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 기온 50도…“정수기 없어, 수돗물 끓여 식으면 마셔요”
기자가 급식실 대체근로자로 일했습니다
여사들이 학교를 떠나는 숫자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조리실무사 1만4천여 명(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자료)이 퇴직했다. 특히 자발적 퇴사자 비율이 2020년 40.2%에서 2021년 45.7%, 2022년 55.8%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한겨레21>은 여사들이 왜 학교급식 현장을 떠나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과밀 초등학교와 서초구의 한 과밀 고등학교에서 조리실무사 일일 대체근로자로 일하며 현장을 체험 관찰했다. 취재 허락을 받은 뒤 현장에서 근무하면 업무상 배려받거나 실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서 기자임을 밝히지 않고 근무했다.
ㄱ여사가 면을 후루룩 두세 입 욱여넣었다. 세척실을 분주히 오가다 잠깐 틈을 봐 그릇에 한 주먹 정도 담아온 면이었다. 얼굴과 위생복엔 땀이 흥건했고, 세제와 음식 잔여물이 둥둥 떠다니는 세척통에서 냄새가 올라왔지만, ㄱ여사는 개의치 않았다.
ㄴ여사가 물었다. “언니, 이따가 밥 같이 안 먹고?”
ㄱ여사가 핀잔을 줬다. “내가 밥 먹을 시간이 어딨냐.”
2024년 6월 어느 날 낮 12시께, 식수인원(배식받을 사람 수) 1500명이 넘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내식당에선 점심을 빨리 먹은 아이들이 조금씩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ㄱ여사와 ㄴ여사가 뭐라고 귀엣말을 주고받기에 다가가 무슨 일인지 물었다.
“저쪽 배식도우미들, 근무시간이 2~3시간이고 밥값을 안 냈으니까 원칙적으론 밥을 안 주는 게 맞아요. 우리(조리실무사)도 몇 년 전부터 돈 내고 밥 먹으래서 절반 내고 먹어요. 근데 어차피 남는 거니까 배식도우미들한테 김치랑 밥이라도 그냥 줬으면 싶어서.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애들이 한 번 더 먹고 싶다고 하면 주는 추가배식대가 있는데, (학부모 사이에서) ‘본인들(배식도우미와 조리실무사들) 먹을 거 남기려고 애들한테 덜 주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나봐.” ㄴ여사가 섭섭한 듯 말했다.
오후 1시20분께가 되자 학생과 교사들이 모두 식당을 빠져나갔다. 여사들은 급식실 한편에 딸린 휴게실에 낮은 상을 펴고 밥을 차렸다. 넉넉히 남은 면과 빵은 충분히 담았고, 이미 동난 채소절임 반찬은 담지 못한 밥상이었다.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고, 배식하고, 치우고, 설거지와 청소까지 도맡아 하지만, 급식실 음식은 여사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의 민원에 입길이 오를까 눈치까지 보면서 먹어야 한다.
‘육체적 부하’ 강도 소방관과 비슷
여사들의 출근 시간은 아침 7시30분이다. 휴게실에 도착한 여사들은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창고형 대형마트에서 파는 팩 아메리카노를 종이컵에 조금씩 나눠 마셨다. 50대 여사가 대부분, 간혹 40대 여사가 눈에 띄는 공간에 30대 대체근로자인 기자가 들어서자 한꺼번에 시선이 쏠렸다. 학교 조리실무사 대체근로가 처음이라고 말하자 다들 “큰일 났다”며 웅성댔다.
“반팔티 벗어요. 작업복(위생복) 안에 뭐 입지 마. 10분만 지나도 속옷까지 땀에 다 젖으니까.”
“저번에 온 여자 하나는 뜨거운 거 다 튀니까 놀라서 ‘뭐 이런 일이 다 있냐’며 하루 만에 앞치마 던지고 도망갔잖아. 어떻게 이렇게 일하는데 정수기 하나 없냐고 교육청 가서 난리 쳤다네.”
“아주 작정한 여자네.”
장화를 신고 장갑·토시·위생모·앞치마를 착용한 채 조리실로 나갔다. 이날 기자의 업무는 ‘소스 보조’다. 1500명 이상 먹을 분량의 수제 소스를 만들기 위해 사람이 들어갈 만큼 큰 솥에 이불만 한 고기를 넣고 손빨래하듯 몸을 밀어가며 앞뒤로 치대는 일이다. 다른 여사들이 수차례 씻고 다진 다섯 가지 채소를 고기와 함께 차례로 볶아야 했다.
