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미행” 일본도로 두 아이 아빠 살해한 30대, 이상행동 잦았다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 지속 미행하는 스파이로 생각” 진술
범행 도구인 날 길이 75㎝ 장검, ‘장식’ 목적으로 소지 신고
평소에도 이상행동으로 항의·신고…40대 피해자, 집 앞서 참변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7월30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같은 아파트 주민을 일본도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 연합뉴스

같은 아파트 주민을 일본도로 잔혹 살해한 30대 남성이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를 스파이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가해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서부경찰서는 전날 은평구의 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흉기를 휘둘러 같은 단지에 살던 40대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A(37)씨를 긴급체포해 이틀째 조사를 벌이고 있다. 

A씨는 전날 오후 11시30분께 주민 B(43)씨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단지 앞으로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A씨가 소지하고 있던 날 길이 75㎝(총 길이 약 120㎝)의 장검에 참변을 당했다. 인도 주변에서 갑작스런 공격을 받은 B씨는 즉각 신고하려 했지만 A씨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이어 칼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출혈이 심했던 B씨는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결국 사망했다. B씨는 가구회사 직원으로 초등학교 3학년생과 4세의 두 아들을 둔 가장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직후 자택으로 도주했고, 1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자신을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와 B씨는 같은 단지에 거주했지만 서로를 알던 사이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아파트 단지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하는 등의 이상행동으로 여러 차례 항의를 받았고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소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칼싸움을 하자' 등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시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 경찰은 A씨가 마약 간이시약 검사를 거부함에 따라 모발 등을 확보해 약물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올해 1월 '장식' 목적으로 범행에 사용한 도검의 소지 승인을 받았다. 대기업에 재직했던 A씨는 지난해 말 상사와의 갈등으로 퇴사했는데 그 시점에 장검을 구입했다. 

총포화약법상 심신상실자나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또는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의 경우에는 도검 소지 허가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총포와 달리 도검은 운전면허가 있는 경우엔 신체검사서가 없어도 소지 신청이 가능하고, 별도의 갱신 규정도 없어 제도적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A씨의 범행 전 행적과 정신병력 여부를 확인하고 가족 등 주변인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피해자 B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다.

경찰은 이날 중으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