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맞세우려 ‘대’검찰청… 외람된 이름 바꿀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이 2022년 대선에서 정권 연장에 실패한 결정적인 두 가지 이유는 집값(부동산값) 폭등과 검찰개혁 실패 때문이었다. 집값 폭등은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을, 검찰개혁 실패는 민주주의 정치의 위기를 보여준다. 2차에 걸친 검찰개혁의 실패는 검사 정부의 출현까지 가져왔다. 민주당 정부가 앞으로 재집권하려면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가져야 한다.
두 당 모두 ‘수사-기소 권한 분리’
최근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은 3차 검찰개혁 방안을 내놨다. 2024년 6월26일 혁신당은 검찰개혁 4개 법안을 발표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수사절차법 제정안 등 4개 법안이었다. 혁신당의 박은정 의원(검찰독재조기종식특별위원장)은 7월2일 국회에 검찰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여야에 제안했다. 박 의원은 “혁신당과 민주당뿐 아니라 6개 야당이 공동으로 법안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7월10일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어 검찰개혁 법안의 핵심 내용을 발표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7월 중에는 발의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8월 이후에나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두 당의 검찰개혁 법안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검찰이 한 손에 쥔 수사-기소 권한을 분리하기 위해 기존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과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처(중수처, 또는 중대범죄수사청)를 신설하는 것이다. 새로 기소권을 담당할 공소청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수처 등 수사기관들이 넘긴 사건의 공소 제기와 유지, 재판 집행을 담당한다. 공소청은 직접 수사권은 물론이고 수사지휘 권한도 갖지 않는다. 검찰청의 이름은 공소청으로 바뀌지만, 검사의 직함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동안 말 많고 탈 많았던 검찰의 수사권은 신설되는 중수처(또는 중수청)로 완전히 넘어간다. 중수처의 수사 범위는 대략 7~8가지 범죄가 될 전망이다. 2020년 1차 검찰개혁 때 검찰에 주어진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범죄에 마약, 테러 범죄 정도가 더해진다. 이들 범죄에 대해선 경찰도 수사권을 갖지만, 중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갖는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 범위가 8개 범죄라고 해도 중수처에선 중요 범죄만 다루고 나머지는 경찰에서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수처가 기존의 검찰 특수부와 같은 과잉 수사 기관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이란 외람된 이름 없앨 수 있을까
중수처의 이름과 소속에 대해선 두 당의 의견이 갈린다. 민주당은 이름을 중수처로 하고, 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소청과 함께 법무부 산하에 두면 수사-기소 분리가 제대로 안 되고 두 조직이 다시 융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혁신당은 이름을 중수청으로 하고, 법무부 산하에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직이 분리되면 같은 법무부 산하라도 두 조직의 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기존 검찰 권한 가운데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혁신당은 기소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검사의 기소 독점을 깨뜨리고 기소 편의주의를 견제하도록 했다. 기소배심(대배심) 도입에 대한 의견도 많지만, 이번 3차 검찰개혁 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검사의 영장 청구권과 관련해서도 수사기관이 신청하는 영장만 청구할 수 있게 하거나 수사기관이 검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청구하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실제 입법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기소권도 공소청뿐 아니라 기소심의위원회나 기소배심으로 나눠야 하고, 영장 청구권도 경찰 국가수사본부나 중수처에 검사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검찰개혁은 중요한 권한을 여러 기관으로 쪼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두 당은 공소청의 조직과 관련해 기존 검찰의 대검찰청-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지청 등 4단계 체제를 폐지한다. 대신 본청-지방청-지청 등 3단계 체제로 바꾼다. 고등법원에 맞세우려고 형식적으로 만든 고검을 폐지하고, 대법원에 맞세우려고 붙인 ‘대’검찰청이란 외람된 이름도 없앴다. 공소청은 행정부의 한 기관이며, 법원과 같은 지위의 기관이 아님을 명확히 한 것이다. 공소청장도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차관급으로 직급을 명확히 했다.
민주당의 방안에선 범죄 정보를 수집하던 부서와 디지털 수사 등 과학수사를 담당하던 부서를 공소청에서 모두 배제했다. 또 법무부와 다른 부처에 검사를 파견하는 관행도 금지했다. 검사 파견은 다른 부처에 대한 정보 수집과 감시 등 목적으로 악용돼왔다. 참여연대의 집계를 보면, 2024년 3월 기준으로 법무부 등 다른 부처에 파견된 검사는 102명이나 됐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수평적으로
혁신당은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사절차법도 새로 마련했다. 예를 들면, 주거지 압수수색 영장의 제한,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의 제한, 기소 전 형사 사건 내용의 공개 금지, 수사 담당자와 언론인의 개별 접촉 금지,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설치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 혐의를 밝히려고 별개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하는 경우(별건 수사)나 수사 담당자가 언론인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경우엔 처벌도 받게 된다. 또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평적으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서 사건을 처리하도록 했다.
문제는 두 당의 3차 검찰개혁 법안이 원만하게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혁신당은 관련 법안을 모두 만들어 국회 법제실에 넘겨 검토 중이고, 이르면 7월 안에 발의할 수 있다. 민주당은 법안의 핵심 내용만 발표했고, 아직 구체적 법안은 만들지 않았다. 두 당의 법안이 발의되면 법사위에서 하나의 법안으로 조정될 것이다. 조정된 법안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권 성향의 개혁신당을 빼도 야권 의석이 189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공포, 시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다. 현재까지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15건의 법률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민주당과 혁신당이 재의결할 복안을 가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윤 정부에서 3차 검찰개혁 입법은 리허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만에 하나 재의결돼도 행정권을 가진 윤 정부는 공소청이나 중수처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윤 정부가 물러간다고 해도 검찰개혁의 길은 쉽지 않다. 민주당이 다시 집권한다는 보장이 없고, 민주당이 집권해도 3차 검찰개혁을 반드시 추진한다고 볼 수도 없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정치학)는 “이제는 민주당이 검찰을 이용하겠다는 생각, 사람을 바꿔서 검찰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검찰 제도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 야당이 시민단체, 학계와 공동으로 개혁 내용을 논의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정치학)도 “범죄를 다루는 검사들이 정치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야당이 정치 탄압 프레임이 아니라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검찰개혁에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끝없는 반민주주의의 도전과의 줄타기
3차 검찰개혁 과정에서 검찰과 국민의힘 성향 시민들은 강하게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중수처 신설 과정에서 검찰의 협력을 얻거나 1987년 민주화 이후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쌓아왔을 긍정적 경험이 제대로 인수인계될 가능성도 적다. 공소청 설치 뒤 권한이 축소된 검사들이 새 법률의 취지에 맞게 업무를 수행할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공수처 설치 뒤 현재까지 계속되는 어려움이 중수처와 공소청 설치 뒤에도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어려움이 있더라도 다른 길로 갈 수는 없다. 검찰 권한을 쪼개고 그들의 행태를 통제하지 않고서는 나라와 정부가 제대로 서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검찰을 완전히 시민의 통제 안에 넣지 못하면 실질적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도 검사와 판사들이 정치를 좌우하는 브라질과 같은 상황을 맞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1987년 이후 많은 이들이 한국이 민주주의 정치를 정착시켰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또 한번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제도적으로나 실체적으로 미성숙했던 것이다. 어쩌면 민주주의는 끝없는 반민주주의의 도전 속에서 겨우겨우 줄타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만든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이나 마린 르펜의 프랑스에서도 이런 어려움은 피할 수 없으니 말이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시사 오랑캐 : 오랑캐처럼 자유로운 외부자의 눈으로 세상사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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