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이 검은 연기 내뿜고 침입한다”…일본에 대역전 K화장품, 비결은 [김대영 칼럼]

김대영 기자(kdy@mk.co.kr) 2024. 7. 3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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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구로후네(黑船·흑선)의 침입.'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회사인 코스맥스가 일본 현지에 공장 용지를 확보하고 생산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화장품 업계 전문지가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코스맥스는 미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화장품 ODM 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왜 한국과 일본의 화장품 ODM 회사들 사이에 이 같은 차이가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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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맥스·한국콜마 성공은
내수보다 해외시장 겨냥한
맞춤형 제품과 높은 가성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 덕분
정체기 韓기업들이 배워야

‘한국 구로후네(黑船·흑선)의 침입.’

최근 일본 화장품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구로후네는 과거 일본 에도막부 말기에 검은 연기를 뿜는 증기기관 선박을 타고 일본에 와서 개항을 요구했던 미국 페리 제독의 선단을 지칭한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회사인 코스맥스가 일본 현지에 공장 용지를 확보하고 생산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화장품 업계 전문지가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코스맥스가 그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코스맥스의 일본법인 코스맥스재팬은 올해 1월 17∼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코스메위크 도쿄 2024’에 2년 연속 참가했다. 사진은 코스맥스 부스. [연합뉴스]
창업한 지 불과 30년밖에 안 된 코스맥스의 성장에 일본 화장품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매우 크다. 이는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의 창업 당시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다. 이 회장은 창업하고 1년이 지난 뒤 화장품 제조기술을 배우고 협력을 타진하기 위해 일본 화장품 회사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그러나 회사의 사장은 고사하고 사업부장도 만나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 회장을 문전박대한 기업 중에는 당시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N사도 있었다. 그러나 그 N사의 매출 규모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사이 코스맥스는 폭풍 성장을 거듭하면서 작년 화장품 부문 매출이 연결 기준으로 1조7700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건강기능식 등을 포함해 매출 3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코스맥스는 미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화장품 ODM 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일례로 로레알 화장품은 일본에서 판매되는 쿠션 파우더 제품 생산을 코스맥스에 맡길 정도다.

코스맥스와 함께 한국 ODM 화장품의 양대 축인 한국콜마의 역사도 한 편의 한일 역전 드라마다. 창업자인 윤동한 회장은 미국콜마에 도움을 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일본콜마에서 기술을 전수받고 투자를 받아 사업을 키웠다. 33년이 흐른 지난해 한국콜마의 화장품 ODM 부문 매출은 1조137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제약 등을 포함하면 매출이 3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반면 일본콜마의 작년 3월 기준 연간 매출은 560억엔(약 5000억원)이다.

왜 한국과 일본의 화장품 ODM 회사들 사이에 이 같은 차이가 생겼을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지향점이 달랐던 점에 주목한다. 일본은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에 일본 화장품 회사들은 자국에서의 1등을 목표로 삼았다. ‘니혼이치(일본에서 1등)’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일본 시장을 중시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내수시장이 워낙 작아서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해외 시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한국 회사들을 성장으로 이끌었다. 이 사례는 변신하지 않고 기존 시장에만 안주한다면 기존 시장도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화장품류 수출 금액은 40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8% 늘었다. 올해 K화장품 수출국은 170개국이 넘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백화점 화장품 매장 [연합뉴스]
양국 기업들은 스피드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코스맥스를 비롯한 K뷰티는 소비시장 변화를 재빨리 읽어내 가성비 좋은 신제품을 재빨리 내놓는다. 반면 일본 기업들의 반응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렸다. 일례로 티르티르라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최근 흑인 유튜브 인플루언서가 본인의 피부에 한국 파운데이션이 너무 밝다고 언급하자 곧바로 흑인 피부에 적합한 신제품을 내놓아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중국 화장품 회사들의 빠른 변신은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애국소비’와 ‘한국 화장품 베끼기’를 통해 한국 브랜드들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성장과 과감한 변신은 정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참고가 된다. 신기술 개발과 다양한 해외 시장 공략법 등에 관한 힌트를 제공한다. 한국 ODM 화장품의 성공 방정식을 참고해 업종을 뛰어넘는 제2, 제3의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나오길 응원한다.

김대영 국차장 겸 컨슈머마켓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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