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더 힘찬 한국 원전, 민관 협력이 답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난 17일 체코 역사상 최대 투자 프로젝트로 알려진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부지에 대형 원전 최대 4기 건설사업은 체코 역사상 최대 프로젝트다. 총 예상 사업비가 1기에는 약 12조 원, 2기는 약 24조 원으로 계약 금액은 향후 협상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한수원이 주 계약자이고 한전기술(설계),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 시공), 대우건설(시공), 한전연료(핵연료), 한전KPS(시원전,정비) 등이 '팀 코리아'를 구성해 1천MW(메가와트)급 대형 원전의 설계, 구매, 건설, 시운전, 핵연료 등 원전 건설 전체를 공급한다.
우리나라는 1982년 유럽형 원전을 도입한 이후 유럽에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했다. 특히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이후 15년 만의 쾌거다. 20조 원 규모였던 UAE 원전 수출보다 규모가 더 크고 유럽시장에서 원전 강자인 프랑스를 제치고 따낸 수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프랑스는 수주전에서 유럽에서 원전 운용 중인 프랑스 대비 유럽 밖에서만 원전을 운용하는 한국과 대결이라는 구도를 만들어 여론 공략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현지 매체에 체코 국민의 75%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지지한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광고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체코 정부는 유럽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인 중동 사막에서 원전을 건설하고 높은 시공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보여준 한국 원전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나라는 체코 원전 수주로 탈원전에서 원전으로 돌아오는 유럽 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유럽의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폴란드, 헝거리 등이 원전 건설에 나서는 등 가히 원전 르네상스라 불릴만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2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제 서서히 종식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떤 방식이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며 우크라이나는 도시와 경제, 산업 재건을 위해 우선적으로 전력 생산에 필요한 원전 건설에 나설 것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체코에 이어 또 하나의 큰 원전 시장이 눈앞에 펼쳐질 수 있다.
현재 국제사회는 인공지능(AI) 시대 개막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확산하고 있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등이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고, 한번 연료를 채우면 2년 간 가동할 수 있어 많은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선호하고 있다.
국제 정세는 한국 원전 산업에 다시 없는 호기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국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입찰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중국도 미국, 유럽연합(EU) 등 견제로 발이 묶여 있다. 실질적 경쟁국은 프랑스 정도다. 한국 원전은 15년 전 UAE 원전 수주에서 프랑스를 이겼고 이번 체코 원전 건설 시장에서 다시 프랑스를 이겼다. 하지만 한국 원전 수출은 이제 막 반환점을 통과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최종 결승전을 통과한 게 아니다.
원전 수출 사업은 장기전이다. 체코 신규 원전 수주는 아직 본계약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앞으로 건설 기간 등을 고려하면 대략 20년은 걸리는 사업이다. 원전 수출 사업은 이처럼 장기적인 만큼 체계적인 로드맵을 세우지 않으면 지속 수출은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체코 원전 우선 협상대상자 선정을 계기로 유럽 주요국의 신규 원전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보다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특히 고준위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 유럽은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마련 계획을 세워야 신규 원전 수주가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폐기한 원전 산업을 살리기 위해 기업과 손잡고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대통령이 앞장서고 산업부 장관 등 관련 공무원 그리고 한수원 수뇌부 및 한국전력 산하 기관,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민간 기업이 '팀 코리아'를 만들어 얻어낸 성과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과제로 삼았는데, 드디어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추세로 가면 목표 조기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부디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정부 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같이 힘을 모아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이 다시 세계 무대로 도약하길 모든 역량을 집중해주길 당부한다.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nocutnews@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캐스팅 하자" 머스크도 사격 김예지 매력에 빠졌다
- [인터뷰] "새벽 한강 홀로 걷기, 로봇과 대결하기… 韓 양궁 독특한 훈련법"
- "노스 코리아"에 발끈, 한국 질문은 일축, 중국 미디어는 흥분[파리올림픽]
- 신동욱 "윤-한 회동, 화해의 시그널"
- "꼭 죽여야 했나"…사람 공격한 불곰 사살하자 '역풍'
- '민주화 상징' DJ 사저 100억에 팔려…이희호 여사 유지는?
- 檢, '쯔양 공갈' 혐의 변호사 구속영장 청구
- 당신의 숲 지킴이 성향은?
- '수사중' 임성근 前해병 1사단장, 지난주 명예전역 신청
- 애물단지된 '프로젝트 2025'…민주·공화 모두가 '공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