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에 인센티브? 유류세 인하 정책 누굴 위한 것일까
유류세 인하 정책의 모순
소비자는 모르는 유류세 이야기➊
시장 개입 없다던 정부
인센티브 약속이 웬 말
채찍 없이 당근만 주나
# 최근 정부가 유류세 인하율의 폭을 조금 줄였다. 기름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기름값이 갑작스레 오르는 걸 막겠다며 알뜰주유소에 "일정 기간 기름값 인상을 자제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말했다.
# 별일 아닌 인센티브 정책인 듯하지만, 여기엔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다. 무엇보다 인센티브의 명분이 없다. 유류세 인하의 혜택을 소비자가 아닌 정유사나 주유소가 누려왔다는 비판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 정부는 주유소들이 유류세 인하분을 시장에 제대로 반영하는지 검증한 적도, 제대로 반영하라고 강제한 적도 없다. 시장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맥락에서 알뜰주유소에 지급하겠다는 인센티브는 시장에 개입하는 게 아닌 건지 의문이다.
#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은 대체 누구를 위한 걸까. 이 모든 질문에 더스쿠프가 펜을 집어넣었다. '소비자는 모르는 유류세 이야기' 제1편이다.
정부가 '유류세 할인폭'을 조금 줄였다. 휘발유의 유류세 할인율(인하 전 유류세 대비)은 기존 25.0%에서 20.0%로, 경유는 36.5%에서 29.9%로 각각 낮아졌다. 할인율의 폭이 줄면 기름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자 정부는 주유소를 향해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유류세가 일부 인상되는 첫날인 지난 7월 1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알뜰주유소를 찾아 "알뜰주유소가 더 적극적으로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주문과 함께 인센티브를 약속했다는 거다. 이날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7월 첫째주는 유류세 환원분 반영을 최소화하고 둘째주부터 점진적으로 가격에 반영되도록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알뜰주유소에는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ㆍ관리하는 한국석유공사도 맞장구를 쳤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정부의 유류세 일부 환원 조치 후에도 저가 판매 정책을 잘 준수하는 알뜰주유소에는 기름 공급 가격을 차별화해서 혜택을 주려는 것"이라면서 "사실상 기름 공급 가격 차별화의 일환"라고 말했다. 그는 그 혜택을 "리터(L)당 최대 14원의 공급 가격 할인"이면서 "정확한 산식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산업부는 '인센티브', 석유공사는 '공급 가격 차별화'란 용어를 썼을 뿐 '정부의 기름 가격 정책을 잘 따른 알뜰주유소에 혜택을 주는 건' 분명하다.
중요한 건 여기에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살펴보기 전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에 어떤 입장을 취해왔는지부터 따져보자. 그래야 본질적인 맹점을 짚어볼 수 있다.
■전제 : 시장 불개입 =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행할 때마다 내세우는 명분은 "국민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거였다. 여기서 국민이란 생산자(정유사)나 유통ㆍ판매자(정유사+주유소)가 아닌 소비자다.
그런데 유류세 인하 조치의 혜택을 소비자보다 오히려 생산자나 유통ㆍ판매자가 더 많이 본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일례로 국내 석유시장을 감시하는 유일한 시민단체인 E컨슈머(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는 유류세가 조정될 때마다 시장에 조정분이 반영됐는지를 수시로 분석해서 결과를 내놨는데, 그 값은 언제나 똑같았다. "시장은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상분은 재빠르게 반영했다."
2021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0번이나 연장된 유류세 인하 조치의 효과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10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당시)은 자체 분석을 통해 "2021년 11월부터 2023년 10월 13일까지 유류세 평균 인하액 대비 반영액은 휘발유 225원 중 138원, 경유 185원 중 102원으로 추산됐다"면서 유류세 인하에 따른 감면효과 분석 보고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쉽게 말해 인하액의 절반가량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았는데, 그 미반영분이 누구의 배로 들어갔는지 밝혀낼 필요가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유류세 인하 조치의 효과성을 분석해 공개하지 않았다. 이념도 철학도 다른 두 정부의 답은 공교롭게도 똑같았다.
"주유소들이 유류세 인하분을 잘 반영하는지 모니터링은 한다. 다만, 공개는 할 수 없다. 유류세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해서 강제할 방법은 없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없다. 사실 정유사나 주유소 외에 소비자도 함께 이익을 보는 건 사실 아닌가."
■ 문제➊ 정부 정책의 모순 = 이런 맥락에서 앞서 언급한 '인센티브' 혹은 '공급가 혜택'을 떠올리면 '모순'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시장에 개입할 수 없다"던 정부가 인센티브나 공급가 혜택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고 있어서다.
인센티브나 공급가 혜택이 가능하다면 페널티도 가능해야 한다. 페널티가 불가능하다면 인센티브나 공급가 혜택도 불가능해야 한다. 유류세 인하분 반영 여부에 따른 페널티 없이 인센티브만 가능하다면 유류세 인하 정책이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란 사실이 너무나 분명해진다.
특히 유류세 인하 정책으로 인해 다수의 국민은 직접적인 손해도 입었다. 세금이 덜 걷혀 정부의 씀씀이도 확 줄었기 때문이다. 장혜영 의원실은 2021년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지난해까지 유류세 감면 총액을 16조여원으로 추산했다.
'유류세 인하→정유사ㆍ주유소ㆍ소비자 동시 혜택→세금 감소→대국민 행정서비스 축소(소비자 혜택 감소)→기름 소비량 적은 서민의 부담 증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그렇다면 정부가 수많은 주유소들 가운데 유독 알뜰주유소에만 인센티브를 준다는 약속은 괜찮은 걸까. 이 문제는 2편에서 풀어봤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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