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아쉽고 답답한 유해란의 '그립'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7월 26~29일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의 얼 그레이GC에서 끝난 캐나다 내셔널타이틀 CPKC 여자오픈은 유해란(23)에게 꽤 깊은 마음의 상처로 남을 것 같다.
이 대회 직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GC에서 열린 LPGA투어 다나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공동선두까지 올랐다가 태국의 짠네티 완나센에게 1타 차로 패해 준우승에 머문 유해란에게 CPKC 여자오픈은 절호의 우승 기회였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골프한국] 지난 7월 26~29일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의 얼 그레이GC에서 끝난 캐나다 내셔널타이틀 CPKC 여자오픈은 유해란(23)에게 꽤 깊은 마음의 상처로 남을 것 같다.
이 대회 직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GC에서 열린 LPGA투어 다나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공동선두까지 올랐다가 태국의 짠네티 완나센에게 1타 차로 패해 준우승에 머문 유해란에게 CPKC 여자오픈은 절호의 우승 기회였다.
유해란은 마지막 라운드 후반 2타 차 선두에 나서 거의 우승을 확정 짓는 듯했다. 11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그는 15번 홀(파5)에서 버디를 만회하면서 로렌 코글린에 2타 차로 앞서 고대하던 LPGA투어 두 번째 우승컵을 예약하는 듯했다. 골프에서 가장 위험한 때가 '이제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라고 하지만 유해란에게 그런 순간이 닥쳤다는 게 불행이라면 불행이다.
유해란은 16~18번 3개 홀을 모두 보기를 기록하면서 뒷심을 발휘한 로렌 코글린에게 3타 차로 우승을 헌납했다. 일본의 사이고 마오에게도 따라 잡혀 공동 3위로 밀려났다. 최종 라운드를 로렌 코글린에 3차 앞선 단독 1위로 출발한 유해란이 오히려 3타 차이로 뒤졌으니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된다.
유해란의 두 대회 연속 역전패는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유해란은 유연한 스윙과 비거리, 그린 적중률(평균 75.1%로 LPGA투어 1위)에서 분명 강점을 갖고 있지만 뒷심이 부족하고 기회 포착력(Grip)이 약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번에도 결정적 순간 퍼팅 미스가 속출했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움켜쥐고 승부를 내는 결기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타고난 성품이 부드럽다 해도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스포츠에선 전사의 결기가 필요하다.
골프 기량면에서 그는 우승 조건을 충분히 갖추었다. 주니어 시절과 KLPGA투어에서의 뛰어난 활약은 물론 2022년 LPGA 퀄리파잉 시리즈를 수석 통과했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LPGA투어 2년 차를 보내고 있는 올 시즌 17개 대회에 출전, 1개 대회 기권과 1개 대회 컷오프를 제외하고 15번 컷을 통과했다. 이 중 2위 1회, 3위 2회 등 톱10에 8회나 들었으니 결코 골프 기량 문제로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를 객관적으로 보는 골프 팬들의 시각에선 아쉽고 답답하다. 매번 우승 경쟁에 나서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찾아온 기회를 잡아채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CPKC 여자오픈에서도 그는 16번 홀을 맞으면서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나머지 3개 홀을 지나면서 승부가 뒤집혔다는 것은 우승을 분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손안에 거의 들어온 것마저 슬그머니 놓치는 자세로는 다음 우승을 기약하기도 어렵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패배의 경험만 쌓이면서 습관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찾아온 기회를 잡아채는 악력, 즉 그립(Grip)을 강화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 시급한 것 같다. 필요하다면 해병대 극기 훈련도 이 생각날 정도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Copyright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방민준의 골프세상] 포커 하듯 골프하기의 함정 - 골프한국
- [방민준의 골프세상]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골프 스윙' - 골프한국
- [방민준의 골프세상] 깨닫고 다시 깨닫는 '부드러움의 골프 미학' - 골프한국
- '역대급' KLPGA 투어, 올해 총상금 305억원…33개 대회 일정 발표
- 박인비, 긴 공백에도 세계랭킹 4위로 상승…박민지는 17위로 도약
- '세계랭킹 1위 향한' 고진영, 새해 첫 주 넬리코다와 0.07점차
- 임성재·김시우·이경훈, PGA 새해 첫 대회 '왕중왕전' 출격
- 람·모리카와·디섐보·켑카·미켈슨 등 하와이에서 화려한 샷 대결 [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