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죄송합니다”···황금세대의 ‘첫 실패’와 막내 황선우의 사과

김은진 기자 2024. 7. 31. 10: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낭테르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수영 계영 남자 800m 결승전에서 경기를 마치고 김우민이 황선우를 위로하고 있다. 한국은 6위. 2024.7.30 낭테르=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황선우(21)는 31일 2024 파리올림픽 남자 계영 800m 결승을 마친 뒤 “많이 응원해주셨는데 죄송하다”고 했다.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계영 결승에 진출한 한국 수영은 이날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남자 계영 800m에서 7분07초26을 기록해 6위에 머물렀다.

오전 예선에서는 황선우가 자유형 100m를 뛰느라 계영에 함께 하지 못했다. 이호준, 이유연, 김영현, 김우민이 함께 뛰었고 처져 있던 레이스를 마지막 영자 김우민이 폭발적인 역영으로 4위로 끌어올려 전체 7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는 황선우가 합류했다. 계영 800m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마자 황선우는 자유형 100m 출전을 포기하고 계영에 올인했다. 양재훈, 이호준, 김우민, 황선우 순서로 나갔다. 그러나 대표팀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예비주자 2명이 뛰었던 예선 기록(7분07초96)보다 0초70밖에 당기지 못했다.

기대 이하의 기록으로 6위에 머물렀다. 한국 수영 사상 최초의 단체전 메달을 기대했던 꿈과는 거리가 먼 기록이었다.

남자 계영 팀은 이날 결승을 뛴 멤버 그대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7분01초73으로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사상 첫 금메달을 땄다. 2022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한 데 이어 2023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는 6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우승을 하며 계속 위로만 내달렸다.

황선우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낭테르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수영 계영 남자 800m 결승전에서 역영하고 있다. 낭테르=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황선우가 등장한 뒤 김우민이 새로운 기둥으로 또 튀어나오면서 쌍두마차가 등장하자 ‘황금세대’라 불리기 시작했고 엄두도 못 내던 계영에 꿈이 생겼다. 실제로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내면서 더 큰 올림픽 메달의 꿈까지도 키웠다. 지난 2월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위에 오르면서 올림픽의 꿈이 가시화되기도 했다. 당시 기록이 7분01초94였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무대, 올림픽에서는 그보다 5초 이상 느린 매우 저조한 기록으로 물러났다. 계영 최강국 영국이 6분대(6분59초43)를 기록하며 우승했고 미국이 7분00초78, 호주가 7분01초98로 뒤를 이어 메달을 가져갔다. 4위를 한 중국(7분04초37)에도 한국은 3초나 뒤졌다.

짧은 시간 사이에 급격하게 성적이 나면서 한국 수영에 대한 기대가 너무 일찍 부푼 감이 있다. 한국이 2위를 한 지난 2월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영국과 미국이 출전하지 않았고 호주는 정예멤버를 제외하고 내보냈다. 거기서 중국에 이어 한국은 은메달을 땄다. 이번 올림픽 금·은·동은 그대로 영국·미국·호주에게로 갔다. 중국이 4위를 했다. 이 순서가 그대로 올림픽 결승전에서 이어진 셈이다.

정확히는 한국 계영은 세계무대로 나가고자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상황이다. 올림픽 최초의 결승 진출만으로도 실은 큰 성과인데, 그 사이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었고, 참가국 상황과는 별도로 은메달을 땄다는 사실이 더 크게 부각되면서 한국 계영에 대한 기대치는 너무 치솟았다.

아직은 선수들의 경험도 충분치가 않다. 넷 중 황선우가 유독 “죄송하다”고 여러 번 얘기한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2021년 도쿄올림픽 이후, 막내임에도 한국 수영의 에이스로 불렸던 황선우는 이번 대회에서 부진하다. 주종목인 자유형 200m에서 강력한 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준결승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 충격이 자유형 100m로 이어져 16위로 턱걸이 해 준결승에 진출했다.

계영 800m 결선을 위해 자유형 100m 준결승 출전을 포기했지만 역시 좋은 기록을 내지 못했다. 황선우의 자유형 200m 최고기록이 1분44초40인데 이날 마지막 영자로 나서 1분45초99의 저조한 기록을 냈다. 이미 맨앞에서 최하위로 처진 것을 세번째 영자 김우민이 끌어올렸고 에이스인 황선우가 더 끌어올려주기를 기대했지만 황선우은 자신의 기록에도 미치지 못했다.

황선우(왼쪽)가 지난 28일(현지시간)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수영 자유형 남자 200m 준결승에서 부진한 기록을 내 아쉬워하자 김우민이 다독이고 있다. 낭테르=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에서도 부진한 황선우는 고개를 숙였다. 황선우는 “이번을 계기로 어떤 점이 부족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 도쿄 올림픽 이후 3년간 많이 배웠다고 생각을 했지만 정말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황선우는 도쿄올림픽 이후 ‘성장’하며 ‘성공’만 한 캐릭터다. 꾸준히 올라서는 과정에서 꺾여본 적이 없다. 지난 28일 자신의 주종목인 자유형 200m에서 예선을 전체 4위의 좋은 성적으로 통과하고도 준결승에서 탈락한 것은 황선우가 처음 겪은 실패다. 길어도 일주일인 대회 기간, 실패를 경험해도 빨리 털어버리고 다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정신회복력’은 큰 대회일수록 대단히 중요하다.

황선우는 “200m 준결승 탈락 충격이 크긴 했다. 다음날 어느 정도 잊었다 생각했는데 여운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레이스 운영이 잘 돼서 체력도 안배 하고 결승까지 잘 버텼는데, 올림픽에 와서는 예선까지 괜찮았던 게 준결승부터 갑자기 펑크나면서 짜왔던 플랜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니까 다시 세우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많이 아쉽고 당황스럽다. 그리고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다시 말했다.

한국 수영이 ‘황금세대’라 불릴 수 있는 선수들을 동시에 보유하고 계영 올림픽 메달을 꿈꿀 기회가 다시 오기는 쉽지 않다. 기둥인 김우민과 황선우가 아직 20대 초반이다. 선수들은 충분히 경험을 쌓고, 대표팀도 객관적인 평가와 함께 보다 치밀하게 올림픽 이후 계획을 세워나가야 하게 됐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