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평화롭던 마을이 쑥대밭…“회오리 바람이 휩쓸어”
[KBS 청주] [앵커]
최근, 음성지역 마을 곳곳이 예상치 못한 강풍에 쑥대밭으로 변했습니다.
수백 년 된 보호수가 한순간에 부러지고 철골 지붕이 뜯겨 나갈 만큼 바람의 세기가 위력적이었는데요.
현장 K, 송국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창고 마당을 비추는 CCTV 화면입니다.
환했던 화면이 뿌옇게 변하더니 거센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쌓아둔 자재가 순식간에 날아가고 창고 지붕이 뜯겨져 나갑니다.
닷새 뒤, KBS 취재진이 이 마을을 찾아가 봤습니다.
창고 안이 훤히 보일 만큼 지붕은 앙상한 뼈대만 남았습니다.
판매하려고 보관했던 제품이 대부분 비바람에 망가졌습니다.
[김○○/피해 소상공인 : "(음성군에서) '피해 지역이 너무 좁다 보니까 (재난 지역) 선포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개인이 알아서 처리해야 될 것 같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당시 밭일을 하다 강풍 위력을 느끼고 급히 집안으로 몸을 피했다는 70대 주민.
마당 안까지 덮친 거대한 상판과 철골 구조물이 이제는 흉기가 됐습니다.
[연인숙/피해 주민 : "그냥 하늘에서 뭐가 막 그냥 '팍',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소리가 나면서 '솨악' 지나가는 소리만 들렸어요."]
둘레만 600m가 넘는 수령 430년의 느티나무 보호수도 힘없이 부러졌습니다.
거대한 나무를 지탱하던 쇠기둥도 모두 뽑혔습니다.
조립식 창고가 통째로 날아가거나 주택 기왓장들도 깨지거나 사라졌습니다.
이처럼 강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부서진 잔해들만 가득합니다.
불과 30여 분 만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음성군 대소면과 삼성면, 금왕읍 일대에서 신고된 강풍 피해는 지금까지 24건.
당시 이 지역에서 관측된 바람의 세기는 초속 10m 안팎이었습니다.
나무 전체가 흔들리거나 우산이 뒤집히는 세기인데, 실제 피해 규모로 보면 이보다 더 위력적인 세기였습니다.
주민들은 당시 회오리 형태의 바람을 목격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희철/마을 주민 : "갑자기 그런 바람은 제 평생에 처음 봤습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서 있지 못했어요. 서면 쓰러지고…."]
회오리 바람은 주로 강렬한 햇볕에 지면이 뜨거워져 대기 상층과 하층의 온도 차가 벌어졌을 때 상승 기류가 생기면서 발생합니다.
[김승배/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KBS 재난방송전문위원 : "지구 온난화로 과거보다 더 뜨거워진 여름을 보내면서 회오리 바람이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기상 조건으로 바뀐 거죠."]
음성군도 이례적인 강풍 피해로 판단하고 피해 조사에 나선 한편, 조만간 군부대에 복구 인력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송국회입니다.
촬영기자:최영준/영상편집:정진욱
송국회 기자 (skh092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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