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모르는 일” 주장한 보수 공약집 ‘프로젝트 2025’ 책임자 사임
미국 공화당 집권 시 국정운영 청사진을 담은 ‘프로젝트 2025’의 총책임자가 물러난다고 밝혔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주도로 지난해 발간된 900페이지 분량의 프로젝트 2025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집’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보고서에 담긴 극단적 내용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도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는 등 11월 미 대선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폴 댄스 헤리티지재단 ‘프로젝트 2025’ 총책임자가 이번주 재단 직원들에 보낸 메모에서 “이 프로젝트는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와 함께 끝날 예정이었다”며 “현재 우리의 일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나는 8월 말 헤리티지를 떠날 계획이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댄스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인재관리국 비서실장을 지낸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그가 총괄한 프로젝트 2025는 헤리티지재단이 보수 진영 단체 110여 개를 규합해 차기 보수 정부를 위한 정책 제언을 담았다. 9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약집으로 여겨져 왔다.
교육부 폐지, 국립해양대기청(NOAA) 해체, 사회복지 수혜 요건 강화 등 연방정부 기능을 크게 축소하고 대통령의 재량권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보수 국정기조에 맞지 않는 연방 공무원을 언제든지 해고하고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관련 프로그램 철폐 등 각 분야에서 보수 진영 의제 관철을 내걸었다.
특히 먹는 임신중지약인 미페프리스톤 승인 취소 등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을 두고 과격한 ‘극우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도 프로젝트 2025의 ‘극단적인’ 성격을 부각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별도 조직도 만들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예약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을 어두운 과거로 후퇴시키려는 계획”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달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나는 프로젝트 2025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들이 말하는 것 중 일부는 동의하지 않으며 일부는 완전히 터무니없고 끔찍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중도층·무당파 유권자 표심을 얻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이날 댄스의 사임 결정 관련 보도에 즉각 환영 성명을 냈다. 수지 와일스, 크리스 라치비타 트럼프 캠프 수석 고문은 “(이번 일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캠페인에 대한 영향력을 잘못 대변하는 어떤 인사나 단체도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려준다”며 “우리는 1년 넘게 프로젝트 2025가 선거캠프나 트럼프 전 대통령과 어떤 식으로도 연관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2025에 담긴 상당수 내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부합한다. 보고서 집필에도 트럼프 행정부에 몸담았던 전직 당국자와 참모들이 대거 참여했다. CNN의 집계에 따르면 최소 140명의 전직 당국자들이 참여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저자나 편집자 등으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CNN은 사안에 밝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프로젝트 2025의 운영이 중단되겠지만, 보수적인 (관료) 인사 기구를 만들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연방정부를 트럼프 전 대통령 ‘충성파’ 공무원들로 채우기 위해 보수 인재 풀을 관리하는 프로젝트 2025의 핵심 구상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헤리티지재단 케빈 로버츠 회장도 댄스의 사임 결정을 확인하면서 “댄스의 리더십 아래서 프로젝트 2025는 선출되지 않은 행정부가 누리는 권력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목표로 통일된 보수 비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완전히 달성했다”며 “이 도구는 미래의 어느 행정부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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