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1주일 내내 ‘세계 최고’ 다큐를…EBS EIDF 20년 성공 비결

남지은 기자 2024. 7. 3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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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회 EIDF 8월19일 개막
개막작이자 페스티벌 초이스 출품작인 프랑스 작품 ‘어떤 프랑스 청년’. 교육방송 제공

무려 21년. 텔레비전(TV)에서 1주일 내내 다큐멘터리만 방영하는 시도는 도전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진지하고 지루한 장르라는 선입견에 취향 따라 호불호도 갈렸다. 그런데도 다큐는 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생각에 고집스럽게 끌고 왔다. 다큐 대중화에 일조했다고 평가받는 교육방송(EBS) 국제다큐영화제(EIDF∙이아이디에프) 얘기다.

올해도 어김없이 8월19일부터 25일까지 티브이와 영화관(씨네큐브 광화문, 메가박스 백석벨라시타)에서 찾아온다. 72개국에서 출품한 400여편 중에서 52편(32개국)을 엄선했다. 개막작 ‘어떤 프랑스 청년’(캐나다·프랑스)을 시작으로, 페스티벌 초이스(경쟁 부문), 자연과 인간 등 7개 분야로 나눠서 소개한다.

21년간 지속한 비결은 ‘수준 높은 작품’이다. 1회 129편에서 출품작이 꾸준히 늘면서 한 해 동안 주목받은 작품은 대부분 이아이디에프에 몰려든다. 이아이디에프 초창기 수년 동안 세계 유명 다큐영화제를 다니면서 ‘좋은 작품 찾아 삼만리’했던 노력이 행사의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지금 이 시대 화두를 녹인 작품을 모아 놓은 경쟁 부문인 페스티벌 초이스는 백미다. 올해는 지역적 특수성에서 출발해 보편적 화두로 나아가는 11편이 준비됐다. 개막작이자 경쟁 부문 출품작인 ‘어떤 프랑스 청년’은 프랑스 남부 아를의 전통 스포츠 카마르그 투우를 소재로 이민자 문제를 짚는다. ‘탐욕의 식민 전쟁’(네덜란드)은 식민-피식민 역사를 중심으로 식민주의, 인종, 권력 문제를 들여다보고, ‘목소리들’(한국)은 역사 속에 묻힌 여성들의 존재를 조명하면서 여성주의 역사관을 새롭게 정립한다. 청각 장애인의 난관을 통해 타자와의 공존의 문제를 짚는 ‘플라잉 핸드’(스페인) 등이다.

전쟁이라는 처절한 환경에서도 피어나는 아이들의 우정과 연대를 담은 우크라이나 작품 ‘땅 아래 사람들’. 교육방송 제공
청각 장애인이 난관을 통해 타자와의 공존의 문제를 짚는 스페인 작품 ‘플라잉 핸드’. 교육방송 제공

다큐 속 메시지를 전하려고 매년 새로운 시도를 추가하는 노력도 이아이디에프 성공 요인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단편 작품을 공모해 최종 선정된 10편을 ‘단편대첩’에서 소개한다. 성 역할을 뒤집은 젠더벤딩 예술을 담은 35분짜리 ‘퀸의 뜨개질’(한국)과 이란에서 만든 27분짜리 ‘이란 부인의 이런 남편’ 등 새로운 시각과 표현 방식을 시도한 참신한 작품이 많다. 교육방송 쪽은 “단편 다큐는 짧은 시간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장편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여름밤 야외 상영으로 다큐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사람을 끌어 모으는 데 한몫했다. 올해는 22~24일 일산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에서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티브이’(미국, 한국) 등을 선보인다.

축제에 그치지 않고 다큐 ‘저변 확대’와 ‘산업 발전’을 도모해온 것도 이아이디에프 20년 성과다. 좋은 창작자 발굴이 대표적이다. 2007년 대상작 ‘푸지에’를 연출한 야마다 카즈야 감독은 세계 유명 다큐 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2009년 사전제작지원 프로젝트로 선정된 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은 이후 장편으로 제작되어 암스테르담 국제다큐영화제 장편 경쟁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앙코르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김보람(‘두 사람을 위한 식탁’) 오세연(‘성덕’) 등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감독들을 주목한다. 제작 단계에 있는 다큐를 산업 관계자들에게 소개하는 피칭(투자 설명회) 프로그램 등 매년 다양한 행사를 선보였는데, 올해는 제작 지원 사업을 강화했다고 한다. 형건 총괄 프로듀서는 “한국 다큐가 국외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서 지워진 여성을 추적하는 한국 작품 ‘양양’. 교육방송 제공

그러나 제작비는 많이 드는데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은 과제다. 행사가 유명해지면서 티브이 공개가 때론 발목을 잡기도 한다. 아카데미 등 큰 영화제를 염두에 둔 작품은 티브이 공개가 부담스러워 행사 직전에 출품을 취소하기도 한다. 김광호 집행위원장은 “티브이 방영과 영화관 상영을 아우르는 전 세계 유일한 영화제인 이아이디에프가 다큐 대중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며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속에서 서로의 모습을 비춰 보며 이해와 포용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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