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닷물, 해파리 둥둥"…'부산=해수욕' 공식 깨지나
해수욕 대신 문화, 쇼핑, 식도락 여행으로 선회 인기
한낮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무더위의 연속이다. 부산이 푹푹 찐다. 전국 각지 관광객들이 폭염을 피해 부산지역 해수욕장을 찾았지만, 바닷물은 아직 차다. 때문에 7월 말, 8월 초에는 '부산=해수욕'이라는 공식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부산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문화, 쇼핑, 식도락, 체험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부산 해운대, 기장 지역에 휴가를 온 여혜미(35)씨는 지난 27일, 기장 일광해수욕장에 뛰어들었다가 화들짝 놀랐다. 해수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닷물이 얼음장 같았기 때문이다. 발을 살짝만 담가도 냉기가 온몸으로 올라와 물놀이를 포기했다.
여씨는 이날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았지만, 높은 파도로 입욕 금지 조처가 내려진 상황. 결국 입욕이 가능한 해수욕장으로 이동했지만 튜브를 타고 제대로 바다를 즐기지 못했다. 여씨는 "과장을 좀 보태서 발이 동상에 걸릴 것 같은 느낌처럼 바닷물이 생각보다 차가웠다. 아쉬운 대로 해변에서 원반던지기를 하며 바닷가에 온 기분을 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부산지역 연안 해수욕장의 수온은 13~15도 정도. 먼바다 수온이 25도까지 오른 것에 비하면 아직 차가운 수준이다. 한 달 가까이 남서풍이 꾸준히 불면서 온도가 낮은 심층수가 표층까지 올라오는 '용승' 현상이 길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다음 주 초반쯤, 바닷물 온도가 먼바다 수준으로 조금씩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낮은 수온, 잦은 입욕 금지, 이안류 사고와 해파리·상어 출몰까지. 올해 부산 주요 해수욕장 앞 바다가 피서객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요소가 중첩되면서 해수욕객들의 발길도 예년 같지 않다.
올여름 유독 잦은 입욕 금지 조치도 큰 요인이다. 해운대구는 지난 1일 해운대해수욕장이 개장한 이후 28일간 해무, 큰 파도, 이안류 등으로 13차례 '입욕 통제' 조치를 했다. 일수로는 8일, 거의 사흘에 한 번꼴이다. 지난해 여름철에는 총 8차례 입수를 통제했는데 올해는 7월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벌써 지난해 횟수를 넘어섰다.
이안류 구조 사례가 잇따르자 해운대구청은 이안류에 휩쓸리기 쉬운 튜브 등 물놀이 용품 사용을 일부 통제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평년보다 빨리 해파리가 유입된 것도 해수욕객의 발목을 잡는다. 지난달부터 부산 7개 주요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쏘임으로 인한 구급활동은 모두 195건 발생했다. 28일 하루 동안에만 39명이 해파리에 쏘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한낮에는 더위를 피해 부산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문화, 놀이, 쇼핑 시설 등에 피서객과 관광객이 더 몰리고 있다. 지난 19일 개관한 영도구 '아르떼뮤지엄 부산'은 개관일부터 29일까지 누적 4만명, 하루 평균 3650명이 찾는 등 부산의 낮 시간대 '핫플'로 자리 잡았다. 밀려드는 관광객 수요를 감당하느라 부산시는 아르떼뮤지엄 부산을 지나는 시내버스를 확대했다. 신세계 센텀시티도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주말 동안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11% 늘었다.
한낮 더위를 피해 부산에 여행을 온 느낌을 담아가려는 수제(핸드메이드) 향수, 비누 공방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해운대 마린시티에 있는 A 핸드메이드 향수공방은 전달에 비해 예약 손님이 20% 늘었다. A공방 강민영(36)대표는 "바다에 못 들어가거나 한낮 기온이 너무 높아 실내에 있고 싶다며 당일 예약 가능 문의가 많다"며 "외지에서 온 손님들은 부산에 온 기분, 자신의 느낌, 좋아하는 향기를 조합해 향수를 많이 만들어 가는 편"이라고 밝혔다.
SNS에서는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 식당 등 식도락 여행 코스를 안내하는 게시물도 인기를 얻고 있다. 카페와 맛집이 밀집한 서면 전포카페거리, 광안리 해변, 해운대 해리단길 등은 밤낮없이 관광객들로 북적여 활기가 넘친다.
해리단길 B레스토랑 관계자는 "외지에서 찾은 손님들이 부산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시간대별로 스케줄을 짜와 많이 보여준다"며 "요즘에는 앱을 통해 실시간 식당 예약을 할 수 있고, 혼잡도도 살펴볼 수 있어 길에서 버리는 시간 없이 알차게 식도락 여행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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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경 기자 hk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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