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덕에 겨우 지켰다"…에코프로비엠, 코스닥 1위 자리 '위태'

한경우 2024. 7. 3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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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주 위상 추락
코스닥 시총 2위 알테오젠, 1.3조 차이로 1위 에코프로비엠 '추격'
LG엔솔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쫓겨
테슬라 업고 반등했지만…“추세적 반등 기대 이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때 증시 주도주였던 2차전지주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서는 헬스케어주에 주도권을 넘겨줬고, 에코프로비엠이 지키고 있는 시총 1위 자리도 내줄 가능성이 엿보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시총 3위이자 2차전지 업종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0일 에코프로비엠은 전 거래일보다 5.22% 오른 18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8조3378억원이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가 5.6% 뛰면서 2차전지주에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덕에 겨우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시총 2위인 알테오젠이 전날 7.37% 급등하며 시총 1위 자리를 위협했다. 종가 기준 시총은 17조341억원이다. 에코프로비엠과의 시가총액 격차는 1조3037억원이다.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알테오젠이 8%가량 더 오르면 코스닥 시총 1위 자리가 바뀌게 된다.


이미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 구성을 보면 2차전지주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됐다. 헬스케어주의 입지가 확대되면서다. 시총 10위권에 2차전지주는 에코프로비엠(30일 종가기준 시총 순위 1위), 에코프로(3위), 엔켐(7위) 등 3개뿐이다. 반면 바이오주는 알테오젠(2위), HLB(4위), 삼천당제약(5위), 셀트리온제약(6위), 리가켐바이오(8위), 클래시스(9위), 휴젤(10위) 등 7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업종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 3위 자리도 위태롭다. LG에너지솔루션은 증시 데뷔와 함께 코스피 시총 2위 자리를 꿰찼지만, 지난해 말과 올해 초를 거치며 SK하이닉스에 밀렸다. 전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SK하이닉스가 137조5196억원, LG에너지솔루션이 77조9220억원으로, SK하이닉스 시총이 거의 2배에 육박한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테마의 대장 격인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독점 공급하다시피 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시총 2위 자리 탈환보다는 3위 수성이 더 급해 보인다. 4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66조6900억원)가 쫓아오고 있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월 들어 28.89% 치솟았다.

최근 주가 흐름이 부진한 현대차(52조3540억원)와 기아(44조6242억원)의 합산 시가총액(96조7782억원)은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을 훌쩍 뛰어 넘었다.

전일 2차전지주가 반등했지만, 길게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전방시장인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회복이 쉽지 않아 보여서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경쟁우위를 갖지 못하는 전기차의 수요와 공급을 이전까진 정부 정책이 뒷받침했지만,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정책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전기차 보조금)와 공급(내연기관차에 대한 환경규제)이 모두 위축시키는 방향인 만큼 2차전지 업종의 추세적 반등을 논하긴 이르다는 것이다.

김현수 연구원은 “이번에 새롭게 유럽의회 권력을 잡은 우파 정당들과 향후 집권 가능성이 높은 미국 공화당이 추가적인 환경 규제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 공급 측면에서의 규제 동력 약화 리스크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향후 3년간 전기차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 이상에서 10~20%로 낮추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내년과 2026년 매출 성장률 역시 기존 20%대에서 각각 13%와 16%로 내렸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관련 기업의 경우 특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김 연구원은 조언했다. 그는 “그동안 매우 공격적인 증설 계획 발표로 인해 매출 성장률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다”며 “향후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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