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엄빠 세대와 다르다”…MZ들 ‘월급쟁이’ 대신 ‘투자이민·코인러’를 택했다 [투자360]

2024. 7. 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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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해외 주식 거래액 중 20·30세대 56.67% 차지
3년간 해외 주식 거래액 20대 695%·30대 301% 증가
작년 서울 거주자 보유 해외 가상자산 중 88%가 MZ세대
“MZ, 투자 낙관론 두드러져…‘포모’가 투자 동기인 경우 많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 대학교 졸업반 시절부터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에 나섰던 직장인 A(34) 씨는 지난해 초부터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 낮추고,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크게 높였다. 오랜 기간 연애한 여자 친구와 결혼 계획에 필요한 전세 자금에 보태겠다는 마음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들쑥날쑥한 국내 증시 대신 안정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나스닥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와 주요 빅테크(대형 기술주)에 대한 분산 투자에 나선 것이다. A 씨는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거두기 위해선 국내 주식 대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미국 주요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는 일명 ‘주식 고수’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결과 미국·한국 주식 투자 비율을 8 대 2 정도로 조정했다”면서 “치솟는 집값을 투자 수익만으로 감당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지만, 미국 주식에 적극 투자한 덕분에 그나마 원하는 지역에서 전셋집을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2. 2년 차 직장인 B(31) 씨는 첫해 받은 월급으로 모은 자금을 활용해 지난 2월 비트코인 0.3개를 구입했다. 당시 2000만원이 조금 넘었던 B 씨가 보유한 비트코인의 자산 가치는 현재 40% 정도 상승한 2800만원까지 증가했다. B 씨는 “올 연말에도 월급을 모은 돈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해 장투(장기 투자)할 생각”이라며 “수억원씩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부동산 투자의 경우 이미 가격이 천정부지인 만큼 나 자신을 비롯해 주변 친구들도 엄두를 못 내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상 사회 초년병들에게 빠른 경제적 신분을 상승시켜 줄 유일한 통로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투자시장에서 새로운 주류 세대로 떠오르고 있는 20·30세대, 일명 ‘MZ세대’가 40·50세대로 구성된 ‘X세대’나 MZ세대의 부모 격인 ‘베이비붐세대’와는 구별되는 특성으로 보이고 있다. 사회 첫 진입 시점부터 들어오는 근로소득 만으로는 자산 형성의 기회조차 부여받기 힘들단 사실을 일찍부터 인지한 만큼 과거 세대들에 비해 고(高)수익을 찾아 투자 시장을 옮기거나,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자산까지도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3년 새 8배(20대)·4배(30대) 늘어난 MZ 해외 주식 투자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중 하나는 바로 ‘투자 이민’이다.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길 기피하고, 보다 수익률이 높은 미국, 일본, 대만 등 글로벌 증시에 대한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미국 나스닥 지수,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각각 44.52%, 30.13% 상승할 동안 코스피 지수는 18.7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서도 나스닥·닛케이225 지수가 각각 17.55%, 15.56% 오를 때 코스피 상승률은 4.15%에 그쳤다.

헤럴드경제가 최근 4년간(2020~2023년) NH투자증권을 통해 해외 주식 거래에 나선 고객들의 연령대별 투자 경향에 대해 분석한 결과 작년 한 해 20대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금액이 17조5831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는 30대가 16조9962억원으로 뒤따랐다.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가 지난해 총 해외 주식 거래액(61조182억원) 중 차지하는 비율이 56.6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셈이다.

3년 전(2020년)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연령대별 해외 주식 거래금액의 증가율 역시 MZ세대가 X세대, 베이비붐세대를 압도했다. 20대 거래액 증가율이 695.45%(2조2104억→17조5831억원)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316.02%(4조854억→16조9962억원) 늘어난 30대가 2위를 차지하면서다. 3년 사이 총 거래금액의 증가율 300.9%(15조2204억→61조182억원)를 웃돈 것은 20·30세대 뿐이었다. 50대 232.50%(2조6484억→8조8059억원), 40대 210.47%(4조2329억→13조1416억원), 60대 이상 120.79%(1조9703억→4조3504억원), 10대 93.25%(730억→1410억원) 순서로 각 세대별 해외 주식 거래금액 증가율이 평균치를 밑돌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30 세대는 올 들어 인공지능(AI) 랠리로 인해 잇따른 신고가 행진을 이어간 미·일 증시를 비롯해 가상자산, 원자재 등 모든 것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 속에서 한국 증시만 소외됐다는 뼈아픈 현실에 낙담하기보단 적극적으로 ‘투자 이민’이란 행동을 옮긴 것”이라며 “청년 투자자의 경우 안정적 투자뿐만 아니라 목돈 마련을 위한 성장 테마 투자가 중요한 만큼 매그니피센트7(M7,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아마존닷컴·알파벳·메타플랫폼스·테슬라) 압축 투자에 주목한 것”이라고 짚었다.

MZ 절반 “근로소득 만으로 자산증식 어려워 가상자산 투자”

MZ세대 투자법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가상자산’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국세청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전 의원실에 제출했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거주자 619명이 국세청에 신고한 해외 가상자산 규모는 8조1362억원에 이르렀다. 그중 30대가 5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이하가 1조3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20·30대가 보유한 해외 가상자산 규모가 전체의 88.49%에 달했다. 40대 6473억원, 50대 1424억원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큰 수치였다. 1인당 신고액을 연령대별로 보면 30대는 213억원, 20대 이하는 150억원이었던 반면, 40·50·60대 이상은 각각 40억원, 21억원, 35억원에 불과했다.

MZ세대의 가상자산 선호 현상은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러 대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지난 2021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MZ세대 700명을 대상으로 재테크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가상자산이 투자 및 대체 결제수단이라 응답한 비율은 46.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 측은 “MZ세대의 49.3%는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유로 ‘근로소득만으로는 자산증식이 어려워서’라는 응답을 내놓았다”면서 “청년 취업의 어려움과 더불어 부동산 가격 급등 등으로 박탈감을 느낀 MZ세대가 새로운 활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국내 MZ세대뿐만 아니라 글로벌 MZ세대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 월가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자산 중 가상자산에 대한 비중은 MZ세대가 14%로 44세 이상 기성세대가 기록한 1%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향후 자산 증식의 기회가 큰 투자처에 대한 응답률에서도 가상자산을 꼽은 MZ세대 비율은 28%로 부동산(31%)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반면, 기성세대의 가상자산 응답률은 4%에 불과했다.

마이클 펠자 BoA 프라이빗뱅크 투자책임자는 “MZ세대의 경우 2000년 ‘닷컴 버블’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투자 자산의 폭락을 경험한 기성세대와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풍부한 유동성이 투자 시장에 몰리며 최고의 투자 자산 랠리를 목격한 세대”라면서 “다양한 투자 플랫폼의 출시까지 이어지면서 자기 주도적으로 가상자산이나 기업 운영 등에 직접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낙관론이 두드러지는 계층이 MZ세대”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MZ세대의 투자 경향성은 ‘포모(FOMO, 상승장에서 나 홀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고위험·고수익 자산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5월 미 금융산업규제국(FINRA)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영국, 중국의 Z세대 각각 50%, 55%, 66%가 포모 심리 때문에 주식이나 가상자산 투자를 시작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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