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미친짓”…‘XY염색체’ 복싱선수 여자경기 출전 허용 논란

김자아 기자 2024. 7. 3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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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논란을 딛고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파란옷)이 2022년 멕시코 선수를 상대로 경기하는 모습./X(옛 트위터)

성별논란 속에 2023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격 처분을 받았던 여자 복싱 선수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와 린위팅(28·대만)이 2024 파리 올림픽에 정상 출전하게 됐다. 이에 해외에서는 칼리프가 과거 여성을 상대로 펼친 경기 장면을 재조명하며 “여성에 대한 남성 폭력”이라는 식의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9일(현지시각) “칼리프와 린위팅은 IOC의 모든 규정을 준수했다”며 “파리 올림픽에 정상적으로 출전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칼리프와 린위팅./소셜미디어(SNS)

칼리프는 여자 66㎏급, 린위팅 여자 57㎏급에서 활약한 정상급 여자 복서다. 칼리프는 2022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땄고, 린위팅은 같은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두 선수는 2020 도쿄 올림픽도 정상적으로 출전했으나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다.

칼리프와 린위팅의 성별 논란은 작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크게 불거졌다. 당시 칼리프는 결승전을 앞두고 국제복싱협회(IBA)으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다.

우마르 클레믈레프 IBA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칼리프와 린위팅은 XY염색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남성 염색체를 가진 이들이 여자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IOC의 판단은 달랐다. IOC는 염색체만으로 두 선수의 성별을 결정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IBA는 지난해 IOC의 징계를 받아 올림픽 복싱 종목을 주관할 수 없다. 파리 올림픽 복싱 종목은 IOC가 설립한 임시기구인 파리 복싱 유닛(PBU)이 관장한다.

칼리프는 오는 8월1일 여자 66㎏급, 린위팅은 2일 여자 57㎏급 출전을 앞두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칼리프의 과거 경기 영상에 "이건 미친짓"이라며 답글을 남겼다./X(옛 트위터)

IOC의 발표 이후 해외에서는 XY염색체를 가진 선수가 다른 여성 선수들과 복싱 경기를 펼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호주의 한 변호사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칼리프가 과거 출전했던 복싱 대회 영상을 공유하며 “여성을 향한 남성 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왜 올림픽은 남성과 여성이 복싱 링에 함께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는가”라고 글을 올렸다.

영상에는 2022년 12월 열린 골든벨트 결승전에서 칼리프와 멕시코 복서 브리안다 타마라 산도발이 맞붙은 경기 내용이 담겼다. 영상을 보면 여자 복서로 출전한 칼리프의 일방적인 주먹에 상대 선수는 맥을 못추고, 결국 심판은 칼리프의 손을 들어 준다.

이 게시물은 14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온라인상 화제가 됐고, 게시물을 접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건 미친 짓”이라며 답글을 남겼다.

이외 네티즌들도 “올림픽을 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열심히 여성들과 경쟁하며 훈련해온 여성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남성에게 구타당하게 됐다” “여성을 향한 남성의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말 역겨운 일” “스포츠가 아니라 가학적인 서커스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산도발은 IBA가 칼리프를 실격 처리했다는 소식에 “칼리프와 싸울 때 그를 때리기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경기하는 동안 그는 내게 많은 상처들을 입혔다”며 “복서 생활 13년 동안 남자들과의 대련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날 내가 무사히 링에서 나오고 IBA가 마침내 그 사실을 깨닫게 되어 다행이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글을 올린 바 있다.

2022년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여자부 수영 자유형 종목에서 우승한 미국 수영선수 리아 토마스/X(옛 트위터)

스포츠계에서는 최근 남성의 성염색체를 가지고 여자 경기에 출전하는 일부 선수들로 인해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2022년 전미대학체육협회 여자부 수영 자유형 종목에서 남성 생식기 제거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리아 토머스가 출전해 우승해 논란이 일자, 국제수영연맹은 “12세 이전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만 여성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규칙을 도입했다.

이밖에 세계육상연맹, 국제자전거연맹 등도 비슷한 규칙을 도입했으며 여러 스포츠 관련 단체들은 여자부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 수치를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만들어 트랜스젠더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제한하고 있다.

IOC는 성소수자들의 성별 문제에 관해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종목별 제한에 따라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3년 전 도쿄올림픽 때보다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이 줄었다. 성소수자·스포츠와 관련된 소식을 전하는 매체 아웃스포츠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성소수자 추정 선수는 최소 155명으로, 186명으로 발표된 도쿄 올림픽보다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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