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정 감독이 우승 기념 사진에는 없는 이유

이재범 2024. 7. 31. 08: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점프볼=이재범 기자] “김태형 코치나 김태홍 코치가 좀 더 당당하게 (지도자상을) 받고, 선수들에게 더 많은 축하를 받기를 원하는 뜻으로 자리를 피했다.”

고려대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6번이나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에서 정상에 섰다. 2020년에는 대회가 열리지 않았고,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불참했다. MBC배에 나서기만 하면 우승하는 것이다.

지난해 고려대가 우승했을 때다. 한국대학농구연맹은 남자 1부 대학 결승이 끝난 뒤 여자대학부까지 시상식을 함께 진행한다.

보통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이 이뤄지는데 결승 이후에는 시상식을 모두 마친 뒤 기자회견이 진행될 거라고 예상했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시상식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주희정 고려대 감독이 오히려 기자들을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올해는 고려대와 연세대의 결승이 끝난 뒤 곧바로 기자회견장에 내려갔고, 주희정 감독도 곧 이어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김태형 코치, 김태홍 코치에게 지도자상을 양보한 주희정 감독이 일찌감치 기자회견장에 들어온다는 건 우승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난해 지도자상을 받았던 김태형 코치는 “지도자상을 호명할 때 감독님께서 안 보이셔서 대신 나가서 받아야 하나 했는데 갑자기 내 이름이 불려서 너무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한 바 있다.

우승을 확정한 이후 주희정 감독이 사라지기 때문에 고려대 우승 단체 사진에는 주희정 감독이 안 보인다. 당연히 주희정 감독의 헹가래 사진도 없다.

주희정 감독이 우승 기념 사진을 안 찍은 이유는 무엇일까?

“선수들끼리 시너지 효과가 있듯이 코칭스태프도 시너지효과가 있다고 말씀드렸다. 김태형, 김태홍 두 코치가 굉장히 열심히 해줬다. 3년 전 코치들에게 내가 감독이고 너희가 코치지만 우리는 같은 코칭스태프라며 어떤 순간이라도, 내가 잘못 선택을 하든 내 눈치를 보지 말고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선수 때는 가드로 코트에서 진두지휘하며 다 보였는데, 감독이 되니까 솔직하게 모두 다 보이지 않는다. 안 보여서 두려운 것도 있고, 놓치는 것도 많다. 그러니까 코치들이 우리 벤치도 보고, 상대 벤치도 보고, 기자석도 보고, 관중석도 보고, 분위기를 본 뒤 변화가 있으면 나에게 빨리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는 거다. 코치가 지는 건 아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소통하고, 팀이 한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맞춰야 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코치들이 나를 떠받쳐준다. 감독이지만, 한 사람의 농구 선배로, 또 형으로 너무 든든하고 고맙다. 코치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뭘로 실어줄까? 뭔가 전환점이나 동기부여가 있어야 해서 김태형 코치와 김태홍 코치에게 (지도자상을) 주고 자리를 피했다. 감독이 있는데 상을 받고 헹가래를 받으면 민망할 수 있다. 내가 생각이 많을 수 있고, (코치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저는 뒤에서 축하를 해주면 된다. 김태형 코치나 김태홍 코치가 좀 더 당당하게 (지도자상을) 받고, 선수들에게 더 많은 축하를 받기를 원하는 뜻으로 자리를 피했다. 제 나름대로 배려를 해줬는데 왜 우승했는데 감독이 없어라며 안 좋게 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나만의 코치들을 배려하는 걸로 비켜준 거다(웃음). 다른 뜻은 없다.”

이동근은 우승 기념 사진에 주희정 감독이 없다고 하자 “감독님께서 안 계셔서 당황했다. 인터뷰가 길어졌다고, 그래서 못 왔다고 하셨다”며 “인터뷰가 길어져서 그런 거 같고, 우리끼리 나중에 미팅하며 다같이 축하하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문유현은 “내년에는 꼭 우리가 우승해서 감독님의 헹가래로 우승의 기쁨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주희정 감독은 단순하게 지도자상을 양보한 게 아니라 코치들에게 맡은 역할을 맡기고, 도움을 받고 있다.

프로 팀의 경기 전날이나 당일 오전 훈련을 지켜보면 코치들이 상대팀의 전술을 비주전 선수들에게 설명하고, 이를 통해 수비 훈련을 하곤 한다. 고려대도 연세대와 결승 당일 오전 훈련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주희정 감독은 코치들이 상대 전술을 선수들에게 설명하는 이유를 묻자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코치들도 공부가 된다. 우리(대학)는 전력분석 하는 사람이 없다. 코치들에게 영상을 보라고 하는 건 코치들도 공부가 된다. 상대팀 전술 대비도 하고, 코치들도 알아야 선수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며 “프로처럼 상대팀 패턴을 준비한다. 다는 아니고 경기를 여러 번 보면서 가장 많이 쓰는 패턴을 대비한다. 프로처럼 다른 색상 조끼를 입고 패턴 연습을 시킨다”고 했다.

주희정 감독은 코치들과 동고동락하며 고려대를 대학 최강으로 이끌고 있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기자)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