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꼭 상고하라"…전 여친 협박 사망 사건, BJ '집행유예' 확정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 BJ(개인방송 진행자)에 대해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31일 정보통신망법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강요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4월 연인이었던 B씨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자 같은해 5월 아프리카TV 개인 방송에서 B씨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하며 협박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A씨는 "B씨가 데이트폭력을 행사하고 허위로 명예훼손 고소를 했다"는 허위 제보 글을 작성해 30개 언론사 기자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B씨가 다니던 회사 인터넷 게시판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도 적용됐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B씨는 선고 20여일 후 약을 과다 복용해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인천지검에 "항소심에서는 피해자 가족이 수긍할 수 있는 선고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B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있다가 지난해 9월 사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1심보다 높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다만 A씨가 B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는 '미안하다, 보고 싶다'와 같은 내용이라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판결을 선고하면서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부분을 무죄로 바꾸는 것에 고민이 많았지만 무죄를 선고하면 대법원에 상고를 할 수 있게 된다"며 "검찰총장의 관심 사안이기도 하니 꼭 상고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수긍했다.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언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인정돼야 하는데 이 사건 문제 메시지의 내용은 사회통념상 일반인을 기준으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