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 민주당이 막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0일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해외 정보요원의 신상과 개인정보 등 기밀이 외부로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을 누가, 왜 막았나”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중국 국적 동포 등이 대한민국 정보요원 기밀 파일을 유출했다”면서 “황당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간첩죄로 처벌을 못 한다. 우리나라 간첩법은 적국인 북한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형법상 간첩죄는 국가 기밀 정보를 적국에 넘길 때만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한다.
한 대표는 “저걸(정보요원 기밀 유출을) 간첩죄로, 중죄로 처벌해야 맞나. 안 해야 맞나”라며 “이런 일이 중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다면 당연히 간첩죄나 그 이상의 죄로 중형에 처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난 21대 국회에서만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4건 발의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그중 3건이 당시 민주당이 냈다. 그런데 정작 법안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에 대해 민주당은 입장문을 통해 당시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사이의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법안 심사도 진전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한 대표의 발언은 명백한 거짓이며, 사실왜곡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한 대표는 같은 날 밤 SNS에 재차 글을 올려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법사위 제1소위에서 3차례나 논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법안 처리를 막았다”고 맞받았다.
그는 ‘국가기밀이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이 무엇인가’ 등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한 발언을 인용하며 “민주당이 이번 국회에서도 이런 입장이라면 간첩법은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주호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도 소개하며 “격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외국과 적국은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구분일 뿐”이라며 “이번에 꼭 간첩법을 개정해서 우리 국민과 국익을 지키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망을 만들자”고 했다.
앞서 군 검찰은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에 대해 한국 정부 기관과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블랙 요원’ 정보 등 최대 수천 건의 정보를 중국인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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