5분만 지나도 어깨와 팔 근육이 저리고 뜨거운 증기 때문에 얼굴에 땀방울이 흐르기 시작하는 이 작업의 노동 강도는 시속 8㎞로 달리는 고강도 운동보다 세다. 급식실 ‘삽질’의 대사당량(MET, 운동 강도를 나타내는 지표)은 8.8METs로 시속 8.1㎞의 달리기보다 높고, 장비 착용 상태에서 호스를 운반하거나 벽을 허무는 소방관의 대사당량(9)에는 약간 못 미친다.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 장안석 연구원이 쓴 ‘학교급식실 노동자 작업 조건 실태 및 육체적 작업부하 평가 ’ 보고서)
곧 팔이 너무 아파서 눌어붙지 않을 정도로만 삽을 밀었다 당기는 식으로 작업하자 곧바로 베테랑 여사의 지적이 들어왔다. “이걸 한 손으론 위를 잡고 한 손으론 밑 쪽을 잡고 찔러서 퍼서 엎어줘야 골고루 섞이지, 그렇게 하면 골고루 볶아지지 않아요. 어떤 건 많이 볶이고 어떤 건 적게 볶이고.”
옆에 있던 다른 여사가 지적당하는 초보 근무자가 안타까운지 물을 마시라고 챙긴다 .
“땀이 많이 흐르는데 물 한 모금 먹고 해. 저기 뜨거운 물 끓인 거 식히고 있거든? 좀더 식으면 먹어요.”
“아, 시원한 물 정수기는 없나요?”
“없어요. 우린 수돗물 끓여서 식혀 먹어요.”
고강도 노동보다 힘든 학부모 민원
베테랑 여사의 지적대로 소스가 눌어붙지 않게 삽으로 계속 밑을 퍼올려 젓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소고기와 버섯, 와인 등 온갖 고급 재료가 들어간 수제 소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피가 줄어들었다.
“생각보다 이게 많이 줄었어. 어떻게 하지. 추가배식 모자라겠는데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아직 (영양교사한테) 말하지 마.”
“괜찮아, 괜찮아. 냉장고에 재료 남은 거 있지? 더 넣으면 돼.”
소스 담당 여사가 땀이 흥건한 상태로 계속 불안해하자 다른 여사가 그를 안심시킨다.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하는 소스 담당 여사를 같이 안심시키고 싶어 “그럼 추가배식 안 하고 정량만 먹으면 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소스 담당 여사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 표정이 지닌 의미를 이해하게 된 건 얼마 뒤 다른 학교 영양교사들을 인터뷰하고 나서였다.
“학부모님 2명으로부터 왜 고기 메뉴 추가로 더 안 줬냐고 항의 전화가 왔어요. 저는 그래도 경력이 있으니까 젊은 선생님들처럼 무조건 죄송하다고 하진 않아요. 무조건 죄송하다고 말하는 건 일을 더 키우는 거예요. 우리에겐 규칙이 있어요. 먹고 싶은 반찬만 먹는 건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영양 밸런스를 위해 다른 반찬도 다 먹고 오면 이것도 추가 배식해주겠다’고 아이한테도 알려줬다고 했죠. 좋아하는 것만 편식하고 다른 건 아예 안 먹는 건 학교급식이 아니거든요. 내가 먹고 싶은 반찬만 먹는다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고 학교급식 교육 지도에 맞지 않아요. 그런데 학부모님은 ‘아이고, 죄송해요’라는 답을 원한 거예요. 왜 로봇처럼 말하냐고 트집을 잡기 시작하더라고요. 올해 목동에 ○○중학교 영양교사가 자살한 사건이 터졌을 때, 영양교사들이 집회까진 못하고 우리끼리 추모 식사라도 했어요. 후배들이 죽겠다고 죽겠다고 하더라고요. (영양사와 영양교사 5명이 자살했다고 알려졌는데) 선배로서 해결을 못해주니까 보기 너무 미안하고….” —경력 20년 이상 된 서울 A초등학교 영양교사
“(학부모가 전화로) ‘선생님, 이런 식으로 하면 국민신문고에 신고하겠다’고 화를 내요. 학원 가면 면은 빨리 배고파지는데 왜 면 줬냐고. 흰밥도 같이 제공했다고 했더니 ‘면 주면 누가 밥 먹어요?’ 이렇게 또 화내요. 식재료 반출한 거 아니냐. 돈 어디다 쓰는 거 아니냐. 방사능 불안한데 수산물 왜 썼냐고 교장실 찾아가겠다고 하고. 대량급식은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1500명 입맛이 다 다르니까 저희는 죄인이에요. 급식 만족도 조사 날은 폭언 때문에 펑펑 울어요. ‘머리 좀 쓰면서 일하세요.’ ‘식중독으로 신고하려다 참았다.’ ‘애가 맛없단다.’ 동기들 얘기 들어보면 서울 강남이나 목동 같은 학군지는 더 무서워요. 저는 정신과 다니면서 우울증약 먹고 병가도 냈거든요. 펑펑 울고 나서 갑자기 식단 갈아엎으면 (인력 규모, 식자재 수급, 장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식단으로 바뀌는 거라) 결국 조리사님들을 힘들게 하는 거예요. 죄인이 되면 ‘조리원님 이렇게 좀더 신경 써주세요’ 잔소리하게 되고.” —경력 10년인 서울 과밀 초등학교 영양교사
