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열풍]①당뇨병치료제의 화려한 변신
세계시장 7년새 20배이상 성장 전망
전 세계가 비만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3800만명을 넘어섰다. 비만은 단순히 과체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증후군과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이는 만큼 체중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비만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특히 가장 최근 개발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제제인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GLP-1은 소화기간이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 중 하나다. 포도당 농도 의존적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혈당을 내려주는 역할을 한다.
GLP-1 이전에 사용됐던 비만치료제는 대부분 마약류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장기간 복용시 중증 심질환 등 부작용과 함께 중독 위험이 있었다.
반면 GLP-1의 부작용은 구토, 소화불량, 변비 등 상대적으로 경미한 위장장애가 나타날 수 있지만 투여 지속시 수 주 이내에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 투여에도 안전성이 입증되면서 GLP-1 비만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GLP-1 비만치료제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다. 당초 노보노디스크는 이 성분을 당뇨병치료제인 '빅토자'로 2010년 개발했다. 삭센다와 성분은 물론 1일 1회 주사하는 용법용량도 동일하지만 제품명만 다르다.
노보노디스크가 당뇨병치료제인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을 비만치료제로 개발하게 된 배경은 당뇨병치료제로 개발하던 도중 살이 빠지는 부작용을 발견하면서다. 이후 노보노디스크가 비만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56주간 1일 1회 주사했을 때 체중이 평균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임상결과를 토대로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삭센다라는 제품명으로 비만치료제 허가를 받고 이듬해 출시했다. 국내에서는 2018년에 출시됐으며 출시 4개월여 만에 품절대란을 일으켰다.
이후 노보노디스크는 삭센다와 성분명은 다르지만 기전이 동일한 GLP-1 당뇨병치료제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도 비만치료제로 개발에 나섰다. 임상에서 세마글루타이드를 68주간 투여한 결과 평균 14.9%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2021년 오젬픽을 '위고비'라는 제품명의 비만치료제로 출시했다. 부작용으로는 삭센다와 같은 위장장애가 가장 흔하고 심한 경우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다.
삭센다는 GLP-1 반감기가 13시간인 반면 위고비는 약 160~170시간으로 길어 주 1회 주사하면 된다. 삭센다 대비 투약 편의성도 높아졌을 뿐 아니라 체중 감량 효과도 높아 출시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모델이자 배우인 킴 카다시안,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이 복용해 체중을 대폭 감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위고비는 국내에서 지난해 4월 허가를 받았지만 해외에서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물량 부족으로 1년이 지나도록 국내 출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지난해 삭센다 매출은 102억8900만크로네(현재 환율 기준 약 1조3000억원)로 전년 대비 4% 감소했지만, 위고비는 313억4300만크로네(약 4조원)로 전년 대비 407% 급성장했다.
GLP-1 비만치료제의 성공에 미국 제약사인 일라이릴리도 출사표를 던졌다. 일라이릴리는 세계 최초로 인슐린 상용화에 성공한 제약사로, 당뇨병치료제에 강점을 지닌 회사다.
일라이릴리 역시 보유하고 있던 주 1회 주사하는 GLP-1 당뇨병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티어제파타이드)'를 비만치료제로 개발, '젭바운드'라는 제품명으로 2022년 FDA 허가를 받고 지난해 말 출시했다. 일라이릴리는 임상시험에서 72주 동안 티어제파타이드를 투여한 결과 약 21%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젭바운드는 후속주자이지만 기존 GLP-1 비만치료제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빠르게 시장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앞으로도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0년 540억 달러(74조806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규칙한 식사습관과 즉석식품 섭취 증가 등으로 비만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날씬한 몸매를 지향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앞으로도 비만치료제 시장은 급성장할 것"이라며 "글로벌제약사 두 곳이 지금은 투톱 경쟁체제지만 국내외에서 후속약물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향후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그 인터파크 아니에요"…티몬·위메프 사태 '엉뚱한 불똥'
- '20억 한방'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 스타트…단지 가보니
- 2028년엔 뚝섬 5성급 호텔?…부영‧삼표 '잰걸음'
- 파리 올림픽 어디서 볼까…아프리카TV·웨이브 참전
- '로또청약'에 또 마비…'청약홈' 오픈후 최초 "마감시한 연장"
- '도로 위 일등석'…렉서스 의전용 미니밴 'LM 500h' 살펴보니
- [공모주달력]코스피 도전 전진건설로봇 수요예측…구주매출 100%
- [인사이드 스토리]"설마했는데"…티몬·위메프 '갭투자'의 몰락
- 혼돈의 美대선, 국내 제약업계 득실은
- "고급부터 가성비까지"…두바이 초콜릿 열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