 10억명의 생체 인식 데이터를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NYT에 따르면 개인의 생체 정보 수집을 규율하고 있는 미국의 주는 텍사스주, 일리노이주, 워싱턴주다. 일리노이주는 지난 2015년 메타에 얼굴 인식 데이터를 무단 수집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었고, 메타는 2020년에 합의금 5억5000만달러(약 7600억원)를 지불했다.

국내에서도 메타는 같은 문제로 인해 벌금을 냈다. 메타는 2021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로부터 64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개보위는 페이스북이 2018년 4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약 1년 5개월간 이용자의 동의 없이 얼굴 인식 데이터를 생성·수집했다고 판단했다. 개보위는 메타를 향해 동의 없는 얼굴 정보 수집 등 위반 사항에 대한 시정 명령도 내렸다.

첨단기술 기업들의 생체 정보 등 개인 정보 활용과 관련한 논란이나 분쟁이 더욱 확산할 수 있게 됐다. FT는 “메타의 이번 대규모 벌금은 첨단기술 기업들의 안면 인식 등 개인정보 수집 관련 위험과 사생활 침해 가능성, 알고리즘 편향 리스크 등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결정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