“교과교사들한테도 점수 잘 받아야 해요. 음료수도 만들고 구절판도 가지런히 해줘야 해. 카프레세 샐러드도 토마토랑 치즈랑 썰고 다 이쁘게 묶어서. 골뱅이무침에 훈제오리에 묵은지볶음에. 양배추쌈도 이쁘게 두 장씩 손으로 마는 거예요. 예전보다 반찬 가짓수가 엄청나요. 손으로 만들어서 하는 거라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침에 꼬부라지질 않아요. 그러니까 다들 그만둬요. 신입은 다들 그만둬. 못 참아. 이런 상황인데도 학부모들이 전화를 막 해요. 이렇게 맛있는 거를 애들이 더 달라 하면 안 줬다고. 근데 양이 한계가 있잖아요. 요즘은 아빠들도 전화해요. 우리 자식 왜 안 주냐. 못 먹었다는 거죠.” —근골격계 질환으로 퇴직한 서울 조리실무사
학부모가 학교급식실에 민원을 넣는 방법은 쉽다. 학교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급식실 내선번호를 알려준다. 민원전화 때문에 내선번호를 없앤 학교라 해도, 행정실에 연결해달라고 하면 곧바로 알려준다. 지역 커뮤니티나 ‘맘카페’에서는 어렵지 않게 교육청 급식담당자 연락처에 더해 민원 넣는 방법, 학교급식에 대한 여론 조성 글을 찾아볼 수 있다. 학교 누리집에 들어가보면 급식 게시판을 통해 매일 식단을 사진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학교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양교사는 “일부 특목고의 경우 이미 10년 전부터 학부모들이 지속적으로 돌아가면서 급식 현장을 점검하기도 하고 급식 관련 회의에서 이 식단은 빼고 이 식단은 넣으라는 식으로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10년 전에 비해 정말 많은 요구가 생겼어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서, 채식을 도입하면서, 학부모와 소통하면서, 가공품 말고 수제로 만들어서 건강권을 챙겨주면서, 입맛을 잘 만족시키면서…. 상반된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요구하죠. 제가 컨설팅을 다녀보면 강남·서초 같은 학군지 학교나 1천 명 이상 과밀학교가 예산 투입, 근로 환경이 잘돼 있을 거 같은데 사실 더 열악해요. 급식 운영이 너무 바쁘니까 다른 걸 챙길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없는 거예요. 예를 들면, 조리실 온도가 여름엔 거의 50도까지 올라가니까 시원한 얼음이라도 있으면 사실 근무환경에 굉장히 도움이 되잖아요. 너무 더운데 물을 끓이고 식힌 뒤 얼리는 과정을 거쳐 준비하는 게 또 하나의 업무니까요. 저는 교장 선생님께 학교 예산이 남으면 제빙기(20만원가량)를 구매하고 싶다고 부탁드려서 정말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우리 학교는 협조를 잘해주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지만, 사실 이런 식으로 규정에도 없는데 젊은 영양교사들이 환경 개선해달라고, 예산 배정해달라고 말하기 쉽지 않아요.” —안희정 서울중등영양교사회 회장
강남 지역 조리실무사 결원율 급증
조리실무사들의 기본급은 198만6천원(교육공무직 2유형 첫 월급 기준) 상당이다. 1년 근무할 때마다 근속수당 3만9천원이 오른다. 그렇지 않아도 저임금 고강도 노동인데, 학부모 민원까지 쏟아지면서 급식실 노동 강도는 더욱 혹독해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빗발치는 민원에서 조리실무사에 대한 인간적 존중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학교급식실을 떠나는 여사가 급증하고 있고, 이 비율은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특히 높다.
