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통솔’ 큐텐 지분구조...구영배 영토확장 자금줄로
필요따라 계열사 자금 ‘돌려막기’
M&A 과정서도 지분교환 반복
싱가포르 기반의 큐텐그룹이 미국 등 해외로 사업 영토를 넓힐 수 있었던 배경에는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이 자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잇단 투자유치를 통해 계열사 지분구조를 촘촘하게 엮어놨기에 이와 같은 기형적 구조의 인수·합병(M&A)이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구 대표는 지난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 현안질의에 출석해 지난 2월 인수한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 인수자금 중 일부를 티몬·위메프에서 빌린 뒤 상환했다고 말했다. 위시 인수에는 지분교환 금액을 제외하고 현금 400억원(2500만달러)이 필요했는데 이를 계열사 판매대금으로 충당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날 현안질의에 출석한 류광진 티몬 대표는 큐텐그룹의 자금 일부가 티몬에 있다고 답했다. 경영진의 답변에 따르면 그룹사의 필요에 따라 각 계열사의 자금이 그룹 내 법인에 흘러가면서 각 회사 재무회계 칸막이가 정상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구조는 구 대표가 싱가포르에 위치한 큐텐을 통해 국내외 계열사를 간접 지배하는 까닭에 존재했을 것이라는 게 투자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큐텐그룹은 구 대표가 싱가포르 큐텐 법인을 통해서 국내외에 위치한 복수의 법인을 수직 통솔하는 지배구조를 수립했다. 특히 주요 계열사인 위메프와 큐익스프레스 등의 지분관계가 수년간에 걸쳐 변화하며 현재는 지분구조가 각 주주간 이해관계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태다.
위메프는 싱가포르 큐텐이 위메프 지분 43.2%를 직접 보유하는 동시에 싱가포르 큐텐이 지배하는 국내법인 큐텐코리아 또한 위메프 지분 29%를 별도로 들고 있다. 아울러 싱가포르 큐익스프레스는 싱가포르 큐텐이 지분 65.9%를 보유한 반면 구 대표 개인도 별도로 해당 회사의 지분을 29.4% 확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배구조는 비교적 최근 완성됐다. 구 대표가 티몬 및 위메프 투자·인수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간 지분교환을 택한 결과다. 구 대표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투자사를 초청하면서 현금 혹은 인수금융을 활용하기 보다는 상호 지분을 바꿔 주주구성에 변화를 꾀했다.
이는 초기 투자자를 비롯해 비교적 최근 주주로 합류한 재무적투자자(FI)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큐텐은 앞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한 티몬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이들에게 큐텐의 지분을 제공했다. 이들 투자사는 2015년 티몬에 3800억원 상당을 투자했다. KKR·앵커에쿼티·PSA컨소시엄이 재투자한 3050억원어치 티몬 지분에 대해서는 큐익스프레스 등 지분으로 교환했다.
지난해 위메프를 인수하면서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됐다. 큐텐은 위메프 기존 주주이던 IMM인베스트먼트에게 큐텐의 채권을 나눠주며 위메프 지분을 확보했다. 코스톤아시아 등은 큐익스프레스 주식과 교환 가능한 큐텐 교환사채(EB)를 인수해 투자금회수 선택지를 넓혀뒀다.
이러한 주주 구성은 큐텐그룹이 ‘깜깜이 경영’을 가능케 만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구 대표 등 경영진은 “판매대금 및 자금이 어디에 있느냐”는 정무위 위원들의 질의에 “각 계열사 내부에는 재무팀이 없으며 그룹 전반의 자금은 큐텐테크놀로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모른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재무본부장은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이날 정무위에 출석하지 않았다.
경영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티몬과 위메프 등 각 계열사의 판매대금을 즉시 정산하지 않고 이를 위시 등 M&A 실탄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판매정산 대금 지연의 원인으로 큐텐그룹의 무분별한 자금 돌려막기를 지목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구 대표는 “계열사에서 자금을 빌렸다가 상환했다”고 말했지만, 정무위 위원들은 “조사를 통해 상환 진위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짚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상장회사라 하더라도 규모를 갖춘 국내 법인이라면 그룹 계열 내 자금대여는 공시 사항”이라며 “해외법인을 통해 수직 지배하는 탓에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 대표가 계열사 곳간을 사유화한 것은 아닌지 수사기관 등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노아름 기자
aret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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