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문다면 너도 물어버려’ … ‘잔혹동화’로 돌아온 완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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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이가 큰 호랑이를 집어삼키고 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미술 투자 열풍을 이끌고, 국내외 미술품 애호가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주인공, 우국원(48·사진) 작가의 신작 '친애하는 딸에게 시리즈'다.
시리즈를 막론하고 신작 대부분에는 기저귀를 찬 어린아이가 등장하는데, 이는 작가가 세 살 딸을 캐릭터화해 그려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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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리즈’ 등 신작 30점 공개
귀여운 아이가 큰 호랑이를 집어삼키고 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미술 투자 열풍을 이끌고, 국내외 미술품 애호가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주인공, 우국원(48·사진) 작가의 신작 ‘친애하는 딸에게 시리즈’다. 유머와 공포가 공존하는 이 기묘한 그림 아래에 금박으로 새긴 영어 글귀도 강렬하다. ‘만약 누군가가 너를 문다면 그들을 바로 다시 물어버려라(If someone bite you, bite them right back).’
경매마다 신기록을 세우며 미술 시장 불황에도 끄떡없는 우 작가가 3년 만에 국내서 개인전을 연다. 오는 8월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탕컨템포러리아트에서 열리는 전시는 우 작가의 실제 ‘친애하는 딸’인 ‘우주’를 향한 메시지가 가득하다. 그리하여, 전시 제목도 ‘나의 우주; My Universe’. 일본 판화 우키요에를 모티프로 그린 그림에 성경 구절을 넣은 ‘호쿠사이 시리즈’, 숲에서 실험적 삶을 산 데이비드 소로의 철학이 투영된 ‘월든 시리즈’ ‘삐삐 시리즈’ ‘생명의 나무 시리즈’ ‘공주 시리즈’ 등 신작 30여 점을 대거 공개했다. 시리즈를 막론하고 신작 대부분에는 기저귀를 찬 어린아이가 등장하는데, 이는 작가가 세 살 딸을 캐릭터화해 그려 넣은 것이다. 그간 삶에 대한 성찰 과 인간 내면의 탐구 과정을 캔버스 위에 오롯이 담아냈던 작가가 이번엔 ‘세대 간의 관계’에 보다 집중했다. 지난 2021년 아버지 우재경 화백의 수묵화를 오마주하며 세대 간의 이해와 공감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는 작가는 딸의 이름을 가져와 다음 세대에게 ‘사유의 초대장’을 보낸다.
‘친애하는 딸에게’ 시리즈는 언뜻 다채로운 색과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해 동화 같은 느낌이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아이가 호랑이를 물고 있는 등 ‘잔혹동화’에 가깝다. 세상은 동화와 같지 않음을 일러주는 순전한 사랑의 조언이다. 또, ‘공주 시리즈’는 깊고 넓어진 작품 세계와 삶의 철학이 드러난다. ‘겨울왕국’ 엘사의 초상화 아래 ‘우주’가 책을 읽고 있다. 지난 세대를 답습하지 말라는 세상 모든 딸에게 주는 메시지다. 또한, 기법적으로도 초상화엔 작가의 초기작 분위기가 남아 있고 초상화 밖은 작가의 현재 스타일이 있어 ‘우국원 월드’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시리즈는 동양적 화풍에 성경 구절을 실은 ‘호쿠사이 시리즈’다. 한동민 탕컨템포러리아트 팀장은 “동서양의 교류를 대표하는 그림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예술로 동서양, 세대 간의 차이를 허무는 작업을 하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다색판화 우키요에의 전설적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1760∼1849)에게 영감을 받은 작품들엔 낙서 같은 삐뚤빼뚤한 문장들이 쓰여 있다. 예컨대,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를 모티프로 그린 ‘빅 웨이브(Big Wave)’엔 사도행전 27장 25절이 영어로 적혀 있다. 사도 바울이 로마로 압송될 때 큰 풍랑을 만나고 ‘그러므로 여러분, 용기를 내십시오…’라고 말하는 구절이다. 동서양의 만남, 세대 간의 이해, 삶의 조화, 믿음, 용기 등을 전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진다.
개막전부터 작가의 신작에 목말랐던 국내외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쟁탈전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국내 미술 시장 호황기였던 2021∼2022년 젊은 컬렉터들을 유입시키며 급부상한 당시 스타 작가 중 여전히 호명되는 작가는 몇 없다. 여전히 그 위치를 지키는, 아니 그 자리를 몇 차례 뛰어넘은 우 작가의 기세가 어디까지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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