2024년 4월 기준 서울 조리실무사 결원율을 지역별로 보면,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산하 학교가 27.2%, 강동송파교육지원청 산하 학교가 15.8%로 전체 평균(9%)을 압도한다. 여사들로선 강남·서초나 강동·송파 등 학군지에 있는 과밀학교(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서 일할 유인이 없다. 식수인원이 많다는 건 닦아야 할 식판이 많게는 2천~3천 개에 이른다는 뜻이고, 학부모 수가 많다는 뜻이며, 민원과 요구사항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교육공무직 임금체계는 직군별로도 지역별로도 같아서 높은 결원율에도 더 나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기본급 198만6천원에 위험수당 5만원과 가족수당(배우자 4만원, 첫째 3만원, 둘째 7만원) 등이 붙어도 첫 달 세후 200만원 가량 월급을 받는 건 같으니, 굳이 과밀학교로 갈 이유가 없다. 대부분 여사는 일반 식당과 비교하면 ‘일찍 일을 시작해 일찍 끝내고 하원·하교한 자식을 돌볼 수 있다’는 유일한 장점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기에 통근이 먼 곳을 기피한다. 강남은 부유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특성상 인력 후보군도 많지 않다.
“소문났대요. 강남에 학생 수가 많으니까 식수인원도 많고 너무 힘들다고. 대체근로자들이 조금 해보고 자꾸 그만두더라고요. 학교에서 사람을 못 구하니까 위탁업체가 인터넷 광고로 사람을 구하는데, 그래도 잘 안 구해지나봐요. 저보고도 근무 더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으니 말하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몸은 식판 닦고 하수구 청소하는 오후가 더 힘든데, 오전에는 정신적인 게 힘든 것 같아요. 일도 험하고 인력이 부족하니 누구 하나 잘못하면 엄청 예민한 거예요.” —강남의 한 과밀학교에서 일하는 대체근로자
‘눈에 튀면 실명, 피부에 튀면 화상’
이렇게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하면서도 여사들은 잠깐 숨을 돌릴 때마다 끊임없이 위생을 살피고 있었다. 기자의 앞치마, 마스크, 얼굴에 소스가 튀어 있자 한 여사가 기자를 급히 세척실로 데려갔다.
앞치마에 찬물을 쏴도 소스 흔적이 잘 지워지지 않자 “미안해요. 안 지워져서 급해서. 좀 뜨거워요”라고 말하며 뜨거운 물을 앞치마에 쐈다. 허리를 타고 들어온 물이 너무 뜨거운데도, 급한 와중에 대체근로자 위생까지 신경 쓰는 여사에게 미안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여사는 소스를 만드는 삽을 저을 때도 벽에 튄 음식물 흔적을 빠른 속도로 닦아냈다. 조리를 다 끝낸 뒤에 청소해도 될 법한데 조리하는 과정에서 틈만 나면 청소했다. 여사는 기자에게 ‘눈에 튀면 실명, 피부에 튀면 화상’이라고 경고한 오븐 세제를 써서 청소할 때도, 빨리 닦아야 하기에 손놀림에 거침이 없었다.
