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 조손가정 첫 후원… “대학 간다는 편지에 키다리아저씨 된듯”[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유민우 기자 2024. 7. 3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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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약사가 되자마자 아프리카 의료봉사캠프에 참여했는데 그때 느낀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아내와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들, 초등학생이었던 딸과 함께 지구 반대편에서 아픈 사람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죠."

광주 북구에 약국을 운영하면서 초록우산을 통해 14년째 나눔의 삶을 이어가는 서웅(51) 후원자는 "남들을 돕는 직업을 갖고 싶어 약사를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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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 약사 된 이후 매년 의료봉사… 서웅 후원자
남 돕고싶어 서른넷에 약대로
케냐·우간다·네팔·필리핀…
매년 해외아동 위해 의료봉사
자립준비청년에 1대1 멘토링
80명에게 비상약키트 선물도
“패밀리 셰어하우스 운영이 꿈”
서웅(왼쪽 첫 번째) 후원자가 지난 6월 르완다 은고마주에 있는 초록우산 해외사업장 중 한 곳인 가정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후원 아동의 부모들에게 지원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2011년 약사가 되자마자 아프리카 의료봉사캠프에 참여했는데 그때 느낀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아내와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들, 초등학생이었던 딸과 함께 지구 반대편에서 아픈 사람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죠.”

광주 북구에 약국을 운영하면서 초록우산을 통해 14년째 나눔의 삶을 이어가는 서웅(51) 후원자는 “남들을 돕는 직업을 갖고 싶어 약사를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 자동차 연구소를 다녔지만 약사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뒤늦게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에 뛰어들었다. 그는 3년간 도전을 거쳐 서른네 살 때 약대에 합격했다.

약사가 된 후 서 후원자는 매년 케냐, 우간다, 네팔, 필리핀, 캄보디아 등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에 의료 봉사를 다니고 있다. 지난 6월엔 아프리카 르완다에 가서 초록우산이 지원하는 영유아센터와 가정어린이집을 방문했다. 그는 “평소에도 해외 아동들에게 관심이 많았는데 직접 아이들을 만나고 지원사업을 눈으로 보니 더욱 심장이 뛰었다”며 “초록우산이 점차 해외사업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작게나마 힘을 보태려고 르완다 새로운 영유아센터 건립에 나와 아내가 1000만 원, 처형이 1000만 원을 후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후원자의 첫 나눔은 2010년 3월 약대를 졸업하자마자 초록우산을 통해 조손 가정 아이 5명을 후원한 것이다. 서 후원자는 “후원한 아이들이 벌써 대학에 갈 나이가 돼 나에게 ‘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에 진학한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간호학과에 진학한다’ 등 편지를 보냈는데 그걸 읽고 난 후 키다리 아저씨가 된 것처럼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 성장해 준 아이들이 대견했다”며 “잊지 않고 편지를 보내줘 고마움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려운 현실에 처한 아이들이 주변 도움을 받아 꿈을 잃지 않고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 후원자는 지난 2010년부터 사회복지공동기금에 매달 5만 원씩, 초록우산에는 2011년부터 매달 50만 원씩 후원하고 있다. 아프리카의료봉사회, 해외의료지원단 등에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서웅 후원자가 아내 이숭령 씨와 함께 비상약키트를 지원받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응원하는 편지를 쓰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아동에 대한 애정은 청년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서 후원자는 지난해 12월 광주 자립준비청년 80명에게 1인당 10만 원에 상당하는 비상약키트를 후원했다. 청년들을 위한 약을 직접 고르고 주문하면서 비상약키트를 손수 준비했다고 했다.

지난 1월엔 광주 5개구 약사회 총회에서 초록우산과 ‘가족돌봄아동 지원을 위한 돌봄약봉투’ 후원 안내 캠페인 부스를 운영했다. 이 캠페인으로 매달 66만 원씩, 후원금 연간 792만 원이 모였다. 서 후원자는 지난 5월부터 초록우산 광주지역본부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1대 1 멘토링 프로그램 ‘멘토아카데미’에 참여 중이다. 그는 “뉴스를 통해 자립준비청년들의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됐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돕고 싶어 관련 포럼에도 참석했고 초록우산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의 멘토가 돼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후원자의 소망은 자립준비청년에게 든든한 사회적 가족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서로 형제자매처럼 도우면서도 경제적 부담 없이 지낼 수도 있고, 관심 있는 어른들은 이들의 아버지, 어머니가 돼 줄 수 있는 ‘패밀리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눔의 행복이 대를 넘어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서 후원자는 “아들과 딸, 넓게는 다음 세대와 그다음 세대의 아이들까지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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