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팬덤 따라가는 한동훈 팬덤 ‘10만 양병’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URL: https://www.hani.co.kr/arti/subscribe-recommend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아직 버티는 건 한동훈 대표의 위상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는 징표입니다. 정 의장이 버티고 있지 못하도록 우리 영향력을 키워야 합니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팬클럽 ‘위드후니’에 이러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지금은 너무 미약하다”며 “회원들 모두 회원 배가 운동을 하고 입당해야 한다. 모두 입당한다면 한 대표를 명실공히 지원할 수 있다”고 썼습니다. 또 다른 회원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정 의장 사퇴 촉구 글을 올렸음을 인증했고, “꼰대 짓 그만하고 물러나 달라” “무료봉사하겠다는 당대표를 도와달라”는 호응 댓글이 달렸습니다.
한 대표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후 여당에도 ‘팬덤 정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총선 직후인 지난 4월13일 ‘회원 수 2만명 돌파’를 자축했던 위드후니는 그로부터 110일이 지난 7월31일 기준으로 9만2천여명을 보유한 팬카페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 대표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녀 눈길을 끌었습니다. 당시 붉은색으로 꾸민 전당대회 행사장에서 흰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중년 여성들은 한 대표가 등장하거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환호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상대 후보들이 한 대표를 비판하는 발언을 할 땐 일제히 야유를 보냈고, 한 대표의 연설이 끝나면 단체로 자리를 떴습니다. 이 때문에 연설을 마친 한 대표가 다시 행사장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 일도 있었는데요. 최근엔 친윤석열계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온라인에 집단으로 올리며 세를 과시하는 중입니다.
정치인 팬덤이 처음은 아닙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강성 지지층을 보유한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꼽힙니다. 보수정당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두터운 팬덤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한 대표 팬덤이 커지면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7일 “우리가 그토록 비판해온 개딸(이 전 대표 팬덤)과 한딸(한 대표 팬덤)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하기도 했습니다.
한 대표의 팬덤은 기존 정치인 팬덤 중에서도 연령, 성별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은 ‘아이돌 팬클럽’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입니다. 이 전 대표가 지방선거·대선·총선 등 굵직한 정치적 이벤트를 거치며 다양한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가 많았다면, 지난해 12월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한 대표는 ‘정치인 한동훈’의 비전을 보여주고 폭넓은 지지세력을 얻을 시간이 짧았습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한겨레에 “이재명 전 대표의 팬덤과 한 대표의 팬덤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이 전 대표 팬덤을 개딸(개혁의 딸)이라고 부르지만 남녀노소 구분이 없는 편이라면, 한 대표 팬덤은 40·50대 여성이 좀 더 많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며 “한 대표 팬덤은 아이돌 팬클럽 같은 성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 대표의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재명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그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같은 당 의원들을 공격했듯, 한 대표의 지지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정점식 의장 사건 이전에도 일부 한 대표 지지자들은 한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국민의힘 의원 쪽에 ‘문자 폭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친한동훈계 의원은 “팬덤의 행동이 상식적인지, 아닌지는 어떤 이슈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정점식 의장 사건은 (팬덤의) 폭력이라기보단 집단적인 의견 표출로 봐야 한다”고 옹호했습니다. 반면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한 대표 지지자가) 같은 당도 공격하는 행태를 보이는데, 정치와 당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 단 한명’을 위해 같은 당 공격도 서슴지 않는 정치 팬덤 현상이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준한 교수는 “진영 내 경쟁도 심화하고, 추종자들도 편협해진 경향이 있다. 이들이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이합집산하고 세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자칫 한국 정치의 양극화를 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도 “정치인 팬덤의 경우 출발은 순수하더라도 권력화되면 점차 강성 팬덤으로 변할 수 있다”며 “정치인은 자기 팬덤이 상대 진영이나 경쟁 상대를 증오하거나 악마화하지 않도록 적절한 거리 두기와 메시지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급식실 50도, 냉수 마실 정수기 안 준다…”수돗물 끓여 식으면 마셔요”
- ‘1회용품 방통위원장’ 이진숙의 ‘사흘천하’, MBC 엎는다
- [속보]전국민 25만원 지원법‧노란봉투법 법사위 통과…국힘 표결 불참
- ‘간첩법’ 민주당이 막았다는 한동훈…국회 속기록엔 유상범·정점식
- 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에 김문수 지명
- 서울·경기 일부 등 폭염경보…체감온도 최고 35도
- 가로수 정비 70대 2명 숨져…정차 중 화물차에 1t 탑차 급가속
- ‘트럼프 공약집’ 프로젝트 2025 총책 사임…트럼프와 거리두기
- 이재명 팬덤 따라가는 한동훈 팬덤 ‘10만 양병’
- 뭔데, 통신사 직원 가족이 쓴다는 ‘월 1000원’ 요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