“학교급식실에 대한 교육청 위생점검은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비인권적이에요. 코로나19 전엔 1년에 두 번, 이후엔 1년에 한 번(나머지 한 번은 자체점검) 불시 점검을 하는데, 언제 나올지 몰라서 항상 긴장해야 해요. 갑자기 학부모를 대동해 오기도 하는데, 어떤 때는 감시체계를 강화한다고 심지어 다른 학교 학부모들을 데려와요. 작년에 우리 학교 조리실무사 2명이 갑자기 너무 힘들어서 그만둔다고 통보했어요. 생전 처음 본 대체근로자 2명이 왔는데, 딱 들이닥치면 호떡집 불도 그런 난리가 아니에요. 진짜 지진 난 거 같아요. 현장에서 위생복 챙겨주고, 식판·칼·도마 미생물 검사 검체물 챙겨주고. 숫자로 학교를 점수화해요. 고무장갑을 누가 잘못 꼈으면 사실 폐기하고 새로 끼면 돼요. 근데 10명 중에 대체근로 1명이 그런 실수를 하면 점수를 까고 ‘문제 급식실’이 돼버리는 거예요.” —서울 A초등학교 영양교사(경력 20년 이상)
“일할 때 10명이 조리원이라면 10명이 다 같이 수제 소스를 만드는 게 아니잖아. 그럴 시간이 어딨어? 누구는 튀김 1500인분, 누구는 소스 1500인분, 누구는 샐러드 1500인분 재료 씻고 까고 다듬고, 누구는 계속 세척하고, 그러면서 보조가 붙고 중간중간 서로 돕잖아. 한 명 빠지면 죽음이니까 서로 갈등도 너무 많은 거야. 교육감이나 장관 같은 높은 사람들은 ‘이 학교에 조리원 결원이 한 명 생겼대’ 하면 ‘아 그렇구나’ 하고 심각성을 잘 모르는 거 같아요. 내가 맨날 얘기하는 게 그냥 딱 하루만 와서 일해봤으면 좋겠다고. 그럼 왜 그만두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어. 사람을 늘려줘야 할 거 아냐, 사람을. 환경이나대우가 괜찮으면 왜 안 오겠어요. 1시간 걸려도 강남까지 가지.” —경력 13년 서울 조리실무사
급식실을 감시하는 눈은 급식 예산의 50%를 대는 서울시교육청만이 아니다. 나머지 50%를 채우는 서울시와 자치구 역시 급식실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2023년 겨울,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가 조리실무사들이 작업복으로 입을 방한 솜 조끼를 샀다가 감사에 걸려 반납을 요구받은 사건은 여사들 사이에서 크게 회자됐다. 급식실은 여름엔 덥지만 겨울엔 덕트(공기를 외부로 빼내는 통로)가 히터 공기까지 빨아들이면서 실내온도를 2~3도 낮추기에, 불 앞에서 조리할 때를 제외하곤 손이 차가워 잘 움직이지 않거나 몸이 덜덜 떨릴 때도 있다. 작업용 고무장갑 때문에 패딩점퍼도 입지 못하기에, 오리털 조끼는 못 사줘도 1벌당 2만원대로 저렴한 솜 조끼(구성원 전체 총 30만원대 예산 소요)를 영양교사가 구매해준 터였다. 이 영양교사는 황당한 감사에 대해 교육청과 서울시에 강력히 항의했지만 결국 예산을 반납하라고 요구받았다.
“끓는 물에 주저앉아 버렸어”
“언니, 거기 통에 화상 연고 좀 줘봐. 그리고 저 언니도 화상 입어서 발라야 해.”
여사 2명이 일하다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는데 아무도 놀라지도,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늘 있는 일이에요?”라고 묻자 한 여사가 답한다.
“내가 진짜 이 일 정떨어지는 얘기 하나 해줄까? 급식실 식재료랑 물 빼는 하수구에 다리가 끼였어. 119에 실려 갔어. 그 뒤에는 택시 타고 병원에 다녔단 말이야. 근데 산재 처리할 때 택시 영수증이 없으니까 교통비는 못 준다고 해. 내가 그때 정신이 있었겠어? 그 사람들한테 중요한 건 서류지, 내 다리가 아니야. 상식적으로 다리를 다쳤는데 내가 대중교통 타고 갔겠어? 그깟 치료비 산재 처리해서 받으면 뭐 해. 내 다리가 이 모양이 됐는데.”
한 여사가 울분을 토하는데 옆에 있던 다른 여사는 표정 변화 없이 “영수증은 잘 챙겼어야지”라며 동조해주지 않는다.
