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루가 방류’ 시위 주도한 환경단체 대표 기소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벨루가(흰고래) ‘벨라’ 방류 촉구 시위를 벌였다가 고소당한 시민단체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31일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송영인)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의 황현진 공동대표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 재물손괴)과 업무방해 혐의로 전날 기소했다고 밝혔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벨루가 방류 촉구 시위를 벌이는 핫핑크돌핀스 활동가들. 핫핑크돌핀스 홈페이지 캡처

황씨와 함께 시위에 참여한 이 단체 활동가 등 7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핫핑크돌핀스는 2022년 12월16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내 벨루가 전시 수조 유리에 접착제를 뿌려 ‘벨루가 전시 즉시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붙이고, 약 20분간 구호를 외치며 벨루가 방류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롯데월드는 수조 외벽에 피해를 보아 7억원 상당의 재물손괴를 입고 생물의 불안정한 반응과 관람객 이용 피해가 발생했다며 활동가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핫핑크돌핀스는 “롯데가 피해 사실을 과도하게 부풀려 벨루가 방류 촉구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입을 막고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해 왔다. 현수막을 붙이는 데 사용한 접착제는 문구점에 파는 ‘3M’ 제품으로 쉽게 제거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그러나 롯데 측이 주장한 재물손괴 등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이들 8명을 지난해 10월 검찰에 넘겼다.  

이후 롯데월드는 이들에 대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고 시위에 따른 피해 금액도 ‘알 수 없다’고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 심의 결과와 피해자 측의 처벌 불원 의사, 피의자들의 연령, 동종범죄 전력 등을 고려해 활동가 등 7명에 대해서는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2014년 개장 당시 러시아에서 벨루가 3마리를 들여왔다.

수컷 벨루가 ‘벨로’와 ‘벨리’가 각각 2016년과 2019년에 폐사해 동물학대 논란이 일자 롯데월드 측이 2019년 10월 암컷 ‘벨라’를 방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