“학교는 병가를 잘 안 내줘요. 저는 2023년 11월에 일하다가 무릎 인대가 딱 끊어졌어요. 하수구 닦을 때 앉아서 일하는데 무릎이 딱 튕기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병가를 내려니까 영양사가 자기는 병가로 쉬는 거 반대한다고, 목금 이틀 시간을 주더라고요. 대체인력이 없으니까요.” —근골격계 질환으로 퇴직한 서울 조리실무사
“(학교급식실 종사자 폐암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교육청에서 전수검사할 때 검사했더니, 저도 폐암이라는 거예요. 아이들 혼자 키우면서 큰 욕심 없이 쪼개서 생활하고, 월급 안 나오는 방학 때는 ‘이번엔 또 무슨 일을 하지’ 하면서 알바 뛰고, 아이들 밥해주는 게 보람 있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처음엔 너무 억울한 거예요. 열심히 살았는데 왜일까.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저는 근무한 지 오래됐으니까 산재 인정(10년 이상 근무 조건)은 받았어요. 그런데 속상해서 누구한테 말하고 싶지도 않을 때 나 대신 급식실에서 일할 대체인력 구하는 전화를 돌려야 했어요. ‘언니, 나 ○○날 수술해야 하니까 다른 학교 대체근로로 가면 안 돼. 우리 학교로 와줘야 해’라고 호소했죠. 남편이 죽었는데 대체인력 전화 돌리는 사람도 봤어요. 아무도 제대로 대체인력 구하는 일에 신경을 안 써주니까. 그럼 남은 사람들이 힘들어지거든요.” —폐암으로 휴직한 서울 조리실무사
“장화 신고 일해도 밑에 (음식에서 튀는) 기름이 있으니 미끄러워. 한 명이 뒤로 넘어져서 머리를 부딪쳤는데 순간 못 깨어나서 119 불렀어. 뇌출혈 아닌가 싶더라고. 튀김 기름 튀어서 화상은 비일비재하고 하수구에 다리 찢어지고, 천장후드 닦는다고 올라갔는데 (화상 입는) 약품이 얼굴에 떨어진 사람도 있고. 오븐 세제 독한 게 무릎에 흐르는지 몰랐다가 타들어간 사람도 있고. 애벌 세척할 때 빨리 많은 양을 세척해야 하는데 기름기를 지워야 하니까 뜨거운 물로 해야지. 특히 겨울엔 기름 덩어리가 얼어서 안 떨어지잖아. 그런데 그거 때문에 2010년인가 2011년엔 어떤 사고도 있었냐면 구로구에 있는 학교인데, 오후에 세척하려고 다라이(대야)에 뜨거운 물을 받았단 말이야. 근데 그 사람이 다리에 힘이 빠져서 거기 주저앉아버렸어. 신체 일부가 다 녹아버려서 일주일 만에 돌아가셨잖아. 폐암도 얼마나 많아요. 그런데 폐암은 경력 10년 안 채웠다고 산재를 못 받는 사람도 있지.” —경력 13년 서울 조리실무사
존중이 없다, 교육이 없다
오후 1시45분. 늦은 점심식사 뒤 상을 치우고 흘린 음식물을 닦자 여사 한 명이 냉장고에서 스테인리스 통을 꺼냈다. 통을 열어보니 연한 커피가 얼려져 있다. 여사는 바닥에 놓인 포트에 물을 끓이더니 꽁꽁 언 커피 덩어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 조금씩 녹인 뒤 여사들의 종이컵에 나눠 부어준다. 이날 처음으로 시원한 음료를 마셨다. 여사 한 명이 ‘아이고 아이고 허리야’ 하며 바닥에 누웠다. 5명 남짓만 누울 수 있는 공간, 처음 본 대체근로자가 안쓰러웠는지 다들 자리를 내어준다. 여사들에게 건강에 대해 물었다. “이 일 하면서 병원 안 다니는 사람 없지” “방학 때 집중적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받아야 한다”는 얘기 등을 해준다.
그때 한 여사가 쉬면 아파서 못 일어난다고 얼른 세척하러 가자며 장갑을 챙겼다.
“조금만…, 조금만 누웠다 나가자. 우리 이제 제발 죽을 둥 살 둥 그렇게 살지 말자.”
또 다른 여사가 앉으라고 만류했다. 그래도 장갑을 챙기던 여사는 그냥 휴게실 문 쪽으로 갔다.
“제발 2시에 나가자.”
한 번 더 만류했지만, 못 들은 척하고 문을 열었다.
“좀! 제발 2시에 나가자고!”
인자한 얼굴의 여사가 표정을 확 바꾸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깜짝 놀라 다들 옆을 돌아봤다. 분위기가 어색해질까봐 다른 여사들이 “와하하. 화내는 줄 알았잖아” 말하며 웃었다. 나가려던 여사는 문을 닫고 휴게실 바닥에 다시 앉았다. 이날 출근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학교급식실’을 검색했을 때 본 글이 생각났다.
‘급식실 힘들게 일하는 줄만 아는데, 휴게실에 누워서 쉬고 웃고 수다도 떨고 합니다.’
“존중이 없는 거, 교육이 없는 거, 저는 그게 급식실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꼭 감사해 할 필요는 없죠. 근데 옛날에는 저희 영양교사들이 오히려 조리실무사님들한테 요리를 배울 정도로 정말 요리 잘하고, 아이들 밥 먹는 게 예뻐서 열심히 만드는 그런 분이 많았어요. 근데 지금은 그런 분들이 점점 다 떠나고, 그냥 아무 보람 없이 돈 벌러 온 대체근로자, 아무 데도 취업할 곳이 없어서 요리를 전혀 모르는데 오는 사람이 많아요. 그럼 아이들한테도 안 좋은 일이잖아요. 그 말을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학교급식이 옛날에 정말 가난해서 선진국 원조를 받는 데서 시작해서, 지금은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 배우러 올 정도로 발전했거든요. 제발 좀 우리 급식을 존중하고 믿어달라고 꼭 부탁드리고 싶어요.” —서울 A초등학교 영양교사(경력 20년 이상)
여사들은 “죽을 둥 살 둥 일하지 말자”고 약속해놓고, 문을 나서자마자 다시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일하기 시작했다. 쇠수저가 가득 담긴 대형 다라이에 뜨거운 물을 채워 불리고 세척하고, 다시 뜨거운 물이 끓는 솥에 수저를 쏟아부을 때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그러다 솥에 빠질까 두려운 마음이 일었다. 여사들은 화상 위험이 있는 오븐 세제를 행주에 묻혀 벽면을 빠르게 박박 닦는다. 피부에 튈까, 보는 사람이 겁났다. 무거운 하수구 철판을 들어올려 음식물 찌꺼기를 청소하고, 깊은 하수구 아래로 내려가 밑을 닦을 때는 좀 전에 들었던 ‘다리 끼임 사고’가 또다시 발생할까 조마조마했다. 이들이 너무 빨리 움직이는 건 몸에 한계가 왔기 때문이다. 중간 휴식이 없을지언정 머릿속은 얼른 일을 끝내고 씻고 누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만약 다른 일을 할 수만 있다면
마음씨 고운 ㄴ여사는 처음 본 기자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식판을 세척할 때 뜨거운 물에 손을 넣고 압력을 거슬러 딱 붙은 식판들을 떼어내는데 장갑을 꼈음에도 손끝이 너무 아리고 뜨거워 표정이 구겨졌다. 더럽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얼른 근처 음식물 쓰레기가 떠 있는 찬물에 손을 넣었다. 표정을 살피던 ㄴ여사는 조용히 깨끗한 통을 가져와 찬물을 받아 옆에 놔준다. 그래도 안쓰러웠던지 여사들이 세척한 식판을 헹구는 식기세척기 끝에 가서 떨어지는 식판을 받는 역할을 하라고 보낸다. 스테인리스 식판이 10개씩 ‘꽝’ ‘꽝’ 떨어지는 소음에 귀가 아프고 포개진 식판들을 선반에 쌓는 일도 힘들지만, 직접 세척하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그는 일하느라 흐트러진 기자의 앞치마 끈을 다시 묶어주며 말했다.
“이 일 진짜 힘든 일이야. 아직 젊잖아. 경력 단절된 여자들이 근무시간 이르니까 애들 저녁밥 차려주고 돌봐줄 수 있어서 보통 이 일 많이 시작하는데, 어느 학교로 가나 힘들어요. 만약 이전에 해봤던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그걸 살려요. 이 일 할 생각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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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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